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 살 버릇 여든 가는 ‘도박중독’ 공화국

[사설] 세 살 버릇 여든 가는 ‘도박중독’ 공화국

입력 2015-11-15 23:22
업데이트 2015-11-15 23:5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우리 국민의 도박 중독이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1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조사 결과 도박 중독을 경험한 20세 이상 성인은 207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성인 인구의 5.4%가 도박 중독에 빠졌다면 더 방치할 상황이 아니다. 이들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만큼 도박 몰입의 정도가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도박이 사회 병증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인터넷 환경의 발달로 최근에는 어린 나이에도 쉽게 온라인 도박에 손을 댈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다. 보사연의 조사도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온라인 게임으로 처음 사행활동을 접했다고 응답한 사람의 60%가 10대에 도박을 처음 경험했다고 답했다. 온라인 도박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여간 심각한 이야기가 아니다. 호기심에 입맛을 들인 세살짜리 도박 버릇이 여든까지 가고 있는 꼴이다.

불법 도박은 기상천외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스포츠 스타와 기업체 대표들이 폭력조직이 해외에서 불법운영하는 일명 ‘정킷방’에서 거액의 도박을 일삼아 충격을 줬다. 수백억원의 판돈이 국내 조폭들의 자금줄 노릇을 했다. 그뿐인가.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는 그 뿌리가 너무 깊어 손을 못 댈 지경이다. 서버 주소를 해외에 두고 있어 단속 자체가 어렵다. 올 상반기에만 경찰에 적발된 거래금액은 7560억원으로 2년 새 스무 배나 뛰었다. 불법 인터넷 도박 규모는 국방 예산의 절반인 26조원쯤이라고 한다. 오죽했으면 중국의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한국 이용자들을 ‘두구이’(賭鬼·도박귀신)라 조롱하겠는가.

도박은 자신도 모르게 중증으로 빠지는 데다 완치가 쉽지 않은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한 의료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도박 중독자가 병원을 찾아 전문치료를 받기까지는 평균 10년 이상 걸린다. 스마트폰·인터넷 도박의 확산 속도에 비하면 이를 단속·예방하는 대책은 걸음마조차 못 떼는 실정이다. 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는 전국을 통틀어도 10곳이 안 된다니 무방비 상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대로 뒀다가는 나중에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될지 모른다. 적극적인 예방 정책을 강구하고 도박 문화에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도 늘려야 한다. 도박 잠재 중독군으로 떠오른 청소년들을 특히 유념해 챙겨야 할 것이다.
2015-11-16 31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