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봉 ‘푸른 호수’ 연출한 재미동포 저스틴 전 감독

“방탄소년단(BTS), ‘오징어게임’, ‘기생충’ 등 한국 콘텐츠 덕분에 미국인들도 한국인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알게 됐어요. 저는 감정적(정서적)인 측면에서 한국인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영화 ‘푸른 호수’를 연출한 재미동포 2세 저스틴 전(왼쪽) 감독과 영화에서 아내 캐시 역을 맡은 알리시아 비칸데르.
●백인에 둘러싸여도 한국인이라는 자부심 느껴

13일 개봉하는 영화 ‘푸른 호수’를 연출한 재미동포 2세 저스틴 전(40·①, ④) 감독은 화상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백인들에 둘러싸인 환경에서도 늘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며 “미국 토양 안에서 우리가 정말 뿌리내리고 있는 것일까, 나는 왜 미국에 있을까라는 질문을 가졌다”고 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공개된 이 영화는 전 감독이 각본, 연출, 주연을 모두 맡았고 미국 내 이방인의 삶을 다뤄 제2의 ‘미나리’로 주목받았다. 그가 연기한 주인공 안토니오는 1980년대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백인 부모에게 입양됐지만, 양부모에게 학대당한 기억이 있다. 뉴올리언스에서 타투이스트로 일하며 아내 캐시(알리시아 비칸데르 분②)와 의붓딸 제시(시드니 코왈스키 분③), 그리고 새로 태어날 아이를 위해 열심히 살려는 그는, 캐시의 전남편인 경찰관 에이스(마크 오브라이언 분)와 충돌한 뒤 경찰서에 끌려간다.

30년을 미국에서 살았는데도 양부모의 무관심으로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채 불법체류자로 추방될 상황에서 안토니오는 베트남 출신 이민자 파커와 그 가족을 만난 뒤 한국 출신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가족을 지키려는 싸움을 시작한다.
영화 ‘푸른 호수’ 의붓딸 제시(시드니 코왈스키 분).
영화 ‘푸른 호수’를 연출한 재미동포 2세 저스틴 전 감독.
●윤여정과 애플TV 드라마 ‘파친코’ 호흡 맞춰

미국은 2000년 해외 출신 입양인에게 시민권을 자동 부여하는 법안을 마련했지만, 그 이전 대상자에 대해선 소급적용이 안 돼 여전히 수만명의 입양인이 추방될 처지에 놓였다. 같은 위기를 겪는 입양인 9명을 만났다는 전 감독은 “미국에서 살았지만 서류 하나 빠졌다고 ‘너는 미국인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일지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모국에서 원하지 않아 미국으로 보내졌는데 다시 거부당해 상처 입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 영화를 통해 미국 아동 시민권법 개정을 이끌어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오가 제시를 자신의 딸로 선택한 것에 대해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보다 ‘선택한 가족’도 강한 유대관계를 보여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 감독은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배우와 미국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 촬영장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는 윤여정을 향해 “현장에서도 무엇인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바로 지적해서 고치려는 열정이 있으신 분”이라며 “항상 온 힘을 다해 연기를 해 온 진정한 예술가”라고 극찬했다. 그는 최근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떤 감정이든 충실히 담아내며 보편적 정서를 공감 가도록 그려내기 때문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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