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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알제리 인질극’과 한국의 유엔 안보리 역할/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

[시론] ‘알제리 인질극’과 한국의 유엔 안보리 역할/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

입력 2013-02-08 00:00
업데이트 2013-02-0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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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
최근 알제리에서 일어난 인질극 참사 이후 정부 부처와 관련 기관 전문가들이 중동·북아프리카 문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지역이 우리 원유 수입의 80%와 해외 수주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 임기를 다시 시작한 우리에게 안보리 현안에 대한 파악이 절실한데, 이는 북핵 문제를 비롯해 이란 핵 문제, 시리아 사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등 중동과 이슬람 세계의 갈등 해결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알제리 사태 직후 유엔 안보리는 대형 인질 참사를 일으킨 이슬람 무장 조직을 비난하는 성명을 즉각 발표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중동·북아프리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다자외교, 인도주의 원칙에 기반한 일관된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강대국 편승이나 관망 전략에서 벗어나 보다 능동적인 자세로 다른 중견국가들과 협력을 취해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 의제도 더욱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다.

우리가 성공적으로 안보리 이사국 임무를 수행하고 국제 무대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존의 ‘미국에 묻어가기’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미국의 대(對) 중동정책은 독재 정권을 비호하면서 민심을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일관적이고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굳건한 한·미 공조는 한반도 문제가 아닌 중동·북아프리카 의제에서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대신 중견국가와의 공조 쪽이 훨씬 가치가 있다.

올해 우리와 안보리 임무를 같이 시작한 호주나 중동·북아프리카에서 지역 리더로 떠오르고 있는 터키가 주요 협력 대상국이다. 지금껏 우리 외교가 신중이라는 미명 아래 눈치보기나 두고보기에 급급했다면, 호주나 터키 같은 중견국가는 능동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고 행동에 옮겼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특히 역내(域內)에서 급부상하는 중견국가 터키가 강대국과 확연히 구별되는 입장을 취하면서 국제무대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도덕적 권위를 확보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떤 이웃과도 문제없이 잘 지내겠다’는 독자적 외교노선을 표명한 터키는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 외교적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시리아 난민에게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터키 총리 에르도안은 아랍의 봄 이후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아랍인이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로 뽑히기도 했다. 비일관적인 중동정책을 고수해 온 미국은 역내 영향력을 크게 잃어버렸지만 터키는 선망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물론 터키는 미국의 우방으로 여전히 건재하다. 우리 역시 안보리에서 중견국가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고 해서 한·미 공조가 약화될 일은 없다.

이처럼 우리가 안보리 현안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중동·북아프리카의 권력 지형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수적이다. 아랍의 봄 이후 세를 확장해 가고 있는 이슬람 정치조직은 국가별로 매우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 모두 이슬람의 역할 증진이라는 대원칙을 주장하고 심지어는 같은 이름을 쓰고 있지만 이집트·요르단·리비아·시리아의 무슬림 형제단, 튀니지·알제리의 엔나흐다당, 터키의 정의발전당의 성격은 매우 다르다. 누가 독재에 대항하여 시민사회를 결집한 단체이며, 누가 ‘악의 제국’을 상대로 폭력을 일삼는 지하디스트 조직인지에 대한 파악이 우리 내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중동·북아프리카와 이슬람 세계의 분쟁 해결은 유엔 안보리의 시급한 의제다. 글로벌 코리아 중견국가로 15년 만에 안보리에 돌아온 우리나라는 이 지역의 평화를 위해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제 유가 안정과 중동·북아프리카에 대거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도 안보리 이사국의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이 지역의 민심을 얻고 풍부한 자원과 자본을 이용해 제2의 중동 붐과 일자리 창출을 이뤄낸다면 일석이조가 될 것이다.

2013-02-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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