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운전하며 포켓몬고, 만취 주행보다 위험

[단독] 운전하며 포켓몬고, 만취 주행보다 위험

강신 기자
강신 기자
입력 2017-02-08 23:04
업데이트 2017-02-09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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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열풍… 시뮬레이션 해 보니

위험 인지반응시간 4.11초
만취 상태 3.85초보다 느려
마을버스와 정면충돌할 뻔
‘운전 중 적발’ 2주간 102명
서울신문 기자가 8일 서울 서초구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교육장에서 가상 운전 장치에 앉아 포켓몬고 게임을 하면서 운전하고 있다. 잠깐 게임 화면을 본 사이 유리창이 깨지는 사고가 났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서울신문 기자가 8일 서울 서초구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교육장에서 가상 운전 장치에 앉아 포켓몬고 게임을 하면서 운전하고 있다. 잠깐 게임 화면을 본 사이 유리창이 깨지는 사고가 났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증강현실(AR)게임 ‘포켓몬고’가 출시된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6일까지 2주간 차량 운전 중 포켓몬고 게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된 사람은 무려 102명이다. 이들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위반으로 범칙금 6만원, 벌점 15점을 부과받았다. 다행히 아직 교통사고는 없지만 경찰은 포켓몬고가 음주운전이나 난폭운전처럼 ‘도로 위의 흉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운전 중 게임의 위험성을 알아보기 위해 8일 서울 서초구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교육장에서 기자(33·무사고 운전 3년)와 공단 소속 강진영(33·무사고 운전 13년) 대리가 ▲포켓몬고 이용하며 운전하기 ▲카카오톡 문자 주고받으며 운전하기 ▲전화통화하며 운전하기 ▲음주 상태로 운전하기 등 네 가지 비정상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운전실험을 벌였다. 그 결과 ‘운전 중 포켓몬고’의 위험성은 전화통화나 문자 주고받기 차원을 넘어 음주운전에 필적할 만큼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가 주행을 시작하자 곧이어 휴대전화가 울리며 시뮬레이션 기계 인근에 포켓몬이 출현했음을 알렸다. 본능적으로 어떤 포켓몬인지 잠시 확인했는데 갑자기 무단횡단을 하는 어린이를 발견하지 못해 치었다. 가상실험이지만 식은땀이 났다. 10분 뒤엔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는 마을버스와 정면으로 충돌할 뻔했다. 진동이 올 때마다 휴대전화를 보느라 끊임없이 한쪽 손을 움직였다.

결과적으로 도로 위의 위험물을 기자가 발견해 브레이크를 밟을 때까지 인지반응시간은 4.11초였다. 사고를 한 차례 냈고, 신호위반 한 번에 속도위반은 6회나 저질렀다. 반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10분간 운전에만 집중했을 때는 속도위반만 한 번 했을 뿐이었다. 인지반응시간도 1.51초로 포켓몬고를 했을 때의 절반도 안 됐다. 이후 음주운전(면허취소 기준·혈중알코올농도 0.1%) 상황으로 세팅하자 주행 화면이 흔들렸고, 핸들이 다소 불안정하게 움직였다. 그래도 인지반응시간은 3.85초로 포켓몬고를 할 때보다 빨랐다. 교통사고는 없었고 교통법규 위반은 정지선 위반(1회)과 속도위반(4회)만 있었다. 이후 전화통화를 하면서 운전할 때 인지반응시간은 3.13초였고, 카카오톡을 할 때는 2.8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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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물이 나타나고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을 때까지 차량이 나간 거리(공주거리)는 포켓몬고를 할 때 57.47m로 가장 길었고 음주운전(56.98m), 전화통화(51.1m), 카카오톡(48.61m) 순이었다. 운전에만 집중했을 때는 19.01m였다.

강 대리의 경우는 음주 상황에서 인지반응시간이 3.43초로 가장 길었지만, 포켓몬고를 할 때는 2.1초로 카카오톡(1.95초)이나 전화통화(1.84초)를 할 때보다 반응이 느렸다. 또 운전에만 집중했을 때(1.39초)보다 51.1% 느렸다. 사고와 법규 위반은 음주운전이 9회로 가장 많았고, 포켓몬고와 전화통화가 7회로 같았다.

정월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시속 80㎞로 운전하다가 1초만 한눈을 팔아도 자동차는 무방비 상태로 23m를 전진한다”며 “포켓몬고는 반복적으로 장시간 운전자의 시선을 빼앗기 때문에 카카오톡 송수신이나 전화통화보다도 훨씬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7-02-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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