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제주 4·3 특별법 정신 존중”… 警 “무고한 희생자에 사죄”

軍 “제주 4·3 특별법 정신 존중”… 警 “무고한 희생자에 사죄”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19-04-03 23:34
업데이트 2019-04-04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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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년 만의 첫 사죄에 담긴 뜻은

국방부 “당시 지휘라인 서훈 취소 검토”
민갑룡 청장, 경찰 총수 첫 추념식 참석
‘민간인 학살’ 경찰 관여 사실상 인정
홀로 살아남은 자의 슬픔
홀로 살아남은 자의 슬픔 8살 어린 나이에 제주 4·3을 경험한 김연옥 할머니가 3일 제주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71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주 4·3 후유장애인인 김 할머니는 4·3 당시 조부모, 부모, 형제를 모두 잃고 홀로 살아남았다. 이날 행사에서 김 할머니의 손녀 정향신씨가 할머니의 사연을 낭독했다.
제주 연합뉴스
국방부와 경찰이 제주 4·3사건에 대해 71년 만에 처음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검은색 양복과 검정 넥타이를 맨 국방부 관계자는 3일 서울 용산의 국방부 출입기자실을 방문해 “제주4·3특별법의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낭독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나 서주석 국방부 차관 명의가 아닌 ‘국방부’ 차원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의 제주 4·3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은 제주 4·3사건을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한 ‘제주 4·3사건 특별법’ 정신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차관은 이날 광화문에 마련된 제주 4·3사건 희생자 추모공간을 방문해 유가족에게 “저희가 정말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진상규명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최선을 다해서 적극 동참하고, 희생되신 분들의 명예회복과 함께 유가족분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는 데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서 차관은 ‘4·3 사건 당시 양민 살상의 지휘라인에 책임을 묻는 후속조치 혹은 서훈(취소) 조치를 검토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법적인 검토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 유족은 “여기까지 오시는 데 71년 걸렸다. 뒤로 가는 일이 없도록 진심으로 바라겠다”고 했고, 서 차관은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이날 오전 민갑룡 경찰청장도 4·3사건 추념식에 참석해 헌화하며 “무고하게 희생된 모든 분들의 영정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경찰 총수가 민간 주도 4·3 추념식을 찾아 애도의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 청장은 ‘애도를 사과로 받아들여도 되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예”라고 답하며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께는 분명히 사죄를 드려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극적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던 우리 경찰의 행위에 대해서도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오로지 국민만을 생각하며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경찰로 거듭나겠다”고 말해 경찰이 군과 함께 당시 무고한 민간인 학살에 관여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9-04-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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