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에세이] 남북 경협,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입력 : ㅣ 수정 : 2018-07-03 22:57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최근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있었다. 한반도의 냉전 분위기가 급속하게 반전되고 있다. 다행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정제되지 않은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북핵이나 미사일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도 아닌데 국방비 감축, 북방한계선(NLL) 문제, 자유 왕래, 취업 교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심지어 통일이 코앞에 다가온 것처럼 평화 무드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 때도 있었다. 그러나 성과 없이 정치적 이벤트로 지나갔다.
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 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차분하게 생각해 보자. 큰 틀에서 북한은 어떤 경로를 밟든 개방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때가 됐다. 핵 해결 회담은 계기일 뿐이다. 시기와 폭이 문제다. 따라서 남북 협력의 구체적인 방안을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 현재 논의되는 각종 협력 아이디어는 성숙하지 못하고 아전인수 격이어서 걱정이 된다. 특히 경제협력 분야에서 핵심적인 대목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남북 간 경제협력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을 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철도, 고속도로, 발전소 등을 남한의 회사들과 전문인력이 북한에 대거 진출해 건설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중국 기업들이 대부분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우리가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구경꾼 처지만 될 것이다.

북한이 개방을 한다면 중국이나 베트남 모델을 따르게 된다. 공산당 지배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 발전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북한은 중국이 공산당 체제하에서 성공적으로 국가 발전을 추진한 것을 잘 알고 있다. 김정은은 시진핑과 최근 세 차례나 만나 친밀함을 과시했다. 이는 앞으로 모든 면에서 중국과 더욱 밀접하게 협력하겠다는 자연스런 표현이다.

북한에는 체제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권력자가 바뀌더라도 마찬가지다.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에는 체제에 대한 자존심도 포함된다. 때문에 70여년 동안 체제 경쟁을 해 왔던 남한의 회사나 전문가들이 북한에서 활개치고 다니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체제에 금이 가는 일이다. 그리고 주민 관리에도 적잖은 장애 요인이라 생각할 것이다. 중국과 같이 동일한 정치 체제를 가진 나라들이 편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가격 등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유리하다.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우리 아니면 안 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정서면에서도 북한은 핵과 미사일 기술 등의 자존심을 전체 기술 측면에 확대해석해 자기네 기술이 우리에 비해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중국 다음 자리가 있다면 러시아나 일본 등이 아닐까.

우리가 설 자리는 넓어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는 쌀이나 비료 지원,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운영 등을 협력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업들은 폐쇄적으로 운영돼 일반 북한 주민들은 알지 못했고 식량 지원 외에는 모두 우리가 아쉬워 추진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말하자면 우리가 간청해서 베풀어 준 사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개방되더라도 이런 방식 정도만 가능하지 않을까. 같은 민족이라는 우리 쪽의 감성은 김칫국을 먼저 마시는 일이다.

지나친 우려일지는 모르나 북한은 전략상 남한의 안보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유지하려 할 것이다. 남한의 방식은 늘 경계의 대상이지 선호의 대상은 아니다. 따라서 경제 개발에서 체제를 대표하는 정부 협력 방식은 상당히 힘들 것이다.

경제협력은 순수 민간 베이스로 해야 한다. 민간 기업도 남한의 단독 기업보다는 북한이나 중국 등과의 합작 기업이나 해외 동포들을 활용하는 방안이 좋을 것이다. 정부는 우리 기업이 북한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본적이고 장기적인 작업을 해야 한다. 최근 개방한 공산국가들의 고위 간부들이 가진 영향력은 상당하다. 이들과의 관계는 오랜 시간과 은밀함이 필요하다. 민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치밀하게 미래를 준비해야 남북 협력에서 우리의 참여가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다.
2018-07-04 29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

/

    2019수능

서울Eye - 포토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