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한 달-허술한 정부] “당국, 문 꼭꼭 걸어놓고 낙관론만 전파… 재앙 키웠다”

[메르스 한 달-허술한 정부] “당국, 문 꼭꼭 걸어놓고 낙관론만 전파… 재앙 키웠다”

임일영 기자
임일영 기자
입력 2015-06-18 23:46
업데이트 2015-06-19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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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정보가 부족한 전염병일수록 당국은 모든 걸 공개하고 국민 협조를 구해야 하는데 꼭꼭 문을 걸어 잠가놓은 채 낙관론만 전파하다가 재앙을 키웠다.”

메르스 사태 발생 30일째인 18일, 김춘진(새정치민주연합)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건 공포심이란 말은 맞다”면서도 “정책 집행자는 늘 최악의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데 메르스 사태에서 당국은 그 점을 간과했다. 근거 없는 낙관론보단 차라리 ‘과잉대응’이 절실했다”고 지적했다. 보건학 박사인 김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치의 출신으로 17대부터 내리 3선(전북 고창·부안)을 했다. 현재 국회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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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정부 대응의 가장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첫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에 대한 역학조사를 철저히 하고, 과학적 데이터를 공개해서 근거 중심 방역을 해야 하는 데 미흡했다. 적군이 불시에 상륙했는데 어떤 적인지 파악하지 모른 채 허둥거리다 시간을 흘려보낸 셈이다. 보건당국은 중동지역에서 1인당 0.6~0.7명을 감염시켰다는 사실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다인실 중심의 우리나라 병원의 특수성과 응급실 상황, 병문안 문화 등을 감안하지 않았다. 보건당국이 ‘쉬쉬’하기만 하고 정보공개를 늦춘 것도 패착이다. 적극 공개해 국민 협조를 구했어야 했다. 첫 확진 환자의 동선 등을 빨리 알렸더라면 이 정도까지 퍼지지는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물론, 청와대의 판단이 안이했다는 지적도 많은데.

-애초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같다. 처음부터 문형표 장관은 “믿고 지켜 봐달라. 이번 주가 고비일 것”이란 얘기만 반복했다. 보건복지부나 참모들도 대통령에게 심각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던 것 같다. 정책당국자에게 금기인 근거 없는 낙관론이었다. 안일한 대책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의료진에게는 당연히 마스크와 방호복을 우선 공급했어야 하는데 복지부는 손 놓고 있었다. 의사협회에서 내게 호소를 해 그나마 공급이 이뤄졌다.

→문책도 불가피하겠지만, 향후 유사사태 대비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할 텐데.

-신종 전염병이 외국에서 발생하면 바이러스를 분양받고 학술 논문을 들여와서 선제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구해야 한다. 연구를 어느 정도 끝내놓은 상태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그때부터는 한국에서 해당 바이러스의 전염력은 어떻게 다른지, 변이는 없는지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의 위상은 어떻게 재정립해야 하는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처럼 예산과 인사, 조직 모두 복지부에서 독립시켜야 한다. 질본이 자체 인사권을 가져야 전문가 양성도 가능하다. 지금 질본에는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대응 경험을 가진 감염학 전문가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대부분 민간으로 나가버렸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15-06-1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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