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짝 68기 출연자 사망사고 원인 “버라이어티한 내 인생 여기서 끝내고 싶어”

SBS ‘짝’ 여성 출연자가 촬영 도중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돼 파장이 일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메모 등으로 미뤄 이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5일 오전 2시 15분쯤 서귀포시 하예동의 한 펜션 화장실에서 A(29·여)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동료 출연진이 발견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오후 두 번째 브리핑에서 “명백한 자살”이라고 밝히며 유서 내용 일부를 공개하고, 자살 직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촬영 중 문제되는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툼이 있었다는 것도 확인되지 않았다. 우울증 치료 여부는 아직까지 들은 건 없다. 그 부분도 병원을 통해서 내역을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연자와 제작진은 A씨가 보이지 않자 숙소를 살피다 여성 숙소가 있는 펜션 2층 화장실이 잠겨 있고 물소리는 나지만 노크를 해도 인기척이 없자 문을 열어 A씨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A씨는 ‘짝’ 출연자들이 입는 유니폼이 아닌 평상복 차림이었다.

연락을 받고 출동한 119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A씨는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였으며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 판정이 내려졌다. 병원 의료진은 A씨가 질식사한 것으로 확인했다.

제주도 서귀포소방서 관계자는 “새벽 2시 15분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을 때 A씨의 안색이 창백했고,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면서 “남성 출연자 중에 의사가 있어 발견 당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서귀포 의료원까지 이송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A씨가 끝내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A씨가 지난해부터 다이어리로 써왔으며, A씨가 발견된 화장실 바닥에서 발견된 수첩에 남겨진 유서 형식의 메모 내용을 공개했다.

경찰이 공개한 수첩 속 유서에는 “엄마 아빠 너무 미안해. 그냥 그거 말고는 할 말이 없어요. 나 너무 힘들었어. 살고 싶은 생각도 이제 없어요. 계속 눈물이 나. 버라이어티한 내 인생 여기서 끝내고 싶어. 정말 미안해요. 애정촌에 와있는 동안 제작진의 많은 배려 받았어요. 정말 고마워요. 애정촌에서 많은 배려 받았어요. 너무 힘들어. 짝이 되고 안 되고가 아니라 삶의 의욕이 없어요.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모두 미안해. 고마웠어. 정말 미안해”라고 써있었다.

이밖에 이 수첩에는 애정촌에서 만난 사람 중 호감가는 남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출연진이 경찰에 진술한 바에 따르면 A씨는 숨지기 전인 이날 밤 12시 30분쯤 테라스에 혼자 있는 모습이 다른 출연진에 발견됐으며, 왜 거기 있느냐는 질문에는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촬영 초반에는 활기있는 모습이었지만 사망 전날(4일)에는 활기가 없었으며 사망 전날 저녁 오후 8시쯤부터 촬영장인 3층 건물 중 1층 거실에서 남녀 출연진 12명이 다같이 모여 회식을 하며 술도 어느 정도 마셨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후 같은 날 오후 11시쯤 어머니와 통화했으며 힘들다는 얘기는 없었고, 출연자 간 다툼이나 따돌림 등 촬영 과정상의 문제도 아직 확인된 바 없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촬영과정에서 A씨는 초반에는 남성 출연자에게 선택을 많이 받았으며, 수첩에 적은 호감 가는 남성과 짝이 된 적도 있지만 후반부에는 서로 엇갈리는 상황이 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다만 한 출연진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최종 선택을 앞두고 선택한 남성이 다른 출연자와 맺어진 것을 상당히 불쾌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짝’ 촬영은 지난달 27일부터 제주도 현지에서 이뤄졌다.

A씨 등 출연자들은 이날 프로그램의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숨진 이날 날이 밝으면 마지막으로 짝을 최종 선택하는 장면을 촬영할 예정이었다고 제작진은 밝혔다.

한편 이날 조사를 받고 경찰서를 나서던 A씨의 모친은 현장에 있던 취재진을 만나 “자세한 내용은 곧 터뜨리겠다”고 이야기했다. 격앙된 표정을 감추지 못한 A씨의 모친은 취재진에게 일일이 다가와 연락처를 받아가기도 했다.

경찰은 A씨가 이날 일차적으로 A씨의 부모와 ‘짝’ 제작진, 출연진 등을 조사한 데 이어 앞으로 A씨의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문자 내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그램 촬영분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 SBS는 “유가족과 함께 출연한 출연자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드리게 된 것에 대해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후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BS ‘짝’은 남녀가 이름 대신 ‘남자 몇호, 여자 몇호’로 출연해 가상의 공간 ‘애정촌’에서 일주일간 생활하며 각종 미션을 통해 짝을 찾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SBS 짝 여성 출연자 사망 소식에 네티즌들은 “SBS 짝 여성 출연자 사망 사고, 그 동안 방송했다 하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프로그램에서 결국 사고가 벌어진 것 같네”, “SBS 짝 여성 출연자 사망사고, 사망 이유 가지고 제발 악성 댓글 달지 맙시다”, “SBS 짝 여성 출연자 사망 사고, 자살의 이유를 너무 단정적으로 추측하지 않았으면” “SBS 짝 여성 출연자 사망, 가족들은 물론이고 함께 출연한 다른 사람들도 충격이 크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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