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견공에 폭탄 매달아 탱크에 돌진케 했더니…기상천외의 현대무기 역사

견공에 폭탄 매달아 탱크에 돌진케 했더니…기상천외의 현대무기 역사

입력 2015-05-12 16:05
업데이트 2015-05-14 14:5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은 독일의 신형전차에 대항하기 위해 ‘개폭탄’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그런데 개가 독일 전차에 달려가기는 커녕 소련 전차로 돌친하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죠. 사진은 실제로 소련의 홍보영상에 등장한 불쌍한 군견입니다. 유튜브 영상캡쳐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은 독일의 신형전차에 대항하기 위해 ‘개폭탄’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그런데 개가 독일 전차에 달려가기는 커녕 소련 전차로 돌친하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죠. 사진은 실제로 소련의 홍보영상에 등장한 불쌍한 군견입니다. 유튜브 영상캡쳐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돌을 깎아 창을 만들고 나무를 다듬어 몽둥이를 만든 이후로 끊임없이 신무기를 개발해 상대 영토를 침략하거나 자기 땅을 지키려고도 했죠. 무기의 성능을 개량해 더 많은 인원을 살상하고자 하는 욕구는 끝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무기가 주목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부는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실패’ 딱지가 붙었고, 일부는 어렵게 빛을 봤으나 볼품없는 성능 때문에 조롱거리로 전락하기도 했습니다. 최첨단 무기를 동경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전 이번에 이런 세상의 웃음거리가 된 무기를 보여드리려 합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잖아요. 한번 들여다 볼까요.

마지막 세계대전인 2차 세계대전은 신무기의 각축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무기가 쏟아진 전쟁이었습니다. 미국, 영국, 소련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과 나치 독일은 상대 병사를 더 많이, 효과적으로 살상하기 위한 무기 개발에 힘을 쏟았는데요.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황당한 무기도 참 많았습니다. 잘 알려진 것 중 하나가 ‘개 폭탄’(antitank dog)입니다.

●개에 폭탄을 매달아 전차에 돌진시켰더니…황당한 결과가

소련군은 독소전 초기 전쟁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구형 전차로 독일에 맞서야 했습니다. 빠른 속도로 진격하는 독일의 신형 전차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죠. 소련군은 ‘맨몸’으로 대항하다 연이은 패배로 후퇴를 거듭하게 됩니다. 소련군은 그래서 고민 끝에 군견을 훈련시켜 자살 특공대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개 4만 마리를 활용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는데요. 시한폭탄을 두른 개를 적 전차에 돌진시키는 단순한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독일 전차로 달려가기는 커녕 소련 전차로 돌진해 폭사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디젤(중유)을 사용하는 소련 전차를 이용해 훈련한 개들이 가솔린(휘발유)을 사용하는 독일 전차 대신 익숙한 냄새를 풍기는 소련 전차로 달려왔기 때문이죠. 놀란 소련군은 불쌍한 개를 더 희생시키는 대신 이 계획을 즉시 폐기했습니다.

거대한 바퀴에 로켓을 달아 저절로 굴러가게 한 기상천외한 무기 ‘판잰드럼’. 그러나 실험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유튜브 영상캡쳐
거대한 바퀴에 로켓을 달아 저절로 굴러가게 한 기상천외한 무기 ‘판잰드럼’. 그러나 실험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유튜브 영상캡쳐
판잰드럼이 굴러가는 모습. 평지에서는 그나마 제대로 굴러갔지만 너무 느렸고, 산악 지형에서는 오히려 위쪽 적진이 아닌 아래로 굴러내려오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유튜브 영상캡쳐
판잰드럼이 굴러가는 모습. 평지에서는 그나마 제대로 굴러갔지만 너무 느렸고, 산악 지형에서는 오히려 위쪽 적진이 아닌 아래로 굴러내려오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유튜브 영상캡쳐
독일이 소련에 패배해 더이상 공세를 취할 수 없게 되자 미국과 영국 등 연합군은 전세를 주도하기 위해 프랑스로 대규모 병력을 상륙시키는 계획을 준비하게 됩니다. 바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죠. 그런데 히틀러는 연합군의 상륙을 예상하고 스페인부터 벨기에까지 해안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지역에 수많은 콘크리트 벙커를 짓도록 지시했습니다. 해안 아래는 철조망과 지뢰를 매설하고 대포와 기관총을 촘촘히 설치했습니다.

