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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약관 애매할 때, 요즘 법원은 고객 편

보험 약관 애매할 때, 요즘 법원은 고객 편

서유미 기자
서유미 기자
입력 2016-03-14 18:14
업데이트 2016-03-1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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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 감면 ‘약관 해석’ 맞소송 “여러 해석 가능할 땐 가입자 우선”

A씨는 2014년 8월 대학병원에서 유방 절제수술을 받았다. 이 병원은 A씨의 직장이 속한 학교법인 산하에 있는 의료기관이었다. 기업으로 치면 같은 그룹 계열사인 셈이다. 이에 따라 A씨는 교직원과 같은 진료비 감면 혜택을 받아 환자부담총액 5500만원 중 1500만원만 병원에 냈다.

A씨는 보험사에 감면 전 환자부담금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계약 약관에는 ‘보험자가 병원의 직원복리후생제도에 따라 의료비를 감면받을 경우에는 감면 전 의료비를 기준으로 계산한다’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사는 A씨가 실제로 납부한 1500만원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불했다. A씨가 항의하자 보험사는 “병원이 재단과 유관기관 등에 폭넓게 적용하는 할인제도까지 감안해 배상할 수는 없다”며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다. A씨도 이에 맞서 보험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4단독 김예영 판사는 “보험사가 A씨에게 254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약관의 취지는 병원의 직원복리 후생제도로 진료비를 감면받은 경우 보험회사로 그 혜택이 부당하게 이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인 직원이 진료비를 감면받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보험 약관 조항이 다의적으로 해석되거나 각각의 해석이 합리성이 있는 등 약관의 뜻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 사례처럼 약관 등 규정이 애매할 때 보험사 대신 고객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온 판결들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유가족이 보험사 측에 재해특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유가족의 손을 들어준 판결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9단독 임일혁 판사는 B씨의 유가족들이 모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을 달라며 낸 소송에서 “3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씨가 가입한 보험의 재해 특약에는 “보장 개시일보다 2년이 지난 뒤 자살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2007년 보험계약을 체결한 B씨는 2013년 사망했다.

보험사는 “자살은 재해에 해당하지 않고 약관 작성 과정에서 잘못 기재된 표현”이라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보험자가 특약의 보장 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자살한 경우에는 재해사망 보험금 지급 사유로 보는 게 작성자 불이익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5조 2항은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된다”고 정했다. 고객이 각종 사고 보험금을 허위로 청구해도 약관에 명시돼 있으면 보험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도 이 조항에 따른 결과다.

법원 관계자는 “약관은 대부분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정하지만 고객들은 이를 충분히 살펴보지 못하고 계약하는 현실을 재판부가 감안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16-03-1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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