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안츠생명, 교육용 자료에 “원금보장”… 설계사도 속였나

알리안츠생명, 교육용 자료에 “원금보장”… 설계사도 속였나

입력 2013-03-05 00:00
업데이트 2013-03-05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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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보험설계사 20여명 집단소송 준비

“원금이 보장된다기에 철석같이 믿고 4억원 넘게 납입했는데 막상 돈을 찾으려고 보니 수천만원이 날아갔더라고요. 억장이 무너지는데 보험사는 (상품을 판) 설계사에게 따지라고만 합니다.”(알리안츠생명 고객 박모씨)

“저희도 원금이 보장된다고 믿고 팔았습니다. 제 사비로 고객들에게 원금 손실분을 물어준 돈만 1억원이 넘습니다. 회사에서 원금 보장 상품이라고 교육해 놓고는 이제와 모든 책임을 설계사들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설계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겠습니까.”(보험설계사 이모씨)

“원금이 보장된다고 설명하거나 교육한 적이 결코 없습니다. 판매 의욕이 앞선 일부 설계사들이 (원금 보장 상품으로) 잘못 이해하고 판 겁니다.”(알리안츠생명)

서울신문이 입수한 ‘파워덱스연금보험’의 보험설계사 교육자료. ‘핵심2’와 ‘핵심8’ 조항에는 원금이 보장되는 것처럼 나와 있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파워덱스연금보험’의 보험설계사 교육자료. ‘핵심2’와 ‘핵심8’ 조항에는 원금이 보장되는 것처럼 나와 있다.
알리안츠생명의 ‘파워덱스연금보험’(파워덱스)을 둘러싼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2006년 출시된 이 상품이 뒤늦게 논란인 것은 ‘5년짜리 원금 보장형 저축성 상품’인 것처럼 판매돼 2011년부터 원금 손실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설계사들은 회사 측이 원금 보장형이라고 교육하며 판매를 독려했다고 주장하고, 회사 측은 일부 설계사들이 실적 욕심에 고객을 속였다고 맞선다. 이 과정에서 보험설계사가 자살하기까지 했다. 양측의 책임 공방 속에 어느 쪽에서도 원금 손실분을 보전받지 못한 고객들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수수방관하던 금융감독원은 뒤늦게 보험사 제재에 나섰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파워덱스’는 한때 수입보험료가 1조원을 넘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2008년 5월 누적 계약 건수만 13만 3230건, 수입보험료가 1조 3543억원이었다. 하지만 원금 손실 등 분쟁이 속출하면서 지난해 판매가 중단됐다. 알리안츠생명은 원금 보장형으로 잘못 설명됐다고 인정되는 사례에 한해 고객에게 손실분을 물어준 뒤 담당 설계사에게 ‘불완전 판매’의 책임을 물어 구상권을 청구했다. 배상 요구액만 30억~40억원에 이른다.

설계사들의 주장은 전혀 다르다. 회사가 배포한 교육자료에도 ‘원금 보장’이라고 나와 있다고 반박한다. 급기야 지난해 3월 설계사 조모씨가 투신자살하자 격앙된 이들은 공동대응에 나섰다. 전·현직 보험설계사 20여명은 이달 중 알리안츠를 상대로 집단소송(채무부존재)을 낼 계획이다. 실제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한 ‘파워덱스’ 교육자료에는 ‘핵심2. 원금 보장 상품’이라고 적혀 있다. ‘5년간 (수익률) 1.5% 최소 보장’ ‘핵심8. 연수익 최저 0%~최고 37.2% 적용’ 등의 문구도 눈에 띈다. 문구만 보면 어떤 경우에도 원금 손실이 없는 것처럼 읽힌다.

이에 대해 김병용 알리안츠생명 소비자부장은 “교육자료의 원금 보장 의미는 위험보험료와 사업비를 뺀 순보험료에 대해서만 원금이 보장된다는 뜻”이라며 “5년 후 해약해도 원금이 보장된다는 의미가 아닌데도 일부 설계사들이 교육내용을 잘못 이해했거나 제대로 이해했으면서도 (더 많이 팔 욕심에) 고객에게 다르게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어렵게 수소문해 만난 당시 알리안츠생명의 교육 담당자(익명 요구)는 “솔직히 (설계구조상) 문제가 많은 상품이었다”면서 “보험 상품임에도 1년 수익률(당시 16.8%)을 근거로 5년짜리 저축성 상품으로 팔게끔 본사에서 여러 차례 자료를 제공했다”고 회사 측과는 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원금 손실분을 보상받지 못한 고객 박씨는 “이름 있는 보험사라 설계사의 설명을 믿고 꼬박꼬박 돈을 부었는데 설계사조차 억울하다고 하니 어디 가서 하소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문제가 커지자 금감원은 제재 조치에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알리안츠생명에 대한 종합검사 때 파워덱스의 여러 문제점을 확인하고 제재하기로 했다”면서 “이르면 이달 중 제재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설사 설계사가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하더라도 알리안츠나 금감원이 감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면서 “결국 보험사의 무책임과 감독당국의 무능력 탓에 금융소비자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또 하나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3-03-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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