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운동 뒤 쾌락 ‘러너스 하이’ 뇌 속 도파민·렙틴 분비 늘어나
달리기나 수영, 사이클 등을 즐기는 사람들은 운동 시간이 길어지면 꽃밭을 걷거나 하늘을 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말을 하곤 한다. 바로 ‘러너스 하이’ 현상 때문이다. 마라톤 선수들은 35㎞ 지점을 지날 때쯤 극한의 고통을 넘어 러너스 하이를 경험하고 일반인들도 보통 1분에 120회 이상의 심장박동 수로 30분 정도 달리다 보면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캐나다 몬트리올대학병원과 콘코디어대 공동연구팀은 러너스 하이 현상이 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렙틴의 상호 관계로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생물학 분야 권위지인 ‘셀 메타볼리즘’ 1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도파민은 쾌락이나 행복감에 영향을 미치며 렙틴은 지방 호르몬이다.
1979년 미국 심리학자 AJ 맨덜이 러너스 하이와 관련한 논문을 처음 발표한 뒤 연구자들은 통증 억제 호르몬인 ‘엔도르핀’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할 뿐 정확한 메커니즘을 밝혀내지 못했다.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매일 7㎞ 이상 쳇바퀴를 돌리게 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렙틴 분비가 줄고 도파민 분비가 늘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렙틴을 증가시키는 신호전달물질인 ‘STAT3’를 제거해 렙틴이 분비되지 않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쥐로 같은 실험을 했다. STAT3를 제거한 쥐들은 일반 쥐들보다 활동량이 더 늘어나고 혈액 속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의 양도 더 늘어난 것을 발견했다.
몬트리올대학병원 스테퍼니 풀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극한 신체 활동이 지속될수록 뇌의 중변연계 도파민 분비 체계가 강화되면서 달리기에 중독된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5-09-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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