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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일정 ‘올스톱’…정기국회까지도 ‘식물국회’?

의사일정 ‘올스톱’…정기국회까지도 ‘식물국회’?

입력 2014-08-26 00:00
업데이트 2014-08-2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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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 ‘상시 파행’…원내지도부 출범후 111일째 입법 ‘제로’ 전문가 “야당은 대학동아리 수준”, “여당은 청와대 눈치”

세월호 특별법 제정안을 둘러싼 여야 이견으로 국회가 또 멈춰 섰다.

그동안 제대로 굴러간 적도 없지만 제19대 국회 들어서는 파행이 상시화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강력한 대여투쟁을 선언하고 국회 예결위장 철야농성과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야당이 제안한 ‘여·야·유가족 3자협의체’ 구성을 거부하며 기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여야는 스스로 입법한 분리 국정감사를 이미 어겼다. 지난 6월 후반기 국회를 시작하면서 여야가 합의, 한 차례만 열던 국정감사를 예산 심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8월과 10월에 나눠서 하기로 했던 터였다.

헌법 규정을 어기는 일은 관행이다시피 돼 버렸다.

9월 정기국회 전까지 2013 회계연도 결산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이미 물 건너 간 상태고, 내년도 예산안 역시 법정 시한(12월2일)에 처리할 수 있을지 가물가물하다.

올해부터 예산 자동상정제도가 있지만 예산을 책임지고 통과시켜야 할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조차 “국회가 법대로 됐으면 얼마나 좋겠냐”고 자조 섞인 전망을 내놓을 정도다.

올해 들어서는 매달 임시국회를 열었다. 사실상 그토록 정치 개혁 과제로 제기됐던 ‘상시 국회’를 달성한 셈이다. 그러나 생산성은 저조하기 짝이 없다. 특히 현재 여야 원내지도부가 출범한 지 111일째인 26일 현재까지 입법 실적은 ‘0’건이다.

물론 국회가 기업처럼 효율성을 따지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이 정도면 ‘책가방 매고 등교만 했을 뿐 공부는 뒷전이었다’는 비판을 받아도 반박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러는 사이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관련 법안은 물론 민생 법안도 제 갈 길을 가지 못하고 있다.

단원고 3년생의 특례입학법도 묶여 있는 마당에 참사 이전 최대 이슈였던 ‘아동학대 방지법’, ‘송파 세 모녀 자살 방지법’과 같은 사회적 약자 계층을 위한 법안과 규제완화·서비스산업 발전 등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법안은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130석을 보유한 제1야당은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여당은 여당대로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불통이라는 지적을 받는 게 데자뷔처럼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꼭 1년 전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당은 8월부터 11월까지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규명을 위한 ‘천막당사’ 장외투쟁을 벌였다.

그때도 여야간 정치 공방으로 정기국회 기간 허송세월을 보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 이후에도 야당은 간첩조작사건 규탄,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등 정치 이슈를 들고 나와 크고 작은 장외 집회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여당 지도부는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느라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감수해야만 했다. 야당의 투쟁 때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협조해야 한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법안 통과 요건을 까다롭게 한 국회법 개정안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을 지목하는 의견도 많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선진화법에 따르면 법안 하나 통과시키는 데 3분의 2 이상의 동의, 즉 180명이 필요하다”면서 “다수결의 원리를 부정하고 국회를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식물국회로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치력 부재를 애먼 선진화법의 탓으로 돌린다는 반박도 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야당은 내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세월호 문제를 이용하려 했다”면서 “지난 1년 내내 아무런 전략이 없었기 때문에 일관된 방향 없이 급급하게 쫓아다닌 결과로서 대학 동아리보다 수준이 못하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집권여당은 이슈를 자꾸 피하려고만 하기 때문에 예산, 입법 문제가 부실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대 강원택 교수는 “여당은 여당대로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것 같고, 야당은 당내 강경파에 휘둘려 가면서 문제를 풀어야 할 사람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면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문제를 풀어내려는 의지가 필요한데 자기주장만 관철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이정희 교수는 “국회가 공전되는 게 당연한 것처럼 타성에 젖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근본으로 다시 돌아가서 왜 국회가 필요하고 국회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숙지한다면 이렇게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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