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단독] 서울마당 시민들 가슴에 詩 흩뿌렸다

[단독] 서울마당 시민들 가슴에 詩 흩뿌렸다

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입력 2017-07-18 23:34
업데이트 2017-07-19 03:1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서울신문 창간 113주년 ‘한여름 밤 광화문 시 낭독회’

절창(絕唱)이 흘러넘치는 밤이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시인, 배우, 소리꾼들이 메마른 도심 저녁을 시와 노래로 물들였다.
여름밤 광화문에 퍼진 시인들의 노래… 본사 ‘시 낭독회’ 성황
여름밤 광화문에 퍼진 시인들의 노래… 본사 ‘시 낭독회’ 성황 “언제쯤 나는 나를 다 지나갈 수 있을까/장마를 끌고 온 구름의 거대한 행렬이/천천히 너 없는 공간을 지나가고 있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8일 서울 광화문 서울신문사 앞 서울마당에서 열린 ‘한여름 밤 광화문 시 낭독회’ 무대에 올라 자신의 시 ‘저녁 구름’을 낭송하고 있다. 서울신문 창간 11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시 낭독회에서는 고은, 신경림, 정현종, 이근배, 신달자, 안도현, 함민복, 정끝별, 곽효환 등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 10명과 박정자, 손숙 등 우리 시대 최고의 연극배우가 광화문의 밤하늘과 700여명 시민들의 가슴에 시를 뿌렸다. 명창 안숙선, 소리꾼 장사익의 특별 공연에도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내빈으로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도 인사를 위해 무대에 올랐다가 김수영 시인의 ‘여름밤’을 깜짝 선사했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창간 113주년을 맞아 서울신문사가 18일 서울 중구에 자리한 사옥 앞 서울마당 특설무대에서 개최한 ‘한여름 밤 광화문 시(詩) 낭독회’에서다. 곽효환 시인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낭독회에서 고은, 이근배, 함민복, 신경림, 도종환, 안도현, 정현종, 신달자, 정끝별, 곽효환 등 10명의 시인이 자작시를, 박정자·손숙 등 대배우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명시를 낭송했다.

행사장에 마련된 300석의 좌석이 빼곡하게 들어찼고, 서울마당 잔디밭에 앉거나 서서 관람하는 시민들도 400여명에 달했다.
18일 서울신문 창간 11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 서울신문사 앞 서울마당에서 ‘한여름 밤 광화문 시 낭독회’가 열렸다. 시인들의 시 낭송에 앞서 축하 인사를 전한 박원순 서울시장.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18일 서울신문 창간 11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 서울신문사 앞 서울마당에서 ‘한여름 밤 광화문 시 낭독회’가 열렸다. 시인들의 시 낭송에 앞서 축하 인사를 전한 박원순 서울시장.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18일 서울신문 창간 11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 서울신문사 앞 서울마당에서 ‘한여름 밤 광화문 시 낭독회’가 열렸다. 자작시 ‘어느 전기’를 낭송한 고은 시인.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18일 서울신문 창간 11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 서울신문사 앞 서울마당에서 ‘한여름 밤 광화문 시 낭독회’가 열렸다. 자작시 ‘어느 전기’를 낭송한 고은 시인.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18일 서울신문 창간 11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 서울신문사 앞 서울마당에서 ‘한여름 밤 광화문 시 낭독회’가 열렸다. 자작시 ‘정릉동 동방주택에서 길음시장까지’를 들려준 신경림 시인.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18일 서울신문 창간 11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 서울신문사 앞 서울마당에서 ‘한여름 밤 광화문 시 낭독회’가 열렸다. 자작시 ‘정릉동 동방주택에서 길음시장까지’를 들려준 신경림 시인.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박원순 시장, 깜짝 시 낭독 선물도

시인들에 앞서 무대에 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마당이 앞으로 밤마다 시 낭송과 음악이 흐르는 곳이 되길 바란다”며 축하 인사를 건넨 뒤 깜짝 선물로 김수영 시인의 ‘여름밤’ 이라는 시를 읊어 분위기를 띄웠다. “지상의 소음이 번성하는 날/하늘의 소음도 번쩍인다/여름은이래서 좋고 여름밤은/이래서 더욱 좋다.”

