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CCS 실증센터 곳곳엔 관측정…“이산화탄소 모니터링 결과 주민과 공유”

세계 최대 CCS 실증센터 곳곳엔 관측정…“이산화탄소 모니터링 결과 주민과 공유”

이기철 기자
이기철 기자
입력 2023-08-16 10:00
업데이트 2023-08-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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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두배 면적, 호주 오트웨이 실증센터를 가다
20년째 운영…지하에 이산화탄소 9만 5000톤 저장
“탄소, 수백만년간 지진 없던 고갈가스전에 보관”
CCS, 단일 기술로는 탄소 감축 최대…각국 협력 맞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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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빅토리아주에 있는 ‘오트웨이 국제 탄소 포집·저장(CCS) 실증센터’로 이산화탄소를 운반하는 파이파라인들. 그 뒤로는 초원에서 소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호주 빅토리아주에 있는 ‘오트웨이 국제 탄소 포집·저장(CCS) 실증센터’로 이산화탄소를 운반하는 파이파라인들. 그 뒤로는 초원에서 소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지하 2000m의 고갈가스전과 대염수층(염수를 포함한 지하 지층)에 저장된 이산화탄소는 매우 안전하게 관리된다. 가스전은 수백만년 동안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지질에 위치한 데다 그 위에는 누출을 막는 덮개 역할을 하는 지층도 몇 겹 된다.”

15일 호주 ‘오트웨이 국제 탄소 포집·저장(CCS) 실증센터(OITC)’를 방문한 기자들을 현장으로 안내하던 폴 바라클로그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설명이다.

멜버른에서 서쪽으로 차로 3시간 남짓 달려야 도착하는 한적한 시골에 자리한 오트웨이 실증센터. 위는 푸른 초원으로, 소떼가 풀을 뜯고 있지만 발밑에는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가두는 저장고가 숨어 있다. 호주 국책 연구기관인 CO2CRC가 2004년부터 20년째 운영하는 이 실증센터는 여의도 면적의 약 두 배인 4.5㎢로, 세계 최대 규모다.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된 시설로 가는 길에는 소떼의 배설물로 질척거렸다. 시설에는 양떼와 소떼의 접근을 막고자 철망이 둘러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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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인 ‘오트웨이 국제 탄소 포집·저장(CCS) 실증센터’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주입정. 인근에서 운반된 이산화탄소가 이곳을 통해 2000m 지하의 고갈가스전이나 대염수층에 대량으로 저장된다.
세계 최대 규모인 ‘오트웨이 국제 탄소 포집·저장(CCS) 실증센터’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주입정. 인근에서 운반된 이산화탄소가 이곳을 통해 2000m 지하의 고갈가스전이나 대염수층에 대량으로 저장된다.
이곳은 CCS 실증센터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약 2㎞ 떨어진 인근에서 이산화탄소가 생성되는 데다 지하에는 그동안 안전하게 천연가스를 저장했으나 가스를 다 뽑고 텅 빈 고갈가스전과 대염수층도 있기 때문이다. 인근의 이산화탄소를 지중에 매설한 파이프라인으로 끌고 와 지하 저장소인 고갈가스전과 대염수층에 주입하는 구조다. 바라클로그 COO는 “고갈된 가스전 위에 있는 두껍고 단단한 암석층이 일종의 마개 역할을 한다”며 “이산화탄소는 누출되더라도 석유나 가스와는 달리 불도 붙지 않고, 비교적 다루기 쉽다”고 강조했다.

실증센터는 2008년부터 주입한 이산화탄소 9만 5000톤을 관리하고 있다. 단순히 주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하에 저장된 대용량의 이산화탄소의 움직임과 지중 압력 등에 대해 관측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실증센터에는 이산화탄소 저장층과 연결된 관측정이 곳곳에 뚫려 있다. 바라클로그 COO는 “광섬유를 이용한 3단계 관측정에서는 이틀 간격으로 이산화탄소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며 “지진 관측은 물론이고 저장된 이산화탄소가 물과 만나 고체인 탄산염으로 변하는지도 관찰한다”고 설명했다.

모니터링 결과는 주민과 환경단체들과도 공개한다. 또 매년 3월 이들을 초대해 현안을 공유하고, 설명한다. 그는 “우리가 영리단체가 아니어서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지원하지는 않지만 땅 주인에게 토지 임대료와 사용료를 지급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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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호주 ‘오트웨이 국제 탄소 포집·저장(CCS) 실증센터’를 방문한 기자들에게 탄소 저장시설에 대해 설명하는 폴 바라클로그 최고운영책임자(COO).
15일 호주 ‘오트웨이 국제 탄소 포집·저장(CCS) 실증센터’를 방문한 기자들에게 탄소 저장시설에 대해 설명하는 폴 바라클로그 최고운영책임자(COO).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 글로벌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CCS 기술이 없다면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CCS 기술 기여도를 총 감축량의 18% 수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단일 기술로는 탄소 감축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수치다.

오트웨이 실증센터에는 호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글로벌 기업과 연구기관들의 기술 고도화 투자와 협업도 이어지고 있다. 석유 메이저인 셰브론은 오트웨이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1600만 호주달러(138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며, CO2CRC 역시 약 4000만 호주달러(346억원) 규모의 외부 펀딩도 계획하고 있다. 엑손모빌·쉘·BP 등 글로벌 오일·가스 기업들도 협업에 나섰다. 작년 2월 CO2CRC는 SK E&S를 비롯해 한국 K-CCUS추진단, 한국무역보험공사와 CCS 사업 협력 관련 다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박용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CCS 기술을 국제적으로 공유하는 것은 글로벌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이산화탄소 저장 기술을 고도화하려는 것”이라며 “우리가 개발한 기술들도 현장 적용을 위해 여기에서 실증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트웨이 이기철 선임기자
이기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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