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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연설문 유출’ 대통령 사과·최순실 논란…법적 처벌 어디까지

‘靑연설문 유출’ 대통령 사과·최순실 논란…법적 처벌 어디까지

입력 2016-10-25 17:51
업데이트 2016-10-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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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홍보물 포함…대통령기록물·공무상 비밀·적용법령 등 쟁점

현 정부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60)씨가 박근혜 대통령의각종 연설문을 사전에 열람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미르·K스포츠재단 사태가 청와대 기밀 유출·누설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25일 오후 대국민 사과를 통해 취임 후 최씨에게 일부 자료들에 대한 의견을 물은 적이 있다고 관련 의혹을 부분적으로 시인하면서 파문이 커지는 양상이다.

해당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는 관련 파일이 든 태블릿PC를 검찰에 제출하며 수사를 의뢰했고 시민단체도 이 사안을 검찰에 고발해 향후 검찰 수사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 ‘대통령 연설문 유출’ 쟁점은

JTBC는 전날 최씨가 쓰던 사무실을 비우면서 건물 관리인에게 처분해달라며 두고 간 컴퓨터에서 44개의 박 대통령 연설문을 포함해 200여개의 파일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파일이 열린 시점은 박 대통령이 발언하기 전이었다며 최씨가 사전에 이를 받아보고 수정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는 게 보도 내용의 골자다.

청와대 내에서도 극소수만 열람이 가능한 대통령 연설문이 외부의 특정 개인에게 사전 유출됐다는 게 사실이라면 그 자체로 심각한 ‘국기 문란’으로 받아들여진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이를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주요 쟁점은 유출됐다는 연설문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지, 해당 내용이 공무상 비밀인지 등이다.

2007년 제정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대통령 권한 대행 및 당선인 포함)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 대통령 본인이나 보좌·자문·경호기관이 생산·접수·보유하는 기록물 및 물품’으로 정의한다.

이를 무단으로 유출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법조문 해석상 연설문 등도 역시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다. 연설문은 대통령 당사자 또는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 등 보좌진이 대통령 직무 수행과 관련해 작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연설문 가운데는 청와대 비서진 교체 등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 ‘국무회의 말씀 자료’ 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선 대통령 말씀 자료나 연설문이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공개되는 문서라고 하더라도 발언 이전에 이를 외부로 유출하거나 그 내용을 누설했다면 처벌된다는 견해가 있다. 내용보다는 시점과 행위가 문제라는 것이다.

◇ 대통령 사과…처벌 사유 될 수 있나

이런 견해를 따른다면 연설문·홍보물 등을 유출한 자, 이를 열람한 자 모두 처벌 대상이다.

권한 없이 문서를 받아본 최순실 씨의 경우 유출·누설·열람한 행위로 인해 대통령기록물 등 관련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본인이 직접 유출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 공범으로 볼 수 있다거나, 법 적용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박 대통령이 문서 유출에 관여했다면 원론적으로 역시 처벌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에서 ▲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홍보 분야에서 선거운동이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고 ▲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으며 ▲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에는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 및 보좌체제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은 헌법상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특권이 있다.

따라서 구성요건, 위법성, 책임 등의 요건에 따라 혹여 범죄가 성립한다고 해도 처벌의 대전제인 소추 조건이 성립하지 않는다.

◇ 실제 적용 사례는…“판단 쉽지 않아”

법조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 연설문 내용이 기밀인지 여부를 떠나 대통령 직무와 관련된 문서를 의도적으로 외부로 유출한 행위 자체에 방점을 두고 처벌 여부를 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더라도 재판에 넘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법원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여부에 그동안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왔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이나 ‘정윤회 문건 유출’과 관련해 기소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게 대표적이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관련 자료가 대통령의 수정 지시가 내려진 초본에 불과하고 ‘생산이 완료된 문서’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선 여기에 더해 대통령기록물이 문서의 원본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추가했다. 처벌 대상을 너무 넓게 잡는, 법조문 해석의 지나친 확장 또는 유추 해석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최씨에게 넘어간 연설문이 수정 단계에 있거나 원본 파일이 아니라면 법적 처벌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적·도덕적 책임과는 별개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더욱 상세한 확인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는 견해도 있다.

공무상 비밀 누설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형법 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판례에 따르면 직무상 비밀은 반드시 법령에 의해 비밀로 규정됐거나 비밀로 분류·명시된 사항에 국한되는 건 아니다. 정치·군사·외교·경제·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정부나 국민이 객관적·일반적 입장에서 볼 때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으로서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된다. 즉, 실질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비밀 누설 처벌 조항은 공무원의 비밀엄수 의무 침해에 의해 위험하게 되는 이익(즉 비밀 누설에 의해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법원은 국가 기능이나 공적 업무 수행을 보호한다는 법익 등을 고려해 직무상 비밀 대상을 다소 넓게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조 전 비서관과 함께 기소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출신 박관천 경정에 대해 1심과 2심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윤회 문건 내용이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불과하다 해도 외부로 알려질 경우 청와대 비서실의 비위 예방이나 감찰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각종 의혹을 불러일으켜 국정 운영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을 유죄 이유로 언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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