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 63마리뿐… ‘발묶인 4만여명’

입력 : ㅣ 수정 : 2011-07-2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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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안내견 제도 보완 시급하다
한 여성이 지하철에서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을 향해 폭언을 퍼부어 누리꾼의 공분을 샀던 일명 ‘지하철 무개념녀’ 사건이 최근 온라인을 후끈 달구고 있는 가운데, 현재 국내의 안내견 관련 제도와 양성 시스템이 외국에 견줘 크게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훈련을 위한 안내견 공공장소 출입 허용’ 관련 법안은 2년째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고, 부정적인 시민의식 역시 안내견 확산에 장애가 되고 있다. 안내견 양성 현황도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1급 시각장애인 유석종씨가 19일 오후 지하철 9호선 샛강역 승강장에서 안내견 채송이와 함께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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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급 시각장애인 유석종씨가 19일 오후 지하철 9호선 샛강역 승강장에서 안내견 채송이와 함께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안내견 활용 우선 등급에 해당하는 시각장애인 1·2급은 4만 2304명(2010년 기준)이다. 이 가운데 안내견과 생활하는 시각장애인은 63명에 불과하다. 안내견 양성학교 역시 민간단체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와 한국 장애인 도우미견 협회 등 2곳뿐이다.

반면 복지부가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로부터 제출받은 ‘안내견 관련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에는 통상 610~630여 마리의 안내견이 매년 배출된다. 영국과 일본도 각각 750여 마리와 60여 마리가 나온다. 반면 한국은 연간 10여 마리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안내견 양성제도도 미비하다. 현행법상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공공장소를 출입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지만, 훈련사가 교육을 위해 안내견과 공공시설을 드나드는 것은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다.

2009년 정하균 의원(미래희망연대)이 공공장소나 숙박시설 등에서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훈련기관의 훈련사·훈련 자원봉사자의 출입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애인복지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까지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정부 보조도 걸음마 수준이다. 전동휠체어나 안경 등 장애인 보조구의 경우 장애인이 각종 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안내견에 대해서는 따로 보조금이 없다. 시각장애인 본인이 한달에 수만~수십만원씩 사료나 치료비를 전액 부담해야 한다. 복지부가 장애인 도우미견 협회에 매년 1억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시각뿐 아니라 청각, 지체장애인 안내견 및 치료견 양성과 협회 전체 살림살이 전반에 쓰이는 것이라 이마저도 빠듯한 실정이다.

정부 차원의 홍보 부족과 미성숙한 시민의식도 문제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측에 따르면 아직까지 아파트 입주나 대형마트, 일반 가게 출입 시 대부분의 시민들이 안내견의 동행을 꺼린다. 안내견학교 관계자는 “대중교통 승차 거부를 당해 민원을 제기해도 이를 해결할 만한 구체적인 통로가 없다.”면서 “지자체에서 이와 관련해 과태료를 부과한 것도 몇 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만큼 신고도 쉽지 않고, 지자체도 민원 처리에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독일은 국가가 안내견 사용자의 선발, 평가에까지 관여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시민들도 자연스레 안내견을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또 국가가 안내견을 직접 매입하기까지 한다. 대신 민간단체에서 이 안내견들을 위탁받아 훈련시키는 등 운영을 맡고, 정부는 운영비 일부를 지원한다. 스페인의 안내견학교는 전액 복권기금으로 운영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시각장애인 안내견 사업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예산 확보와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2011-07-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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