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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동아시아 지평에서 대일 관계를 생각하자/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열린세상] 동아시아 지평에서 대일 관계를 생각하자/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입력 2013-01-14 00:00
업데이트 2013-01-1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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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한국 외교에서 일본이 최대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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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요즘 외교가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말이다. 지금의 험난한 대일관계는 양국 관계를 넘어서 국제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일 관계가 나빠지고 있다는 것은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일본 내각부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작년보다 23.7% 포인트 늘어나 약 59%로 급증하였다. 한국에 대한 친근감도 전년 대비 23% 포인트 감소하여 15년 만에 39.2%로 추락하였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연일 반일시위를 하는 중국보다 한국의 호감도 하락 폭이 2배 이상으로 크다. 이 가운데 한국인의 95%는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일본인은 63.4%가 한국의 주장이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한·일의 인식 차는 점차 깊어지고 있다.

문제는 아베 정권의 등장으로 한·일 갈등을 촉발하는 상황이 형성된 것이다. 아베 정권은 발등의 불인 경제문제 때문에 당장 한국과 갈등관계를 만들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한·일 관계는 ‘지뢰밭’투성이다. 첫째, 아베 총리가 2월 22일의 ‘다케시마의 날’을 일본 정부 행사로 여는 것은 연기하였지만, 아직도 애매한 형태로 남아 있어 언제든지 불씨가 될 수 있다. 3월이 되면 ‘교과서 문제’ ‘외교 청서’, 그 이후 ‘방위백서’ 등으로 일본이 한국을 자극할 수 있는 상황은 산재해 있다. 한국이 이런 일본의 국수주의적 주장을 문제시하면 이제는 일본이 당당하게 반론하는 상황이라 한·일관계는 더욱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독도 문제는 일본의 민족주의 정서와 연관되어 있어 의도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일 갈등을 가져올 수 있다.

둘째, 아베 정권은 ‘집단적 자위권’ 해석 변경을 주요 정책 목표로 내걸고 있어 한·일 간 쟁점이 될 것은 분명하다. 올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과반수를 획득하면 일본 정치권에서 집단적 자위권의 흐름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미국마저 미·일동맹 강화를 핑계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부추기고 있다. 일본이 해외에서 자위대 역할 확대를 본격화하면 한국의 정서상 독도를 둘러싼 긴장과 일본에 대한 불신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일본 자위대의 역할 확대는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 갈등에도 영향을 미쳐 동아시아의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

셋째, 아베 정권 시기에 헌법 개정을 통하여 정상국가로 거듭나고자 하는 일본의 움직임도 한·일 갈등을 가져올 수 있다. 아베 정권 시기에 헌법 개정을 이루기는 쉽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일본이 전수 방위의 제약을 벗어나 재군비의 길로 들어서는 상황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일본이 정상 국가가 되면 한·일관계는 새로운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현재 한·일관계의 변화는 동아시아의 질서 변동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한·일 양국의 입장에서만 바라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독도를 둘러싼 양국 갈등은 대일관계에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독도문제는 결국 중·일 간 센카쿠열도 갈등에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앞으로 대일 외교는 한·일 양국에 매몰되지 말고 동아시아의 지평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 외교의 숙명적 과제는 동아시아의 상생과 번영을 도모하면서 한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대일 정책에서도 이러한 전략적인 발상이 자리 잡아야 한다. 지금까지 대일 정책은 과거사에 집착한 나머지 현실주의적인 전략이 부족하였다. 그 결과,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해석 변경이나 헌법 개정을 하고자 하면 부정적인 반대부터 앞섰다. 이제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헌법 개정을 현실주의적인 시각에서 냉철히 바라보아야 한다. 예컨대 자위대의 역할 확대를 우리가 막을 수 없는 것이라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큰 틀에서 군비 경쟁을 축소시키면서 상생의 길을 만드는 외교적 설득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장기적인 시야에서 동북아 국가들이 화해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제안하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 대일정책은 동아시아 비전이라는 지평 속에서 과거사 문제도 용해할 수 있는 전략적인 발상을 가져야 한다.

2013-01-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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