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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진짜 얼굴을 싫어합니다

페이스북이 진짜 얼굴을 싫어합니다

김성호 기자
입력 2015-10-02 22:54
업데이트 2015-10-02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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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심리학/수재나 E. 플로레스 지음/안진희 옮김/책세상/296쪽/1만 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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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달은 흔히 동전의 양면에 비유된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삶이라는 이기의 혜택이 있는가 하면 과도한 탐닉과 오·남용의 부작용이 따른다. ‘소셜미디어의 거인’으로 불리는 페이스북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삶의 거의 모든 순간을 기록하는 하나의 방식이란 측면에서 빠른 소통과 참여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는 한편 인간관계의 소원함과 자기 정체성 소멸에 대한 비판이 즐비하다.

지난 8월 24일 페이스북 하루 이용자 수가 10억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날 하루 지구상의 7명 중 1명은 페이스북에 접속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금 병원에서는 페이스북과 관련해 부작용을 호소하는 상담자가 줄을 잇고 있다.

‘페이스북 심리학’은 기술의 발달 가운데 부작용과 그늘의 측면을 집중 분석해 눈길을 끈다. 미국의 소셜미디어 전문가이자 임상심리학자가 지난 3년간 모든 연령대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을 인터뷰한 사례를 정리했다. 대상자들은 10대 청소년을 비롯해 엄마, 의사, 교사, 심리학자,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 전문가 등 모든 계층과 부류가 포함됐다.

‘나는 페이스북 때문에 해고당했다. 우울증과 심한 요통을 이유로 병가를 냈는데, 그만 선탠과 파티를 즐기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사장님과 페친 사이라는 걸 깜빡했던 거다. 다시 출근했을 때 사장님은 날 해고했다.’ ‘페이스북에서 가장 불쾌했던 것은 뉴스피드를 확인하다가 아기가 관에 들어 있는 사진을 본 일이다. 내 친구가 생후 3개월 된 아이가 죽었을 때 관에 담긴 모습을 진지하게 찍어 올렸다. 페이스북에 말이다. 심한 굴욕감을 느꼈다. 끔찍하고 잘못된 일이다.”

이 사례 말고도 페이스북 사용에 따른 폐해와 부작용은 책에 수두룩하다. 소외에 대한 두려움, 친구 끊기의 규칙과 영향, 사이버 폭력의 위험, 페이스북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 그리고 그 사연들은 간단하게 한 가지로 압축된다. 바로 가상과 현실을 분별하지 못해 느끼는 혼란이다. ‘보상과 쾌감 중추가 포함된 두뇌 영역에서 혈류 증가가 관찰되고 청각 처리와 시각 처리를 관장하는 영역에서 혈류 감소가 관찰된다.’

2014년 미국정신의학협회가 발표한 인터넷 중독장애(IAD)에 관한 보고서이다. 인터넷에 접속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두뇌가 쾌감 영역에 더 집중하고 청각과 시각처럼 우리를 안전하고 기민하게 유지하는 두뇌 영역에서는 덜 집중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실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결혼, 휴가나 행복한 이벤트를 담은 사진을 보고난 뒤 질투, 분노를 느꼈고 전체 이용자의 3분의1은 페이스북 사이트를 둘러본 후 자기 자신에 대해 불만을 느낀다고 한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이렇게 말한다.“우리는 항상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 애쓰고 페이스북은 단지 그렇게 하는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할 뿐이다. 페이스북이 우리에게 제공하지 않는 것은 타인의 삶의 온전한 그림이다.” 그리고 이렇게 묻고 있다. “당신은 페이스북을 당신 삶의 반창고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페이스북은 당장 중단하고 폐기해야 할 문명의 이기일까. 저자는 대신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내면에는 새로운 기술 문명과 소셜미디어가 제공하는 기능들을 신중하게 즐기면서도 자신에게 솔직하고 다른 사람들과 긴밀히 관계 맺을 수 있는 힘이 존재한다.”

‘페이스북의 가장 좋은 점이 변화를 위한 강력한 도구’임을 인정한 저자는 ‘이용당하지 않고 이용하는’ 방법을 소상하게 적어 놓았다. “페이스북에서 한 친구를 칭찬했다면 현실에서도 반드시 누군가를 칭찬하라. 바로 그날 말이다.”“만약 온라인에서 무언가를 보고 영감을 받는다면 단순히 ‘좋아요’나 ‘공유하기’ 버튼을 클릭하는 데 그치지 마라. 자신에게 몸소 실천할 힘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15-10-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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