영국군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콘크리트 벙커를 파괴할 방법을 구상하게 됩니다. 그래서 나온 무기가 ‘판잰드럼’(Panjandrum)입니다. 판잰드럼은 바퀴모양의 구조물에 로켓을 달아 추진력으로 스스로 굴러가게 하는 기상천외한 무기였습니다. 여기에 폭약을 실으면 적이 있는 고지로 바퀴가 저절로 굴러가 폭발하게 한다는 복안이었죠. 그런데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로켓의 추진력이 약해 예상보다 속도가 느렸고, 추진력을 강화하자 로켓이 바퀴에서 분리돼 튀어나가버렸습니다. 또 평지에서는 그나마 제대로 굴러갔지만 돌이 가득한 고지에서는 제멋대로 굴러가 오히려 바다 쪽으로 되돌아오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습니다. 1t 무게의 폭발물을 실은 바퀴가 굴러오는 재난을 상상하기도 싫었던 연합군은 개발계획을 포기합니다.

지금 보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은 황당한 발명품 ‘맥아담 방패삽’ 삽에 구멍을 뚫어 총에 끼운 뒤 방패처럼 사용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총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유튜브 영상캡쳐
지금 보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은 황당한 발명품 ‘맥아담 방패삽’ 삽에 구멍을 뚫어 총에 끼운 뒤 방패처럼 사용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총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유튜브 영상캡쳐
●총에 삽을 끼워 방패로 사용하려 했던 캐나다군

1차 세계대전에는 무기는 아니었지만 적의 총탄을 방어하는 황당한 ‘삽’도 등장했는데요. 바로 캐나다군의 ‘맥아담 방패삽’(macadam shield showvel)입니다. 평소에는 병사의 개인 삽으로 사용하다가 유사시 적과 조우하면 총에 끼울 수 있도록 구멍을 냈습니다. 그런데 손바닥만한 삽의 크기로는 총탄을 막을 수 없었고, 세기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죠.

스스로를 ‘천재 전략가’라고 추켜세웠다가 결국 패망한 나치 독일의 히틀러는 대형 무기를 선호했습니다. 무기를 좋은 정치 선전 도구로 여겼던 그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무기로 적을 단번에 제압하길 원했습니다. 히틀러 뿐만 아니라 당시 군 전문가들도 무기의 크기와 공격력이 비례한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마우스 전차’(maus tank)와 ‘도라포’(dora cannon)입니다.

도라포의 정식 명칭은 ‘구스타프 열차포’로 구경 800mm에 포신 길이만 32.5m, 전체 길이 47.3m, 너비 7.1m, 높이 11.6m, 무게 1350t의 거대한 모습을 자랑합니다. 무게가 너무 무거워 도저히 차량으로는 끌고 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열차에 실어 이동시켰다고 합니다. 사격 준비에만 한 달 이상이 걸리고 250명이 달라붙어야 조작이 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덩치였죠. 여기에 2500명이 철로를 설치하면서 길을 터야 했습니다. 최대 47km까지 포탄을 날릴 수 있었지만 효율성이라곤 눈씻고 찾아봐도 없었죠. 8.4m 길이에 4.8t이나 되는 포탄을 하루에 14번 밖에 발사할 수 없었습니다. 프랑스 침공 당시 요새인 마지노선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했지만 결국 마땅히 사용할 곳을 찾지 못하다 1942년 소련의 요새를 포위 공격한 세바스토폴 전투에 딱 한 번 사용했을 뿐입니다. 독일은 전쟁이 끝나기 직전 이 열차를 해체하거나 적의 손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파괴해버렸습니다.

