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유해화학제품 제조사 ‘살인죄’ 추진 배경은

檢, 유해화학제품 제조사 ‘살인죄’ 추진 배경은

최지숙 기자
입력 2016-08-01 22:28
업데이트 2016-08-01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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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법령은 소관부처 제각각… 처벌도 벌금에 초점

美·獨·日 등 선진국 사례 분석
범죄 요건부터 개선 방안까지
전문가 자문 받아 폭넓게 검토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국내에서 처음 불거진 건 2011년이었다. 하지만 진상규명과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등 가해 업체 관련자에 대한 형사 처벌은 5년이나 지난 올해에야 이뤄졌다.

피해자와 유족들, 시민단체 등은 살인죄 적용을 요구했지만 검찰은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책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기소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법령에는 다수의 생활화학물질 규정이 있지만 소관부처와 관리 목적이 제각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환경부 등 주무부처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검찰은 이들 부처 공무원들을 소환 조사했지만 이들에 대한 직무유기 등 혐의 입증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관련 법규는 형사처벌보다는 손해배상 책임이나 과태료 등 벌금 처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같은 현행법상의 한계 때문에 제조자의 고의·과실을 입증해 살인죄로 기소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영유아와 임산부 등 780명이 사망하는 등 일종의 ‘집단 학살’(제노사이드)이 벌어졌는데도 ‘업무를 하다가 실수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를 적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연구용역 신청·계획서에도 “피해와 유해성 간의 인과관계를 자연과학적으로 확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살인죄 등의 구성요건 해당성을 검토해 제조자의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선진국 사례를 바탕으로 유해 생활화학제품 제조에 대해 ▲범죄 요건과 위법성 ▲책임조각사유와 항변 가능성 ▲형사정책적 개선 방안 등을 폭넓게 검토할 계획이다. 대상 국가는 미국과 캐나다,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이다.

국내외 화학물질 및 관련 제품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이와 동시에 실무자 워크숍과 전문가 자문회의 등도 개최하며 법 정비 방향을 모색할 방침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추가 피해자가 확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라도 책임자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법리 검토를 한다면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 “향후 법 개정을 통해 살인죄를 소급 적용해야 하고, 소급이 어렵다면 최소한 법 개정 이후 확인된 피해에 의거해 책임자들을 살인죄로 엄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2016-08-0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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