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안 마주친 핏줄
직권남용,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시호(왼쪽)씨가 지난달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같은 재판정에 출석한 장씨의 이모 최순실씨. 사진공동취재단
장씨가 자신의 차명 회사로 알려진 스포츠 마케팅 회사 ‘더스포츠엠’(SPM)의 대표는 한모씨였지만, 실제 운영자는 최씨라고 자필 진술서에 적었다고 TV조선이 지난 13일 보도했다.
14일 보도 내용에 따르면 장씨는 “SPM을 설립하라”는 최씨의 지시로 회사를 만들었고 “‘KT 스키단’과 ‘동계스포츠단’ 창단 등이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포츠단 창단과 관련해 최씨가 “삼성 때와 같이 어디에선가 연락이 올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KT 측에서 연락이 왔다고 장씨는 진술서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KT 측의 반대로 KT 스포츠단 창단은 성사되지 못했다. 장씨는 “이후 최씨가 ‘한 대표가 어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쫓아냈다”고 밝혔다. 또 “최순실 지시로 삼성동 일대에 회사를 만들고, 그 위에 최순실 집무실을 만들고 (중략) 기획안 등을 만들어 최순실에게 제출하였으며”라는 내용도 진술서에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도표까지 그려가며 이런 정황을 설명했다. 최씨가 SPM의 숨은 주인이고 장씨는 그림자, 최씨 지시로 대표에 선임한 한씨는 바지사장이었다고 표현한 도표였다. 장씨는 SPM 돈으로 최씨가 독일 비행기표를 구매했다며 날짜까지 제시했다.
장씨는 진술서를 통해 “최씨가 SPM을 통해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의 이권을 노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지난해 12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모가 (영재센터를) 만들라고 해서 지원서를 만들어 드렸고 계획서를 김종 전 문체부 차관에게 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최씨 측 변호인은 지난달 17일 열린 최씨 등의 1차 공판에서 “영재센터 직원들은 장씨가 업무지시 및 자금관리 운영 등을 했다고 진술했다”면서 “실질적으로 장씨가 영재센터를 좌지우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