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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쌀집은 왜 꽃집에 495만원을 보냈나

그 쌀집은 왜 꽃집에 495만원을 보냈나

서유미 기자
서유미 기자
입력 2015-07-22 00:08
업데이트 2015-07-22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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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조직 “실수로 돈 더 보냈다”… 쌀집 낚아 꽃집 계좌로 차액 받기

쌀집 주인을 속여 돈을 가로챈 뒤 이 돈을 꽃집 주인 계좌로 빼낸 새로운 수법의 보이스피싱(금융전화사기) 일당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포통장이 아니라 일반인의 통장을 이용하는 ‘핑퐁’ 방식의 보이스피싱 범죄로는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김한성 판사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진모(29)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공범 양모(31)씨에겐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진씨는 올 5월 초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정해준 꽃집을 찾아가 꽃바구니와 현금을 받아오면 1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진씨는 인터넷으로 양씨를 꾀어 함께 범행에 나섰다.

한국 내 전달책이 정해지자 중국 쪽 조직원은 5월 11일 오전 11시쯤 충남 홍성에 있는 한 꽃집에 전화를 걸었다. “장모님 칠순 선물용 꽃바구니를 주문하기 위해 495만원을 입금할 테니 20만원짜리 꽃바구니에 5만원권 20장을 꽂아주고 나머지 375만원은 현금으로 따로 준비해달라”고 요구했다.

2시간 뒤인 오후 1시에는 강원도의 한 쌀집에 전화를 걸었다. 쌀 55만원어치를 주문하고는 돈은 입금하지 않은 채 ‘잘못해서 55만원이 아니라 550만원이 입금됐다’는 가짜 은행 문자메시지를 쌀집 주인에게 보냈다. 그런 다음 중국에 있는 조직원은 쌀집 주인에게 “돈을 잘못 입금했으니 차액 495만원을 나의 계좌로 재입금해 달라”고 전화를 걸었다. 쌀집 주인은 통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불러주는 계좌로 495만원을 송금했다. 이 계좌는 홍성의 꽃집 주인 것이었다.

송금이 완료되자 진씨와 양씨는 주문자의 처남인 척하며 홍성 꽃집을 찾아가 물건을 받아왔다. 당초 그들이 주문한 대로 20만원짜리 꽃다발과 꽃다발에 꽂힌 100만원, 그리고 현금 375만원이었다. 진씨와 양씨는 이 중 105만원을 나눠 갖고 경비 90만원을 제한 뒤 남은 280만원은 중국으로 송금했다. 대포통장 단속이 강화되자 물건과 함께 현금을 받아내는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이다. 김 판사는 “불특정 다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죄질이 매우 불량한 범죄”라며 “다만 잘못을 뉘우치는 점, 범행 가담이 한번에 그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15-07-2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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