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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잃은 도시 난민들의 외침 “사는 것 아닌 사는 곳 보장을”

집 잃은 도시 난민들의 외침 “사는 것 아닌 사는 곳 보장을”

이하영 기자
입력 2018-10-03 20:41
업데이트 2018-10-03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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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거의 날, 靑까지 달팽이 행진

“집도 인권...편안하게 누릴 주거권을”

“재개발 강제 철거로 집을 잃은 저는 ‘도시난민’입니다.”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이 마련한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는 ‘도시난민’ 이희성(35)씨는 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18 세계 주거의 날, 집 없는 사람들의 달팽이 행진’에 참가해 이렇게 말했다. 의류 전문가의 꿈을 꾸고 서울로 상경했던 이씨는 2015년 서울 성동구 재개발에 따른 강제 철거로 집을 잃었다. 집이 없는 그는 주민등록이 말소돼 거주불명자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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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인권’
‘집은 인권’ 빈곤사회연대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 시민사회종교단체 활동가 등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동상 앞에서 열린 주거의 날 맞이 주거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 후 달팽이 행진 퍼포먼스로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뉴스1
이씨와 같은 주거 빈곤을 막고자 빈곤사회연대·홈리스행동·참여연대 등 24개 시민단체는 이날 국민의 주거권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집은 ‘사는 곳’이 아니라 부동산 상품인 ‘사는 것’으로 변질돼 주거가 권리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혜민 스님은 “집을 포기하는 서민들이 슬프고, 집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아프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집 없는 서민이 우대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내놓은 주거 정책을 보면 서민을 위한 정책인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집회에 참가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스님 20명은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 앞 분수대까지 양 팔꿈치와 무릎, 이마 등 몸의 다섯 부분이 땅에 닿도록 절하는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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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거의 날(10월 첫째 주 월요일)을 기념해 24개 시민사회단체가 3일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한 ‘2018 세계 주거의 날, 집 없는 사람들의 달팽이 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주거권 보장을 촉구하며 달팽이 등껍질 모양 박스를 메고 엎드려 기어가고 있다. 이날 120여명이 각각 오체투지(3보 1배)와 달팽이 행진으로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까지 갔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세계 주거의 날(10월 첫째 주 월요일)을 기념해 24개 시민사회단체가 3일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한 ‘2018 세계 주거의 날, 집 없는 사람들의 달팽이 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주거권 보장을 촉구하며 달팽이 등껍질 모양 박스를 메고 엎드려 기어가고 있다. 이날 120여명이 각각 오체투지(3보 1배)와 달팽이 행진으로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까지 갔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오체투지 행렬 뒤로는 집을 짊어지고 사는 달팽이 모양의 상자를 멘 참가자 100여명이 엎드린 채 뒤를 따랐다. 주최 측은 “땅과 집을 둘러싼 탐욕에 맞서 달팽이처럼 온몸을 땅바닥에 붙이며 천천히 주거권 보장을 위해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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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의 날인 3일 서울 광화문에서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18.10.3  박지환 기자 popopocar@seoul.co.kr
주거의 날인 3일 서울 광화문에서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18.10.3
박지환 기자 popopocar@seoul.co.kr
참가자들은 행진이 끝난 뒤 청와대 민원실에 요구안을 냈다. 요구안에는 전·월세 상한제, 장기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주거 취약계층 주거 지원 확대, 강제 퇴거 금지 등이 담겼다.

‘세계 주거의 날’은 국제연합(UN)에서 주거가 기본 인권임을 널리 인식시키고자 1986년 제정한 국제 기념일로, 매년 10월 첫째 주 월요일이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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