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블로그] 서울대생 도서관 대여 1위는 日소설이라는데…

[현장 블로그] 서울대생 도서관 대여 1위는 日소설이라는데…

명희진 기자
명희진 기자
입력 2016-06-05 22:50
업데이트 2016-06-06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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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대에 소설책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올해 들어 5일까지 가장 많이 대여한 책이 59명의 학생이 빌려 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나미야잡화점의 기적’입니다. 또 10위 안의 책 중에 소설이 4권이나 들어 있습니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 정유정의 ‘7년의 밤’, 요나스 요나손의 장편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등이 각각 7, 8, 10위였습니다.

●장편소설 ‘나미야잡화점의 기적’ 최다

소설책 바람이 신선한 변화로 거론되는 이유는 통상 수업 시간에 다루는 고전문학이나 사회과학 서적의 인기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2005년에는 ‘서양미술사’나 ‘양자역학’과 같은 순수 학술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교양 수업에서 권장한다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2013년과 2014년에 1위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6위로 떨어졌습니다. 역시 교양 수업에서 사용되는 아우리피데스의 ‘비극’도 지난해 대출 순위 1위였지만 올해는 일본 인기 소설에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밀렸습니다.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인문학 열풍’과 연관 지었습니다. 교과 수업보다 자신의 인생에 필요한 책을 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올해 상반기 대출 순위에서 공동 3위에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와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채사장)이 오른 것도 같은 이유라는 거죠.

●“인문학 열풍·팍팍한 학점 관리 영향”

반면 학생들이 교양 수업 권장 서적마저 잘 읽지 않아서 마니아층이 있는 소설이 대출 1위로 올라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취업 전쟁에 학점 관리하기도 힘든 대학 생활에서 제대로 된 책을 읽을 여유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는데요. 소설이라도 읽으면 다행이라는 겁니다. 올해 들어 5개월간 서울대생 1만 6000여명이 중앙도서관에서 빌려 본 책은 7만 6088권입니다. 한 명이 한 달에 평균 0.9권꼴로 약 한 권 가량 읽은 셈입니다.

어쩌면 서울대 학생들은 어려운 책을 읽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견일지도 모릅니다. 한 학생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울대생이라고 꼭 어려운 책만 읽나요. ‘꼰대’처럼 학벌 문화를 조장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6-06-0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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