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백년대계 정책 밀어붙이기식 안 돼” 한수원 “주민 피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

노조 “백년대계 정책 밀어붙이기식 안 돼” 한수원 “주민 피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

박정훈 기자
박정훈 기자
입력 2017-07-13 23:08
업데이트 2017-07-13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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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 현장 이모저모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13일 오후 3시 경북 경주 본사에서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공사 일시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열려고 했으나 한수원 노조원들이 회의장 건물 진입을 봉쇄하고 나서면서 회의가 무산됐다. 신고리 5, 6호 건설 부지인 울산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도 본사로 몰려왔고 경찰 병력도 대거 배치되면서 본사 주변엔 ‘전운’마저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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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들어갑니다”
“못 들어갑니다” 조성희(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 의장이 13일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일시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경북 경주시 한수원 본사로 들어가려다 농성 중이던 한수원 노조원들에게 저지당하고 있다.
경주 이호정 전문기자 hojeong@seoul.co.kr
●입구마다 10~20명씩 철통봉쇄

한수원 김병기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본사와 한울·한빛·월성·고리원자력본부 노조원 150여명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이사회 개최 장소인 본사 본관 로비에서 ‘대책 없는 탈원전정책 즉각 포기하라’는 등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며 이사들의 건물 진입을 막았다. 또 지하 입구 2곳과 2층 입구 3곳에도 노조원을 10~20명씩 배치해 ‘철통 봉쇄’를 했다.

오후 3시 5분쯤 승합차를 타고 한수원에 도착한 비상임이사(사외이사) 7명은 차에서 내려 건물에 들어가려 했으나 막아선 노조원들을 뚫지 못하고 진입에 실패했다. 이사들은 결국 15분 만에 승합차를 타고 인근 홍보관으로 이동, 대기했다.

이어 비상임이사 7명은 오후 4시 40분쯤 재차 본관 건물 진입을 시도했으나 막아선 노조의 봉쇄망을 뚫지 못한 채 진입 시도 5분 만에 다시 승합차로 자리를 떠났다. 조석진 한수원 홍보실장은 오후 5시 기자들에게 “조성희 이사회 의장이 오늘은 더이상 이사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며 “향후 이사회 개최 일정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이사회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으로 성립하고 재적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날 재적이사 13명(상임이사 6명, 비상임이사 7명) 중 상임이사 3명은 먼저 본관 건물에 들어가 있었다. 상임이사 6명 중 나머지 3명은 잠시 나갔다가 노조원들의 건물 봉쇄로 비상임이사들처럼 다시 들어오지 못했다. 김 노조위원장은 “백년대계인 에너지정책을 일부 환경단체의 요구만 듣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주민 400여명 오전부터 반대 집회

이날 한수원 정문 앞에는 서생면에서 온 주민 400여명이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서생 주민들은 1, 2차로 나눠 오전 8시 울산에서 출발해 9시 30분쯤부터 한수원 본사 앞에 집결했다.

이관섭 한수원 사장은 본관 옆 어울림관에서 서생 주민 대표 등을 만나 입장을 밝혔다. 이 사장은 “정부 방침에 따라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 판단을 받아보자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며 “만약 공사를 중단하더라도 주민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본사 안팎에 10여개 중대 800여명을 배치했고, 상황이 끝난 오후 5시부터 철수했다. 한편 한수원 이사회는 당초 고지된 장소가 아닌 곳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어도 규정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2017-07-1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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