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전시동원가요 표기 ‘동해’ 해석 논란

일제 전시동원가요 표기 ‘동해’ 해석 논란

입력 2012-07-21 00:00
업데이트 2012-07-21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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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 주거지 감안, 우리해역 ‘동해’” vs “가사 전체 문맥상 ‘태평양’”

일제가 군인들의 사열이나 국민들의 국가의식행사 때 제창한 전시동원가요인 ‘애국행진곡’에 표기된 ‘동해(東海)’를 놓고 해석논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부산대 안홍배(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애국행진곡의 작사가가 일본 서쪽의 돗토리(鳥取)현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가사에 나오는 동해는 우리 해역의 동해가 분명하다”고 21일 밝혔다.

천문학이 전공인 안 교수는 “일본에서는 서쪽 해안에 해가 바다위로 떠오르는 곳이 몇 곳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곳이 돗토리현”이라며 “작사가가 매일 봤던 일출광경의 해는 당연히 우리해역 ‘동해’에서 솟는 해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일본 위키피디아 등에 따르면 일제는 1937년 전시에 국민동원을 꾀하고자 내각정보부를 통해 ‘국민가’ 가사를 공모했고, 이를 통해 ‘애국행진곡’ 전시가요의 노랫말을 선정한 것으로 나온다. 작곡자는 전 해군군악대장이었던 세토구치 도키치, 작사가로 선정된 사람은 돗토리현에서 인쇄업을 하는 모리카와 유키오로 나온다.

논란이 되고 있는 가사는 ‘보라 동해(東海)의 하늘이 밝아와 욱일(旭日:떠오르는 해, 일본제국주의를 상징)이 높게 빛나면...’이 나오는 노래 첫구절이다.

안 교수는 “작사가의 거주지로 볼 때 그가 해를 본 곳은 우리쪽 해역의 동해가 틀림없다”며 “일각에서 가사에 나오는 동해를 태평양으로 보는 시각은 팩트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다만, 고유명사로서 ‘동해’를 지칭했는지, 보통명사로서 ‘해가 뜨는 동쪽’의 ‘동해’로 지칭했는지는 당시 일본말의 습성, 어법 등을 살펴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그러나 “일본에 ‘동해대학’ 등 ‘동해’를 고유명사로 사용하는 사례가 있는 점으로 볼 때 이 가사에서 ‘동해’를 고유명사로 해석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부산외대 김문길(일본역사전공) 명예교수도 “논란의 열쇠는 작사가가 살았던 거주지가 어디냐 하는 것”이라며 “지금도 돗토리 지방 사람들은 우리가 보는 동해(독도 쪽)에 해맞이를 가는데 당시 작사가가 본 해는 우리가 보는 동해에서 오르는 해와 같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해양대 최홍배(국제통상학부)교수는 “일본 정부가 인정한 전시동원가요에 ‘동해’라는 명칭이 표시돼 있는 것을 보면 적어도 1937년까지는 ‘일본해’라는 명칭이 단독으로 표기되지 않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이에 반해 애초부터 ‘태평양’을 지칭한다고 의견을 내놓은 한양대 일본언어문화학과 윤상인 교수는 이들의 주장에 대해 “가사에 나오는 ‘동해’라는 디테일에 과잉집착하다 보니 이 같은 해석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1절 가사 전체를 보면 가사속의 ‘동해’가 우리해역의 ‘동해’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라 동해 하늘 밝아오고/아침 해 드높게 빛나면/천지의 정기는 발랄/희망이 춤추는 대(大)국토/ 아아, 청랑한 아침 구름 속에/우뚝 솟은 후지(산)의 모습이야말로/금구무결(뜻:외국의 침략을 한번도 받지않은 고결한 상태) 흔들림없이/우리 일본의 긍지이어라’

윤 교수는 “노랫말에는 ‘동해’ 뿐만아니라 ‘후지산’도 나온다”며 “안 교수 등의 주장대로라면 작사가가 동해도 보고, 후지산도 봐야하지만 돗토리현에서는 일본 열도 동쪽 끝에 위치한 후지산을 도저히 볼 수 없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동해’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해뜨는 동쪽바다’, 즉 보통명사로 사용한 동해를 우리가 사용하는 고유명사로 해석하려는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말했다.

윤 교수는 앞서 지난 5월 “일본열도에서 볼 때 그들이 말하는 ‘일본해’(우리의 동해)는 해가 뜨는(旭日) 곳이 아니라 지는 곳”이라며 “따라서 이 가사에서 동해를 ‘동해’라고 지칭했을 리가 없는 것이어서 이 가사에 나오는 동해는 해뜨는 동쪽 ‘태평양’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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