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임원 고액연봉 손질 생색만 냈다

금융지주, 임원 고액연봉 손질 생색만 냈다

입력 2013-08-19 00:00
업데이트 2013-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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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반납·우리금융 업무추진비 삭감… 언제든 원상복귀 가능성

금융지주사들이 최고경영자(CEO)의 고액 연봉을 손질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삭감하는 곳은 신한금융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내년에 적용될 예정이어서 ‘보여주기’ 식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신한금융은 한동우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의 연봉을 삭감한다고 밝혔다. 한동우 회장과 서진원 신한은행장이 30%, 나머지 임원들은 10~20% 삭감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제 얼마나 삭감할지 확정된 것은 없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18일 “이사회가 10월에 열릴지, 11월에 열릴지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10~11월쯤 이사회에서 결정이 나면 내년 연봉부터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김정태 회장이 급여의 30%를 반납했다. 최흥식 금융지주 사장, 김종준 하나은행장,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20%를 반납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계열사 임원들도 대다수에게 동의를 받아 10%를 반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삭감’이 아닌 ‘반납’이라 내년에 다시 원상복귀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금융은 상무 이상 임원의 업무추진비를 20% 삭감했다. 연봉은 그대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금융 임원 연봉은 다른 금융사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사외이사들로 이뤄진 평가보상위원회가 회장 급여 조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다른 임원들의 연봉 조정은 미지수다. 지난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액 연봉 논란에 대해 임영록 회장은 “조만간 성과와 연동하는 적정한 보상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장과 회장을 통합하고, 부사장을 6명에서 3명으로 줄이는 등 조직 개편으로 이미 임원 인건비의 20~30%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와 은행 임원 연봉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권 순익이 감소했는데도 연봉이 더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금융지주 회장과 임원 연봉을 정확하게 알 방법은 없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등기이사 1인당 평균 연봉은 신한금융 7억 1400만원, 우리금융 6억원, 하나금융 4억 1200만원, KB금융 3억 9200만원이었다. 실제 회장 연봉은 1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은 별도다.

결국 금융사들이 금융당국의 제재에 앞서 생색을 내려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전문가들은 삭감·반납 등 일시적 조치보다는 합리적 평가·보상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근본적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연봉을 반납하거나 깎는 움직임은 많았지만 그때뿐이었다”면서 “시스템을 합리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결국 연봉이 원래대로 오르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5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상장사 등기임원의 연봉이 공개되면 성과 보상 체계를 공론화해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는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3-08-1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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