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자비로 국제 대회 참가 아픔, 후배들 안 겪게 할 것”

손연재 “자비로 국제 대회 참가 아픔, 후배들 안 겪게 할 것”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19-09-26 23:10
업데이트 2019-09-2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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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세 CEO 손연재의 ‘인생 2막’

“날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하는 게 행복”
‘리듬체조 생활체육화’ 스튜디오 열어
새달 유소년 대회 ‘리프 챌린지컵’ 준비
편한 장르 인식 주려 유튜브 방송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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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가대표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가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자신의 체조 스튜디오에서 리본을 흔들며 동작을 취하고 있다. 손연재는 다음달 30일 열리는 리듬체조 주니어 국제대회 ‘리프 챌린지컵’을 기획하느라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전 국가대표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가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자신의 체조 스튜디오에서 리본을 흔들며 동작을 취하고 있다. 손연재는 다음달 30일 열리는 리듬체조 주니어 국제대회 ‘리프 챌린지컵’을 기획하느라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인생 2막.’

일반인들이라면 중년의 나이에 고민할 법한 단어를 손연재(25)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직면하고 있었다. 리듬체조가 뭔지도 제대로 모른 채 5살에 리듬체조 선수를 시작해 17년을 보냈다. 국내 대회를 휩쓸었고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올림픽 무대에선 아시아선수로는 역대 최고 성적을 내고 은퇴했다. 후회는 없었다.

늘 정해진 일정에 맞춰 훈련을 하던 삶에서 벗어나니 갑작스러운 공허함이 밀려왔다. 주변에서도 “뭐하고 지내냐”는 질문이 쏟아졌지만 딱히 대답할 말이 없는 시간을 보냈다. 올림픽 준비로 친구들보다 1년 늦게 졸업한 탓에 외로울까 봐 졸업식에도 가지 못했다.
전 국가대표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가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인터뷰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전 국가대표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가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인터뷰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손연재는 지난 3월 리듬체조로 돌아왔다. 은퇴 이후 2년 가까이 고민한 끝에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리프 스튜디오’를 열었다. 지난 20일 스튜디오에서 만난 손연재는 “여러 진로를 고민했지만 결국 내가 잘하고 나를 필요로 해 주는 곳에서 일하는 게 제일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로 자신의 인생 2막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손연재는 다음달 30일부터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리는 ‘리프 챌린지컵’이라는 주니어 국제 체조대회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변변한 대회조차 없는 환경에서 자비로 국제 대회에 참석했던 아픔을 후배들은 겪고 싶지 않게 해 주고픈 마음이 컸다. 자신의 체조 브랜드 이름에 ‘손연재’를 내세우는 대신 ‘리프’(Leap·도약하다)로 지은 이유도 유소년 꿈나무들이 더 높이 도약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손연재는 “해외대회에 참가해 보면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어서 자비로 많이 참가했다”면서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다 보니 대회에 참가도 못하는 친구들도 있어서 한국에 대회가 있으면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손연재가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인터뷰를 하며 자신이 대표로 있는 스튜디오 벽 앞에 섰다.
손연재가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인터뷰를 하며 자신이 대표로 있는 스튜디오 벽 앞에 섰다.
사회인이 되고 보니 선수 시절과는 사뭇 다르다. 손연재는 “사회 생활을 해 본 경험이 적어서 쉽지 않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1회 대회 때는 후원사 확보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다 결국 자비로 충당해야 했다. 손연재는 “관심이 쏟아지는 종목이 아니고 내가 나서지 않으면 후원을 얻기 어려워 올해는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면서 “대회가 한 번에 널리 알려질 거라는 기대 대신 꾸준히 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손연재의 선수 시절 쌓은 인맥을 총동원해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인적 구성을 갖췄고 참가국도 지난해보다 1~2개 늘려 7~8개국에서 체조 유망주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CEO 손연재’가 스튜디오 운영과 대회 기획을 통해 꿈꾸는 것은 ‘리듬체조의 생활체육화’다. 손연재는 “지금 당장 잘하는 선수가 있다면 러시아에 유학을 가야 하는 게 솔직한 현실”이라면서 “해외 생활을 통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스타 선수 한 명보다는 넓은 저변에서 시스템을 갖춰야 좋은 선수가 나온다는 걸 깨달았다”고 밝혔다. 손연재는 “사람들이 체조를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데 인프라가 적다 보니 어디서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아 스튜디오를 열었다”면서 “리듬체조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편한 장르라는 인식을 주고 싶어 유튜브 콘텐츠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손연재가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신의 스튜디오에 걸린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손연재가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신의 스튜디오에 걸린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모의 여자 선수에겐 해당 종목에서의 성과보다 외모가 더 화제가 되는 게 솔직한 현실이다. 손연재 역시 체조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보다는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일상 사진이 대중에 더 많이 소비되고 있다. 손연재는 “은퇴한 지 꽤 됐는데도 여전히 예쁘게 봐 주시는 게 고맙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손연재 하면 리듬체조를 떠올린다고 생각한다. 비인기종목인 만큼 나를 통해서라도 잊혀지지 않게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는 말로 리듬체조에 대한 사명감을 드러냈다.

글 사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2019-09-2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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