그의 축시로 열린 본격 무대는 더욱 ‘번성’했다. 고은 시인이 자신의 대표 시 ‘어느 전기’를 들고 섰다. “나의 노래는 누구의 환생이었다/또한 나의 노래는/불멸이 아니라/소멸의 노래였다.”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가 무색하게 우렁찬 목소리가 어스름한 저녁을 채우자 박수가 곧장 터져나왔다.
18일 서울신문 창간 11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 서울신문사 앞 서울마당에서 ‘한여름 밤 광화문 시 낭독회’가 열렸다. 본인의 시 ‘저녁 구름’을 읊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18일 서울신문 창간 11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 서울신문사 앞 서울마당에서 ‘한여름 밤 광화문 시 낭독회’가 열렸다. 본인의 시 ‘저녁 구름’을 읊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시인으로 처음 장관직에 오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고른 시는 ‘저녁 구름’이었다. “언제쯤 나는 나를 다 지나갈 수 있을까/장마를 끌고 온 구름의 거대한 행렬이/천천히 너 없는 공간을 지나가고 있었다.”

정현종 시인은 지난겨울 어머니의 양수처럼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의 열망을 품고 새로운 시작을 알린 광장의 정신을 시로 전했다. 시인은 “비무장지대(DMZ)의 황금보라 불리는 저수지를 보고 남한과 북한이 통일을 통해 새로운 나라로 탄생할 수 있는 양수라는 생각을 했었다”면서 “시를 낭송하는 무대와 멀지 않은 광화문 광장이 품은 정신과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에 이 시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시인의 노작 ‘황금태’의 배경을 그의 육성으로 직접 들을 수 있는 귀한 자리였다.
18일 서울신문 창간 11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 서울신문사 앞 서울마당에서 ‘한여름 밤 광화문 시 낭독회’가 열렸다. 서정주의 시 ‘신부’를 낭송한 연극배우 박정자.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18일 서울신문 창간 11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 서울신문사 앞 서울마당에서 ‘한여름 밤 광화문 시 낭독회’가 열렸다. 서정주의 시 ‘신부’를 낭송한 연극배우 박정자.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연극배우 박정자와 손숙의 무대는 한 편의 모노드라마였다. 박정자는 소리꾼 박정욱과 같이 올랐다. 그는 특유의 중저음으로 서정주의 시 ‘신부’를 읊어 감정을 한껏 끌어올리더니 이어 소리꾼에게 무대를 양보해 “매운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은” 신부의 애절함을 다른 버전으로 들을 수 있는 무대를 선사했다.

연극배우 손숙 역시 생황 연주가 김효영의 구성진 소리에 맞춰 노천명의 시 ‘남사당’을 읊으며 운치를 더했다. 특히 중간 무대를 장식한 안숙선 명창과 이날 밤의 대미를 책임진 소리꾼 장사익의 구성진 절창이 깊어가는 여름밤의 흥취를 돋웠다.

자리를 꽉 채운 시민들은 너도나도 “문학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뜻깊은 행사”라고 평가했다. 문인들도 상당수 자리했다. 대선배들의 낭송을 듣기 위해 이날 행사를 찾은 시인 이수인은 “시 낭송을 위한 이런 큰 행사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오늘 행사에 참석하신 분들이 평소 뵙기 힘든 분들인데, 모처럼 눈과 귀가 호강했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광화문 서울신문사 앞 서울마당에서 열린 ‘한여름 밤 광화문 시 낭독회’의 마지막을 장식한 소리꾼 장사익의 특별 공연이 서울신문 전광판을 통해 실황 중계되고 있다. 장사익은 천상병 시인과 기형도 시인의 시를 노래로 만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엄마 걱정’ 등을 불러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18일 서울 광화문 서울신문사 앞 서울마당에서 열린 ‘한여름 밤 광화문 시 낭독회’의 마지막을 장식한 소리꾼 장사익의 특별 공연이 서울신문 전광판을 통해 실황 중계되고 있다. 장사익은 천상병 시인과 기형도 시인의 시를 노래로 만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엄마 걱정’ 등을 불러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안숙선 명창·장사익 절창 흥취 돋워

한편 이날 본사 창간행사에 많은 내빈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바른정당 김세연·지상욱 의원과 더불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참석했다. 경제계에서는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 부회장,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 노승만 삼성물산 부사장, 여은주 GS그룹 부사장, 이화원 현대기아차그룹 전무, 임수길 SK이노베이션 전무, 배선용 대림그룹 전무, 허태열 GS건설 전무, 신홍섭 KB금융지주 전무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서울 자치단체장은 최창식 중구청장,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등이 자리했으며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 한경아 한국방문위원회 사무국장 등도 참석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2017-07-19 2면

많이 본 뉴스

22대 국회에 바라는 것은?
선거 뒤 국회가 가장 우선적으로 관심 가져야 할 사안은 무엇일까요.
경기 활성화
복지정책 강화
사회 갈등 완화
의료 공백 해결
정치 개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