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 “‘어금니 아빠’ 심리적 노출증…소아성기호증 의심”

프로파일러 “‘어금니 아빠’ 심리적 노출증…소아성기호증 의심”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17-10-11 08:18
업데이트 2017-10-1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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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이 살인 혐의를 시인했다. 이씨 딸은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건네고 시신을 내다 버리는 데 동참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금니아빠 이영학 트위터
어금니아빠 이영학 트위터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중랑경찰서는 10일 “이씨가 딸 친구 A양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실을 시인했다. 범행동기와 살해 방법에 대해서는 진술을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 딸은 집으로 찾아온 A양에게 수면제를 건넸고, A양이 숨진 뒤에는 이씨와 함께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A양 혈액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감정 결과를 회신받았다.

이씨 딸은 경찰에서 “A에게 ‘집에서 영화를 보고 놀자’고 해 집으로 데려와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하고 나가서 다른 친구들과 놀다 집에 들어오니 A가 죽어 있었다. 아버지로부터 ‘내가 죽였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씨 딸과 A양은 초등학교 때 친하게 지낸 사이였고, 과거에도 이씨 집에 여러 차례 놀러온 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사망한 부인이 생전 좋아했던 아이라는 이유로 A양을 부르라고 딸에게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 딸은 A양이 집으로 찾아오자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건네 마시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면제는 불면증에 시달리던 이씨가 집안에 다수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씨 딸이 A양에게 수면제를 먹이기로 전날 아버지 이씨와 모의했으나, 살인행위로 이어질 것을 딸이 알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씨 딸은 이후 A양 시신을 검정 여행용 대형 가방에 담아 이씨와 함께 차량에 싣고 강원도 영월 야산에 버렸다고 경찰에 자백했다.

숨진 A양 시신 부검 결과 성폭행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이씨에게서 그와 관련한 성적 취향도 확인된 바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또 이씨가 과거 지적·정신장애 2급 판정을 받은 것을 확인했다. 이씨는 숨진 아내 영정사진을 들고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거나 아내 시신을 염할 때 아내 몸에 입 맞추는 등 다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이씨는 이와 함께 트위터 등 SNS에서 청소년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자신이 해결해주겠다는 취지로 말하거나 상담을 해준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씨가 범행 당시에도 장애 등급이 2급 정도였던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장애) 등급을 받았다고 해도 증세가 호전될 수도 악화할 수도 있다. 현재로써는 그 정도(2급)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씨가 인터넷에 올린 글들을 보면 차량 튜닝 관련 전문 용어를 사용하거나 애견 관련 지식을 드러내며 정신장애로 볼 수 없는 정황이 발견되고 있다.

프로파일러 출신의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범행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 사람의 심리적 특성을 봐야 알 수 있다. 삶이 일종의 거짓과 과장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심리적 노출증 환자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배상훈 교수는 “말하자면 일종의 쇼윈도 가족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다른 사람의 관심을 통해서 경제적 이득과 특정한 형태의 이득을 얻으면서 계속 거짓을 쌓아가는 사람, 이렇게 보고 그것 때문에 특정한 형태로 생활이 반복되는 상습적인 형태의 거짓된 생활이 반복되는 사람이라고 봐야 맞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성년자인 딸 친구 살해 혐의에 대해서도 배 교수는 “소아성기호증과 관련돼 있지 않았을까라는 것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특정 연령대의 청소년에 대한 성적 접근 부분이 혹시 동기가 되지 않았을까. 이런 부분을 의심하고 있다”며 추측했다.

이어 “이씨가 전체적인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딸 아이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적극적으로 동조했다기보다는 그냥 따라가면서 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면서 “(이씨가) 자신의 의도를 정확히 알고 거기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병과 상관없이 일종의 인격장애에 가깝다. 다른 사람의 관심을 먹고 사는 셀럽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일탈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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