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년 ‘금단의 땅’ 용산기지, 질곡의 근현대사 켜켜이

114년 ‘금단의 땅’ 용산기지, 질곡의 근현대사 켜켜이

장진복 기자
장진복 기자
입력 2019-04-11 01:36
업데이트 2019-04-11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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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버스투어로 본 미군기지 속살

내부 들어서자 일제 방공작전실 SP벙커
안두희·김두한 수감된 일본군 위수감옥
한미연합사령부, 70년대 韓건축 오롯이
용역 결과 “건물 975동 중 81동만 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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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기지 버스투어 참가자들이 한미연합군사령부 건물 뒤편에 흐르는 만초천을 둘러보고 있다. 만초천은 인왕산에서 발원해 한강으로 흐르는 큰 하천이었으나 1960년대 콘크리트로 덮여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다. 용산기지 안에는 복개되지 않은 구간이 남아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용산기지 버스투어 참가자들이 한미연합군사령부 건물 뒤편에 흐르는 만초천을 둘러보고 있다. 만초천은 인왕산에서 발원해 한강으로 흐르는 큰 하천이었으나 1960년대 콘크리트로 덮여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다. 용산기지 안에는 복개되지 않은 구간이 남아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서울 용산 미군기지는 100여년의 역사가 쌓여 있는 야외 박물관입니다.”(김천수 용산문화원 용산문화실장)

지난 9일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용산기지 버스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캠프킴 부지 내 용산공원 갤러리 앞에 모인 시민들의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114년 동안 일반인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아 ‘금단의 땅’으로 닫혀 있던 용산기지에 발을 딛는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이날 버스투어에 동참해 둘러본 용산기지에는 일제강점, 해방과 분단 그리고 한미동맹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안내를 맡은 김 실장은 “건물 하나하나가 질곡을 겪은 우리 근현대사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기지 서남쪽에 위치한 14번 게이트를 통해 내부에 들어가자마자 일제가 일본군사령부 방공작전실로 사용했던 사우스포스트(SP)벙커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전쟁 때 대한민국 육군본부 정보작전실로 쓰인 이곳에서 한강다리 폭파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지금은 한미연합군사령부 군사시설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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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수 용산문화원 용산문화실장이 일제강점기부터 군 감옥으로 사용된 위수감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담장 일부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간 곳에 일본군이 지은 벽돌벽이 드러나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김천수 용산문화원 용산문화실장이 일제강점기부터 군 감옥으로 사용된 위수감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담장 일부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간 곳에 일본군이 지은 벽돌벽이 드러나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붉은색 벽돌 담장으로 둘러싸인 위수감옥은 국내에 남아 있는 유일한 일본군 감옥이다. 광복 이후에는 군 감옥으로 사용됐으며 김구 선생 살해범 안두희와 일제시대 ‘주먹’으로 불린 김두한 등도 이곳에 수감됐다. 감옥 곳곳에는 일제 침략과 남북 분단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감옥의 환기구 덮개는 일제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별 문양으로 잔재해 있었으며, 벽돌 담장에도 한국전쟁 당시 탄흔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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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부대를 통합 지휘하는 한미연합군사령부 모습. 1970년대 지어진 건물로 한국 근대 건축양식의 특징이 돋보인다.  연합뉴스
한미 부대를 통합 지휘하는 한미연합군사령부 모습. 1970년대 지어진 건물로 한국 근대 건축양식의 특징이 돋보인다.
연합뉴스
한미 부대의 작전을 통합 지휘하는 한미연합군사령부 건물은 한국 전통 기와와 콘크리트 벽체 등 1970년대 한국 건축 양식의 특징이 반영됐다. 기지 일부가 개방됐어도 이곳은 보안 관계상 접근 및 사진촬영이 제한됐다.

여의도(290만㎡)보다 다소 작은 264만㎡ 규모의 용산기지 안에는 주요 미군 시설과 숙소, 초·중·고교, 식료품점, 호텔 등이 들어서 있다. 마치 미국의 한적한 도시를 옮겨 놓은 모습이다. 그러나 2017년 7월 미8군사령부의 평택 이전을 시작으로 현재도 이전이 진행 중인 만큼 인적이 드물어 전반적으로 활기를 띠지는 않았다. 용산기지 내 모든 시설의 이전이 완료되면 부지반환협상, 환경조사 등을 거쳐 국가공원으로 조성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 용산기지 건축물 활용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한 결과 전체 975동 가운데 81동은 존치하고 53동은 판단을 유보했으며, 나머지는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권혁진 국토부 도시정책관은 “용역 결과가 정부 의견은 아니다”면서 “공론화 과정에서 기초 자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2019-04-1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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