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첫 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

영화 ‘와즈다’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40)다. 사우디에서 태어나 호주 시드니대에서 연출과 영화학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영화 상영이 금지된 사우디 최초의 감독이 됐다. 이 작품은 2012년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뒤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20개 부문을 수상하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보수적인 사우디에서는 상영되지 못했다. 상영 문제가 신문 1면에 실리기도 했고 금기시되는 주제를 다뤘다는 이유로 극우 단체의 위협이 가해지기도 했다. 사우디 영화의 첫 국내 개봉을 앞두고 만수르 감독을 이메일로 만났다.

사우디아라비아 최초로 장편 영화인 ‘와즈다’의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하이파 알 만수르(위) 감독. ‘와즈다’(아래)는 사우디에서 여성에게 금지된 자전거를 타는 열 살 소녀의 유쾌한 반란을 그렸다.<br>크리스리픽쳐스 인터내셔널 제공
→사우디 최초의 극 영화 감독이 됐다.

-무척 자랑스럽다. 사우디에서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원래 예술가란 그런 벽을 뛰어넘어야 하는 것이다. 다음 세대에는 후배들이 더 많은 경계를 넘을 것이다. 물론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고 여성이 제 목소리를 내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과도 대화할 의향이 있다. 그들의 사고와 가치도 존중한다.

→임신에 해가 된다는 이유로 사우디에서 금지된 자전거를 타는 소녀의 이야기를 하게 된 계기는.

-나의 경험담이라기보다 학교에서 함께 자란 소녀들의 이야기다. 영화 속 모든 인물은 실제로 내가 겪어 본 인물들이다. 자전거는 움직임의 자유를 상징한다. 사우디에서는 여성의 신체구조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안 좋다고 생각한다. 미신이지만 이것이 여성의 많은 것을 제한한다. 예를 들어 여자 학교에는 체육 수업이 없다. 다행히 나의 부모님은 성별 때문에 무언가에 제약을 하신 적이 없다. 사우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부모님이다.

→사우디에서는 외출 시 여성의 몸과 얼굴의 노출조차 금지되는데 사우디에서 영화를 연출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대는 없었나. 어려웠던 점은.

-친척들의 반대도 있었고 아버지의 친구나 동료, 종교 지도자들이 집 앞에 찾아와서 “딸을 제대로 통제하고 영화 감독이 되지 못하게 하라”고들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야외 촬영에서 동네 구경꾼들이 몰려 어려움이 많았다. 내가 공공장소에서 남성 스태프들과 함께 있는 것을 보이지 않기 위해 차 안에 숨어서 감독하기도 했다. 이후 차에서 나와 배우들에게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했다.

→결국 영화는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를 통해 사우디의 여성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꿈을 좇는 것을 포기하지 말고 그 힘을 믿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영화는 슬픈 현실에 처한 여인들이 아닌 자신을 발견하는 현대 여성들의 승리와 영광의 이야기다. 여성의 연대를 통해 후세에 더 많은 것을 성취하도록 하고 싶었다.

→이 영화 이후 이슬람 율법까지 바뀌어 여성이 자전거를 타는 것이 허용됐다. 앞으로 어떤 변화를 꿈꾸나.

-영화 투자자들이 다른 곳에서 촬영하자고 말렸지만 사우디 올로케이션으로 찍어서 진실한 모습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다. 지난해 30명의 여성이 이슬람 의회 의원으로 임명되었고 내년에는 여성들도 투표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도 여성이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찍고 싶나. 한국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사우디에서 최대한 많은 영화를 찍고 싶다. 전통과 현대의 상호작용을 통해 적당한 긴장감이 조성된 이야기로 발전시키고 싶다. 한국에서 내 영화가 개봉돼 자랑스럽고 한국 관객들이 이야기의 보편성에 공감해 줬으면 좋겠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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