1350t의 무게에다 3000명의 인원이 한 달 가까이 준비해야 1발을 발사할 수 있었던 구스타프 열차포. 딱 한 번 전장에 나갔을 뿐 고철 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유튜브 영상캡쳐
1350t의 무게에다 3000명의 인원이 한 달 가까이 준비해야 1발을 발사할 수 있었던 구스타프 열차포. 딱 한 번 전장에 나갔을 뿐 고철 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유튜브 영상캡쳐
8.4m 길이에 4.8t이나 되는 포탄을 쏘려면 이렇게 많은 인원이 동원돼야 합니다. 구스타프 열차포는 하루에 포탄을 최대 14번 만 쏠 수 있었습니다. 유튜브 영상캡쳐
8.4m 길이에 4.8t이나 되는 포탄을 쏘려면 이렇게 많은 인원이 동원돼야 합니다. 구스타프 열차포는 하루에 포탄을 최대 14번 만 쏠 수 있었습니다. 유튜브 영상캡쳐
●박물관 전시물이 된 최대 시속 20km 괴물전차

1942년 히틀러는 연합군 전차가 절대로 파괴하지 못할 괴물 전차를 제작하도록 지시합니다. 전세가 이미 연합군쪽으로 기운 1943년 11월 개발된 것이 8호 전차 ‘마우스’입니다. 무게가 무려 188t에 당시로서는 엄청난 구경인 128mm 주포와 75mm 부포를 갖췄습니다. 개발자들은 전면장갑 200mm, 포탑 장갑 240mm로 만들어 어떤 연합군의 포도 뚫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소련군의 주력전차였던 T34의 전면장갑이 52mm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인데요. 문제는 비만한 덩치 때문에 최고 속도가 시속 20km에 불과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연합군 전투기의 좋은 먹잇감일 뿐이었죠. 그래서 시제품 2대를 끝으로 더이상의 생산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1944년쯤 실전에 투입시키려 했지만 전황은 이미 기울었고, 독일은 종전 직전 전차를 폭파시켰죠. 그런데 소련이 폭파된 전차를 노획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죠. 지금도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에 있는 쿠빙카 전차박물관에 전시된 독일의 ‘마우스 전차’. 200mm의 두꺼운 전면장갑을 자랑했지만, 188t의 거대한 무게 때문에 최대 시속 20km의 느림보 전차로 전락했습니다. 유튜브 영상캡쳐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에 있는 쿠빙카 전차박물관에 전시된 독일의 ‘마우스 전차’. 200mm의 두꺼운 전면장갑을 자랑했지만, 188t의 거대한 무게 때문에 최대 시속 20km의 느림보 전차로 전락했습니다. 유튜브 영상캡쳐
독일은 마우스 전차를 어렵게 개발한 뒤 제대로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스스로 폭파시켰습니다. 소련이 이 기괴한 괴물을 노획해 수리한 뒤 전시한거죠. 유튜브 영상캡쳐
독일은 마우스 전차를 어렵게 개발한 뒤 제대로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스스로 폭파시켰습니다. 소련이 이 기괴한 괴물을 노획해 수리한 뒤 전시한거죠. 유튜브 영상캡쳐
냉전시대에도 황당한 작전이 있었는데요. 바로 ‘도청 고양이 작전’(accustic kitty project)입니다. 미국의 CIA는 고양이의 몸 속에 실제로 도청장치를 삽입해 대화내용을 엿듣는 방식을 고안해냈습니다. 당시에는 도청장치 크기가 지금처럼 작지 않았기 때문에 고양이에게는 큰 고통이었을 겁니다. 고양이가 배가 고프면 현장을 이탈하는 문제가 부각되자 식욕을 억제하는 수술까지 했다고 합니다.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CIA는 결국 고양이를 현장에 투입시키는데 성공했는데요. 결과는 허무했습니다. 고양이가 자동차에 치어 죽었기 때문이죠. 고양이 몸속의 도청장치가 탄로날까봐 CIA는 즉시 고양이 사체를 회수했고, 그것으로 프로젝트는 끝이었습니다.

