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출연 중인 전지현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에서 남자 배우가 주목을 받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의 경우 ‘전지현 보는 맛에 드라마를 본다’는 여성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극중 전지현이 맡은 천송이는 무식하지만 예쁜 척하지도, 가식을 떨지도 않는 캐릭터. 여성 시청자들은 그렇게 자신 있게 망가지는 전지현에게 호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 그녀가 불과 몇 년 전까지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며 박제된 CF 스타의 대명사로 불렸던 사실에 비하면 엄청난 반전이다.

시청자들에게는 결혼 후에도 변함없는 미모를 간직한 전지현의 모습이 주된 관심거리다. 한 30대 후반 여성은 “드라마 속 전지현의 패션과 메이크업 등 스타일을 보다 보면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면서 “결혼과 일을 잘 병행하고 있다는 것도 호감의 한 요소”라고 말했다.

최근 영화 ‘플랜맨’에서 단아한 이미지를 벗고 털털한 모습으로 변신한 한지민도 전지현의 팬을 자처한다. 그녀는 “천송이가 나오는 장면만 기다리는데 과하고 어색하게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가 귀엽고 사랑스럽게 표현됐다. 나도 기회가 되면 그런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면서 “요즘은 무조건 예쁘게 나오는 캐릭터보다는 신선함을 중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연예기획사의 간부는 “여배우들은 보통 CF가 끊어질까 봐 망가지는 캐릭터를 꺼리는데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돈과 명예를 내려놓고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모에 대한 강박증을 내려놓고 연기에 집중하면 든든한 ‘(시청자)아군’을 얻어 롱런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예는 공효진이다. 영화 ‘미쓰 홍당무’에서 다소 충격적인 비주얼을 보여주기도 한 그는 현실감 넘치는 여성 캐릭터의 대명사다. “미모는 화보와 CF에서 충분히 과시할 수 있다”는 것이 평소 그녀의 지론이다.

데뷔 10년 만에 빛을 본 여배우 고아라도 외모를 포기하고 연기를 선택해 성공했다. 최근 인터뷰에서 만난 그녀는 “더 망가질 준비를 했으나 감독님이 말렸다”고 했다. 선머슴처럼 삐죽삐죽한 머리에 짜장면을 ‘흡입’하는 예고편에 소속사도 처음엔 난감해했지만 잇따른 호평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아라는 “친근감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번 여성팬들에게 ‘민폐형’ 연기자로 찍히거나 비호감으로 분류되면 캐스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장소와 상황에 걸맞지 않게 흐트러짐 없는 메이크업으로 극의 리얼리티를 떨어뜨리거나 발전 없는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몰입을 방해하는 경우다. 때문에 요즘 드라마 제작자들은 여론의 호감도를 캐스팅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최근 종영한 한 드라마도 다소 비호감인 여주인공 캐스팅 문제로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고, 관계자들에게 비호감으로 알려진 또 다른 여배우는 캐스팅 직전에 번번이 미끄러졌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숱하게 국내외 드라마를 봐 온 시청자들의 눈이 높아졌기 때문에 아무리 남자 주인공의 매력이 넘쳐도 여주인공이 비호감이면 외면받기 십상”이라면서 “어설프게 예쁘고 연기력이 떨어지는 연기자보다는 아예 신선함으로 승부할 수 있는 신인을 기용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라고 말했다.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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