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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 건물 건설 대가? 中 5년간 도청·해킹

AU 건물 건설 대가? 中 5년간 도청·해킹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8-01-30 17:48
업데이트 2018-01-3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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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보도… “AU 사실 알고도 中 관계 틀어질까 쉬쉬”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지만, 기밀 자료가 담긴 파일은 쉴 새 없이 8000㎞ 떨어진 상하이로 전송된다. 컴퓨터 서버는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 이상한 활동을 한다.”
중국이 2억 달러를 들여 건설해 준 아프리카연합(AU) 건물. 중국은 2012년 완공 직후부터 5년 동안 이 건물을 매개로 이뤄지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통신을 해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비시 중문망 캡처
중국이 2억 달러를 들여 건설해 준 아프리카연합(AU) 건물. 중국은 2012년 완공 직후부터 5년 동안 이 건물을 매개로 이뤄지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통신을 해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비시 중문망 캡처
29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폭로한 중국의 ‘아프리카연합’(AU) 건물 해킹을 묘사한 문장이다. 르몽드는 “2012년 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AU 건물 안의 모든 컴퓨터 자료가 상하이로 매일 새벽 전송됐다”면서 “AU는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질 것을 우려해 1년 동안 이 사실을 쉬쉬했다”고 밝혔다. 르몽드에 따르면 AU는 중국의 해킹 사실을 적발한 뒤 비밀리에 서버를 새로 설치했으며, 중국의 전자장비 지원을 거절했다. 50개 AU 회원국 사이의 전자통신도 새로 암호화하는 한편 전자통신이 건물이 위치한 에티오피아의 전산시스템을 통하지 않도록 했다.

●中, 건물 완공 후 도로·철도 건설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우주선 모양의 AU 건물은 중국과 아프리카 간 우호의 상징이자, 아프리카에서 패권적 위치를 차지하는 중국의 위상을 잘 나타내는 징표다. 중국은 2억 달러(약 2140억원)를 들여 2012년 1월 이 건물을 완공한 뒤 AU에 무상으로 줬다. 빌딩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의 제1언어는 중국어이고, 제2언어가 영어, 제3언어는 프랑스어다. 건물 완공 이후 중국은 파죽지세로 아프리카 곳곳에서 도로와 철도 인프라를 깔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5년 “아프리카 대륙에 600억 달러(약 64조원) 규모의 원조와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건물 완공과 동시에 중국이 AU를 매개로 이뤄지는 회원국들의 통신을 도청하고 AU 서버를 해킹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국영회사인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가 건축을 맡았고,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의 통신망을 중국 업체인 화웨이와 중싱(中興·ZTE)이 도맡아 건설했기 때문이다. AU 조사팀은 책상과 벽에 감춰져 있는 마이크로폰까지 찾아 제거했다.

●中 외교부 “근거 없는 가짜 뉴스”

AU에 파견된 아프리카 외교관들은 중국의 해킹 사실에 분노를 표하고 있지만, 정작 연맹 의장인 르완다 대통령 폴 카가메는 “첩보 활동이 중국의 전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AU 건물에서 첩보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중국은 펄쩍 뛰고 있다. 쾅웨이린(曠偉霖) AU 주재 중국대사는 “르몽드 기사는 터무니없는 오보”라면서 “중국과 AU 관계에 영향을 미치려는 서방의 의도가 잘 드러난다”고 반박했다. 중국 외교부도 “근거가 없는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세계 각국은 중국의 해킹과 첩보 활동에 더 강한 경계심을 품을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와 ZTE의 자국 진출을 금지하고 있는 미국은 중국의 해킹 시도를 차단하고자 5세대(G)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국영화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8-01-3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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