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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숙, 16년 만에 이룬 꿈…나는 ‘명성황후’다

신영숙, 16년 만에 이룬 꿈…나는 ‘명성황후’다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15-06-29 23:02
업데이트 2015-06-29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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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명성황후’ 20주년 기념공연 주연 신영숙

“저, 이다음에 성장해서 꼭 명성황후를 하겠습니다.” 1999년, 당시 24세 나이에 한국 대형 창작뮤지컬 대표작인 ‘명성황후’에서 손탁 여사 역할로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섰던 신영숙(40)은 팀 회식 자리에서 윤호진(67) 에이콤인터내셔널 대표를 향해 ‘당돌한’ 약속을 했다. 16년이 지나 ‘명성황후’의 20주년 기념 공연 소식이 들려올 때쯤 윤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 명성황후가 꿈이라고 하지 않았니?”

“16년 만에 꿈을 이뤘어요.”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만난 배우 신영숙은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새달 28일 개막하는 ‘명성황후’ 20주년 기념공연에서 주인공 명성황후 역을 꿰찬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데뷔했던 작품에서 주연이라니 … 일정이 빡빡했지만 어떻게든 하겠다고 마음을 바짝 다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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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수(극동대 연극연기학과)이기도 한 뮤지컬배우 신영숙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뮤지컬 ‘모차르트!’의 넘버 ‘황금별’을 즐겨 부른다. “북두칠성 빛나는 밤에 하늘을 봐 황금별이 떨어질 거야.” 극중 모차르트를 응원하는 노래이자 지금의 그를 있게 한 노래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대학 교수(극동대 연극연기학과)이기도 한 뮤지컬배우 신영숙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뮤지컬 ‘모차르트!’의 넘버 ‘황금별’을 즐겨 부른다. “북두칠성 빛나는 밤에 하늘을 봐 황금별이 떨어질 거야.” 극중 모차르트를 응원하는 노래이자 지금의 그를 있게 한 노래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명성황후’는 그에게 데뷔작 이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성악을 전공했던 그를 배우의 길로 이끈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고민했던 그는 ‘명성황후’ 오디션에 도전했다 합격했다. 조선에 머물던 외국 공사의 부인으로 명성황후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쳐주는 역할이었다. “노래엔 자신 있었지만 연기는 처음이었어요. 정말 아무것도 모른 채 어리바리하게 연기했던 기억이 나요.” ‘명성황후’를 마치고는 “배워야 할 게 너무 많다”는 생각에 서울예술단에 들어갔다. “연기와 무용, 국악 등의 기본기를 다지며 배우로 살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된 시절”이었다.

라이선스 뮤지컬 대신 창작극에 매진했던 그는 한동안 낮은 인지도 탓에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오디션에 1등으로 붙고도 떨어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이겨내야 하는 현실”이라며 이를 악물고 도전을 거듭했다. 2008년 ‘캣츠’ 라이선스 초연에서 그리자벨라 역을 따냈고, 2010년부터 공연마다 맡았던 ‘모차르트!’의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역으로 이름을 알렸다. 지금 그는 뮤지컬계 대표적인 ‘신스틸러’다. ‘두 도시 이야기’의 마담 드파르지,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 ‘황태자 루돌프’의 라리쉬 백작부인 등 카리스마와 코믹, 우아함을 오가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뮤지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믿고 보는 신여사’로 통한다. 그는 요즘 명성황후를 이해하기 위한 공부에 한창이다. ‘명성황후’의 원작인 이문열의 희곡 ‘여우사냥’을 비롯해 관련 책과 자료들을 찾아 공부했다. 명성황후에 대한 엇갈린 시각과 비판을 그는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가 잘했건 잘못했건, 30년간 조선의 왕비였으며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왕비였던 건 사실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문화 콘텐츠로서 회자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날씨 좋은 어느 날엔 경복궁을 천천히 거닐며 명성황후의 삶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아름다운 궁 안에서 아이를 낳고 뜰을 거닐고 … 어쩌면 명성황후는 그저 아이들과 오손도손 살아가는 걸 꿈꾸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그는 “작품에서 (명성황후에 대한)미화는 없을 것”이라면서 “명성황후가 살아온 시간을 역사적 사실 그대로 보여주며 한국인의 교감을 끌어내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뮤지컬계에 여배우의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현실에서, 신영숙은 30대 중반에 빛을 보기 시작했다. 올해로 마흔, 이제 정점에 올라섰다는 말에 그는 손가락을 들어 상승 곡선을 쭉 그렸다. “제 배우 인생은 느리게, 천천히 흘러갔어요. 하지만 어떤 배역이든 소중히 여기고 해온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저에게 어떤 배우의 삶이 펼쳐질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9월 1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6만~13만원. (02)2250-5923.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5-06-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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