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빌딩 숲을 날아다니며 악당을 소탕하는 영웅, 하지만 또래 친구와 풋풋한 첫사랑을 시작하는 잘생긴 10대 소년. 2012년 개봉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밝은 에너지를 불어넣은 리부트로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23일 국내 개봉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액션과 멜로의 결합 속에 전작보다 묵직한 스토리를 펼쳐 낸다. 액션은 화려해졌고 사랑은 깊어졌지만 영웅이 운명처럼 마주해야 하는 비극은 스파이더맨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관객들을 짜릿한 롤러코스터에 태운다. 스파이더맨은 하늘로 높이 솟구쳐 올랐다가 중력에 이끌리듯 브로드웨이의 빌딩 사이로 빨려 들어간다. 뉴욕의 스카이라인이 스파이더맨의 무대가 된다. 한낮의 활강 액션이 시원한 속도감을 선사한다면 한밤의 격투는 휘황찬란하다. 전기를 통제하는 악당 일렉트로(제이미 폭스)는 불야성을 이루는 타임스스퀘어에 나타나 도심 전체를 정전 상태로 만든다. 거대한 간판이 무너져 내리고 건물의 유리 벽이 깨지는 난장판 속에 스파이더맨의 거미줄과 일렉트로의 전기 불꽃은 일렉트로릭 기타 및 드럼 연주와 어우러져 강렬한 삼중주를 이룬다. 시리즈 최초로 뉴욕 올로케이션을 시도한 영화는 ‘도심 액션의 표본’을 보여 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강점은 역시나 10대 히어로 특유의 감성에 있다. 데뷔작 ‘500일의 썸머’(2009)로 로맨스 영화에서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 준 마크 웹 감독은 전편의 사랑 이야기에 10대들의 우정과 고민, 성장을 더했다. 피터(앤드루 가필드)는 “딸에게서 떠나라”는 그웬(에마 스톤) 아버지의 유언을 떨쳐 내지 못하고 가슴 아픈 이별을 겪는다.

또 오스코프사를 배반하고 도망친 줄만 알았던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돼 혼란에 빠지고, 어린 시절 친구였지만 적으로 돌아선 해리 오스본(데인 드한)으로 인해 괴로워한다.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중에도 눈앞에 어른거리는 그웬 아버지의 환영, 빌딩 꼭대기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웬의 뒷모습이 주는 서글픈 감성이야말로 액션신의 화려함을 넘는 영화의 백미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악당들의 이야기로 최근 제작이 결정된 ‘시니스터 식스’의 힌트를 던지듯 영화에는 악당이 두 명이나 등장한다. 스파이더맨과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일렉트로는 사람들의 관심을 갈구하는 외톨이 엔지니어이자 스파이더맨의 열성팬이었지만 그의 공격을 받고는 악당으로 돌변한다. 다른 하나는 오스코프사의 전 사장 노먼 오스본의 아들인 해리 오스본. 스파이더맨의 도움을 받으려 했으나 실패하자 그린 고블린으로 변신해 그를 공격한다. 드한은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픔과 스파이더맨에 대한 원한이 복잡하게 얽힌 10대 악역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12세 이상 관람가.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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