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신의 선물-14일’은 용감한 도전이었다.

외계인과 톱스타의 사랑이라는 판타지(별에서 온 그대)가 휩쓸고 간 평일 드라마 시간대를
’신의 선물’(월화)과 ‘쓰리데이즈’(수목) 두 편의 무게감 있는 장르극으로 연이어 채웠을 때,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지만 그래서 더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단순 시청률을 욕심내는 대신 드라마의 폭을 넓히고 색깔을 다양하게 하겠다는 기획 의도는 충분히 박수받을 만했다.

지난 3월 6.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시작한 ‘신의 선물’은 22일 마지막회에서 8.4%라는 다소 저조한 시청률로 아쉬움을 남겼다. 최고 시청률은 8회에서 기록한 10.6%였다.

마지막회에서 여성 30대와 40대가 16%, 19%라는 평균을 훨씬 웃도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드라마의 참신한 시도가 어느 정도 성과를 얻은 방증으로 평가할 만하다.

시청률보다 더 아쉬운 건 극의 완성도였다.

드라마는 타임워프(시간왜곡)를 장치 삼아 14일 전으로 돌아간 엄마가 납치·살해될 운명의 딸을 구하는 설정의 ‘미스터리 스릴러’였다.

엄마를 제외한 모든 등장인물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시청자가 주인공과 함께 용의자를 추리해 나가도록 하면서, ‘미드’에 익숙한 젊은 시청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야심 찬 시도였다.

하지만 욕심이 과했다. 모든 용의자에게 그럴듯한 개연성과 반전을 함께 부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연에 우연, 운과 운, 무리수에 무리수가 더해졌다.

제작진이 하나의 관전 포인트로 꼽기도 했던 ‘딸을 살리기 위한 엄마의 모성애와 고군분투’에 감정이입을 하기도 전에 짜증이 먼저 일기도 했다.

엄마 수현(이보영)은 방송의 시사프로그램의 작가로 설정됐고 캐릭터에 부여한 냉철함과 이성으로 사건을 추리해 범인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를 일찌감치 무너뜨렸다.

앞뒤 재지 않는 무모함과 감정적인 대응으로 스스로 위기에 빠지는 ‘사고 유발자’, ‘민폐’ 캐릭터가 되어버린 것이다.

수현이 저지른 사고를 수습하는 건 전직 형사 기동찬(조승우)의 몫이었다. 여러 사건과 사람이 뒤얽힌 가운데 피해자 중 한 사람이기도 했던 기동찬은 결국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마지막 희생양이 됐다.

권력자 주변 인물들이 벌인 만행에 수많은 사건과 사람이 얽히며 죄 없는 희생자들을 만들어냈지만 중요한 사건의 고리는 한 사람의 ‘대사’로 쉽게 풀어버리고, 이야기의 의미를 되씹기도 전에 허둥지둥 결말을 내면서 그 끝에 허황한 거대 담론만 얹어놓은 느낌이다.

수많은 등장인물 가운데 삐거덕대는 극에 윤활유를 더한 건 어색할 수도 있었던 사투리 연기를 차지고 맛깔스럽게 소화해 낸 조승우였다.

’신의 선물-14일’의 후속으로는 이종석이 북한에서 자란 천재 의사로 분한 ‘닥터 이방인’이 방송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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