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 논란’ 딛고 일본 투어 돌입

방탄소년단 데뷔 첫 도쿄돔서 공연
아침부터 ‘아미’ 몰려 기념상품 매진
내년 2월까지 4개 도시서 8회 진행
혐한 흠집 내기에도 日싱글 앨범 1위
해외 아티스트 첫 주 점수 역대 최고
13일 방탄소년단이 ‘러브 유어셀프’ 일본 투어 첫 공연을 연 도쿄돔 앞에서 보안요원들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도쿄돔 앞은 방탄소년단을 보기 위해 모인 팬들로 아침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br>도쿄 로이터 연합뉴스
‘제2의 비틀스’라는 평가와 함께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방탄소년단이 북미·유럽 투어에 이어 일본 돔 투어에 돌입했다. 최근 혐한 세력들의 표적이 되며 ‘반일 가수’로 몰리기도 했지만 방탄소년단은 일본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방탄소년단은 13일 데뷔 후 처음으로 도쿄돔에 입성했다. 도쿄돔은 관객 약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으로 지난 10월 기념비적인 공연 무대였던 미국 뉴욕 시티필드보다 1만석가량 크다. 이들은 내년 2월까지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등 4개 도시에서 공연을 한다. 총 8회 38만석의 티켓은 일찌감치 동났다.

도쿄돔 앞은 이날 아침부터 방탄소년단의 굿즈(기념상품)를 사기 위해 몰려든 일본 ‘아미’(팬덤명)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콘서트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까지 동참해 긴 줄이 이어졌고 티셔츠, 배지, 포토카드, 슬로건 등 굿즈가 속속 매진됐다. 팬들은 공연장 너머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리허설 음향을 들으며 공연의 감동을 미리 맛보기도 했다.

앞서 지난 8일 방탄소년단이 일본 TV아사히 ‘뮤직 스테이션’ 출연차 예정돼 있던 출국 일정을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일본의 한 매체가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23·본명 박지민)이 2년 전 입었던 광복절 티셔츠를 문제 삼고 나선 일이 발단이 됐다. 우익 세력은 ‘우리의 역사’ 등 문구가 영문으로 적힌 티셔츠에 원자폭탄이 폭발하는 사진이 담긴 점 등을 들어 방탄소년단에 반일 프레임을 씌웠고 TV아사히는 방탄소년단의 ‘뮤직 스테이션’ 출연을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13일 도쿄돔 앞에서 방탄소년단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로이터 연합뉴스
이 사건을 둘러싸고 단순한 티셔츠 논란이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위안부 합의에 대한 갈등,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일본 기업 배상책임 판결 등으로 양국 관계가 불편해지자 방탄소년단이 혐한 세력의 표적이 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해외 언론도 주목했다. 미국 빌보드, CNN 등은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논란을 다루면서 양국 정치·문화 갈등의 역사적 배경을 조명했다.

이번 공연과 관련해 일본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들은 지난주 방탄소년단의 TV 출연 금지 조치 파문 이후 상황에 대해 별다른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번 논란을 확대하는 데 앞장서 온 우익 성향의 스포츠·연예 매체 도쿄스포츠는 이날에도 ‘왜 한국 스타는 반일적 행동에 나서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 연예인들은 일본에서 인기를 얻을수록 거꾸로 한국에서는 반일 의사를 표명해야 하는 모순과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는 자의적인 해석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같은 일부의 흠집 내기 시도에도 일본 내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날 오리콘 뉴스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이 지난 7일 일본에서 발매한 싱글 ‘페이크 러브/에어플레인 파트.2’는 45만 4829점(음반판매량을 바탕으로 매긴 점수)을 얻어 주간 싱글차트 1위에 올랐다. 해외 아티스트의 발매 첫 주 점수로는 역대 최고다.

서울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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