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얼굴과 장소에는 역사가 새겨져 있다’: 역사는 흘러간 시간의 흔적이다. 이런 점에서 역사적 탐구는 그것을 잊지 않고 어떻게든 기억하여 지켜내려는 싸움이기도 하다. 얼굴에는 한 사람이 지나온 나날이, 장소에는 한 공간이 품어낸 과거가 오롯하게 담겨 있다. 그 자체로 얼굴과 장소는 역사다. 곧 역사적 탐구의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③ ‘다양한 표정을 얼굴과 장소가 짓는다’: 얼굴에는 여러 가지 표정이 드러난다. 이것을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장소도 색색의 표정을 갖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해명이 불가피하다. 장소가 표정을 짓는다는 것은 그곳에 감각적 정서가 내포돼 있다는 의미다. 어딘가에서 유독 포근한 느낌을 받은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지 않을까 싶다. 장소는 단순한 땅덩이가 아니다. 사람과 교감한다.
예컨대 바르다와 JR은 곧 철거될 광산촌에 가 마지막까지 이곳을 지키고 있는 자닌을 만나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그녀의 사진을 비롯해, 예전에 여기에서 일했던 광부들의 사진을 커다랗게 인화해 담벼락에 붙였다. JR은 이야기한다. “우린 광부들을 기리고 최후의 저항자 자닌의 얼굴을 자택에 붙여 그녀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는 일상이 예술화된 한 가지 사례다. 그때의 얼굴과 장소는 분명 고유하고 역사적이다. 또한 숭고한 표정을 짓는다. 이외에도 얼굴과 장소의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하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