배우 이병헌이 출연한 영화 ‘지아이조2’에 등장하는 ‘신의 지팡이’(the rod from god) 위성 공격 시스템도 실제로 미국이 진행했던 프로젝트입니다. 영화에서는 런던 도심을 초토화시켜 핵폭탄에 맞먹는 위력을 보여줬는데요. 1980년대 미국에서 개발된 이 시스템은 길이 6m의 금속인 텅스텐(중석)탄 10여발을 탑재한 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린 뒤 탄을 지상으로 자유낙하시켜 공격하는 방식입니다.

텅스텐탄은 무게가 100kg에 달해 가속이 붙으면 최대 시속 1만 1000km로 지상으로 돌진하게 되고 이를 통해 목표 지역을 초토화시킨다는 것이 최초의 시나리오였죠. 하지만 연구를 진행하면 진행할 수록 위력이 핵미사일보다 높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됩니다. 공격위성을 쏘아올리는데 필요한 막대한 예산과 이미 실용화된 탄도미사일 생산가격 비교하면 결론은 뻔했죠.

●”적군을 게이로 만들자” 황당 발상의 결말은

1990년대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 황당 무기로는 ‘게이 폭탄’(gay bomb)이 있습니다. 1994년 미 공군 소속인 오하이오주 라이트 연구소는 적진에 ‘아프로디시악’이라는 물질이 가득한 폭탄을 투하해 적군들이 서로 참을 수 없는 성적 흥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이 폭탄을 생각해내게 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신의 지팡이’ 프로젝트도 1980년대에 실제로 존재한 무기 개발 계획이었습니다. 위성에서 텅스텐탄(사진 위 원 안)을 발사해 자유낙하시킴으로서 지상 표적을 초토화시킨다는 구상이었지만 핵무기보다 효과가 떨어져 폐기됐습니다. 영화 지아이조2 캡처
영화에 등장하는 ‘신의 지팡이’ 프로젝트도 1980년대에 실제로 존재한 무기 개발 계획이었습니다. 위성에서 텅스텐탄(사진 위 원 안)을 발사해 자유낙하시킴으로서 지상 표적을 초토화시킨다는 구상이었지만 핵무기보다 효과가 떨어져 폐기됐습니다. 영화 지아이조2 캡처
아프로디시악은 일종의 최음제로, 적진에 투하해 남성 위주로 구성된 적군을 동성애에 빠지게 하고 최종적으로 전의를 상실시킬 의도로 개발했습니다. 연구소는 이 ‘안전한 비살상 무기’를 사용하면 사랑에 굶주린 군인들이 총을 놓고 동성 연인에게 푹 빠질 것으로 확신했다고 합니다. 연구소는 상부에 무려 70억원의 예산을 요청했는데요. 시작도 하기 전에 효과에 의문을 가진 정부가 예산 지원을 하지 않아 자동 폐기됐습니다. 적군은 물론 아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다 일반인이 최음제에 노출된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생기겠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만 이 무기는 황당한 발명자에게 상을 주는 2007년 ‘이그노벨상’ 평화상 부문에 선정돼 세상에 실체를 드러냈고,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됩니다. “전쟁을 막아 전 세계에 평화를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죠. 라이트연구소 일부 연구진은 적군에게 땀·방귀·입냄새를 유발해 냄새로 숨어있는 병사를 찾아내고 적진의 사기까지 떨어뜨리는 특수 폭탄도 개발했지만 마찬가지로 상부로부터 외면당했다고 하니 정말 노력이 가상하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