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가을산행, 척추∙관절은 ‘불안 불안’

유쾌한 가을산행, 척추∙관절은 ‘불안 불안’

입력 2015-09-08 09:59
업데이트 2015-09-0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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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무더위 탓에 실내에만 머무르던 사람들이 야외활동에 나설 때다. 특히,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면 크고 작은 산마다 인파로 넘쳐난다. 하지만 가을 산행은 화려한 경관의 이면에 많은 위험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연중 발생한 산악 안전사고 3건 중 1건이 9~11월에 발생한다. 산행은 좋지만, 건강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지혜로운 접근이다. 특히, 노약자들은 가볍게 나선 산행에서도 부자연스러운 보행이나 낙상 등으로 척추압박골절, 척추후관절증후군이나 무릎 부상을 당하기 쉽다. 근력이 약해 크고 작은 충격에 잘 대응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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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약자 노리는 척추압박골절

 척추압박골절은 충격에 의해 척추뼈가 납작하게 내려앉는 질환이다. 골다공증이 주요 원인이지만, 일단 골절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골다공증 진행 여부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더 위험하다. 따라서 골밀도가 낮은 노인이나 폐경기 이후의 여성들은 산행을 할 때 사소한 충격이라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척추압박골절이 발생하면 누워있거나 앉았다 일어날 때 통증을 느낀다. 골절 상태가 악화되면 등과 허리가 굽는 척추후만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상을 느끼면 무리하게 움직이지 말고 안정을 취한 뒤 전문의를 찾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보건복지부 인증 척추∙관절 전문병원인 바른세상병원 이승철 척추센터장(신경외과)은 “척추압박골절을 방치하면 장기적으로 만성 요통을 유발하게 되고, 심폐기능까지 약하게 하기 때문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산할 때는 척추후관절증후군 조심해야

 노약자들은 산을 내려올 때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령으로 근육량이 준 데다 순발력이나 균형감각이 떨어져 척추나 관절에 뜻밖의 충격을 받기 쉽다. 특히, 복근이나 둔부(엉덩이)근육이 약해 배를 앞으로 내밀고 걷는다면 하산할 때 보폭을 크게 잡거나 빠르게 걷는 등 체중이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자칫하면 척추 뒷쪽의 신경이 눌려 척추후관절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척추후관절증후군은 척추를 지지하는 척추 후방의 관절이 충격 등으로 비틀어지면서 생긴다. 허리 근력이 약한 노약자들이 산행을 할 때 허리를 삐끗하거나 넘어지면서 잘 발생한다. 척추후관절증후군이 생기면 허리와 골반이 욱신거리고, 허리를 뒤로 젖히거나 누워서 몸을 옆으로 돌릴 때 통증이 나타난다.

 

 ■등산할 때 무릎이 받는 하중은 최고 600kg

 보통 평지를 걸을 때 무릎에 실리는 하중은 체중의 3~6배 정도다. 하지만, 산에 오를 때는 체중의 7~10배나 되는 힘이 무릎에 가해진다. 예컨대, 체중이 60kg인 사람이라면 평지에서는 무릎에 180~360kg의 힘을 받지만, 뛰거나 산을 오를 때는 420~600kg의 힘을 받는다.

 물론, 이 하중이 고스란히 무릎관절에 실리는 것은 아니다. 무릎을 둘러싼 근육과 인대 등이 하중의 일부를 나눠 부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등산할 때는 의외의 돌발상환이 많이 발생하며, 이 때문에 척추나 무릎에 순간적으로 큰 힘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나이가 젊다면, 무릎관절의 근육과 인대가 잘 발달해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을 어렵지 않게 감당하지만, 노약자들은 근육이 위축돼 있어 그만큼 무릎에 실리는 힘이 커진다. 일반적으로 30대와 비교해 50~60대는 무릎 근육량이 30~40%나 적다.

 이런 상태에서 산에 오르면 무릎에 지속적으로 체중이 실려 연골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다시 산을 내려올 때 무릎에 더 큰 힘이 가해지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산을 내려올 때 나타나는 무릎통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통증 원인은 반월상연골의 손상이다. 반월상연골은 관절의 안쪽과 바깥쪽에 자리잡고 있으며, 관절 연골을 보호하고, 무릎 움직임을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대부분의 통증은 이 반월상연골이 파열되면서 생긴다.

 반월상연골이 파열되면 무릎 관절이 붓고, 움직일 때 통증이 발생한다. 무릎 안에서 소리가 나고, 쪼그려 앉았다 일어설 때, 계단이나 경사진 길을 오를 때마다 통증이 나타난다. 만약 산행 중에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산행을 중단해야 한다. 어쩔 수 없다면 무릎에 체중이 실리지 않도록 스틱을 이용하거나 주변의 부축을 받아 천천히 산을 내려온 뒤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산행 후에는 무릎과 발목에 냉찜질 먼저

 바른세상병원 이원희(정형외과) 원장은 “산을 오르내릴 때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 때문에 반월상연골판이 손상을 입기 쉬운데, 이 경우 통증 뿐 아니라 열감도 느껴진다”면서 “산행 후 냉찜질로 무릎 관절의 열을 식혀주면 손상된 조직의 붓기를 가라앉히고, 부으면서 발생하는 유해 활성산소 및 다른 유해 물질의 분비를 줄여 조직의 추가 손상을 막을 뿐 아니라 통증을 완화시켜 빠른 회복을 돕는다”고 조언했다.

 산행의 피로를 풀기 위해 사우나에 갈 때도 다리 부위만큼은 먼저 냉탕에 5~10분쯤 담근 뒤 온탕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집에서는 얼음주머니를 이용해 무릎 부위를 냉찜질해주는 게 효과적이다. 이런 냉찜질은 산행 뿐 아니라 마라톤, 골프 등 무릎을 포함한 관절을 많이 사용하는 운동을 한 뒤에도 도움이 된다.

 부상 없는 즐거운 산행을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등산 전 며칠이라도 평지 등을 가볍게 걸어 기초체력을 다지고, 관절과 근육이 충분히 예열되도록 스트레칭을 꼼꼼히 해줘야 한다. 배낭 무게는 체중의 10%를 넘지 않도록 하며, 산이나 숲 속의 낮은 기온 때문에 근육이 경직되지 않도록 옷을 충분히 껴입어 체온을 지켜줘야 한다. 또 반드시 등산용 스틱을 준비해 체중을 분산시키고 몸의 균형을 잡아주도록 해야 한다.

 산행 중에 나뭇가지를 잡고 오르내리는 것도 금물. 나뭇가지가 부러져 뜻밖에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볕이 잘 들지 않는 산의 북쪽 길은 습하고 미끄러울 수 있으므로, 가능한 산의 동남쪽으로 올라 서남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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