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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눈] MS 의존도를 낮춰라/명희진 산업부 기자

[오늘의 눈] MS 의존도를 낮춰라/명희진 산업부 기자

입력 2014-04-10 00:00
업데이트 2014-04-10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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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희진 산업부 기자
명희진 산업부 기자
“일개 외국 기업의 사업 단종이 국가 전반에 보안 위협을 가져오는 상황을 보니 씁쓸하죠.”

지난 8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XP의 보안서비스 지원을 중단했다. 악성코드, 해킹 등 보안 위협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언론과 정부는 혹시 있을지 모를 공격을 앞세워 호들갑을 떨었다. 국내 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이를 두고 “아이러니하다. 한국이 ‘MS 공화국’이냐”고 반문했다. 우리나라의 지나친 MS 의존도가 오늘과 같은 혼란을 불러왔다는 일침이다. 윈도XP는 MS가 1년 전부터 종료 시점을 예고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충분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지원종료 사태를 맞았다. 지난 7일에서야 안전행정부가 부랴부랴 종합상황실 운영에 나섰고, 인터넷진흥원이나 보안 업체들이 긴급 보안패치를 제공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일 뿐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MS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우리나라는 데스크톱 운영체계서부터 MS가 없으면 안 될 정도다. 윈도XP의 국내 전체 사용률은 지난 2월 기준 15.46%였다. 지난해 2월 33.52%보다 절반 이상 떨어졌지만 미국(12.12%), 일본(11.24%)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윈도 기반 환경이 아니면 공공기관, 인터넷뱅킹, 전자상거래도 힘든 게 현실이다.

개인 PC는 그렇다 치더라도 보안에 가장 민감해야 할 현금자동 입출금기(ATM)나 공공기관 PC 등의 MS 의존도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 윈도XP를 사용하는 ATM 기기는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의 윈도XP 사용률은 30%가 넘고 국민의 진료기록을 보유하는 공공기관에서도 약 70%가 윈도XP를 사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 기업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 소프트웨어, 개방형 운영체제 개발, 도입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큰 틀에서 MS 의존도를 덜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뒤늦게나마 정부는 탈(脫) 윈도를 선언하고 독자 운영체제 개발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운영체제를 새로 만든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프로그램, 결제시스템, 정보기술(IT) 도구 등이 윈도 환경에 맞춰져 있어 꽤 많은 수고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MS와 이별하지 않으면 이 같은 혼란은 또 재연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IT 강국’에 걸맞지 않은, MS 공화국이란 부끄러운 딱지를 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mhj46@seoul.co.kr
2014-04-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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