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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뒤 日 방사성물질 한국 올 것… 인공강우 등 대책을”

“2주뒤 日 방사성물질 한국 올 것… 인공강우 등 대책을”

입력 2011-03-28 00:00
업데이트 2011-03-28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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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때 환경고문’ 야블로코프 러 생태학자 본지 인터뷰

“2주 뒤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능이 한국 쪽으로 올 것이다.” 러시아의 알렉세이 야블로코프 박사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 빌딩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바람에 실려 태평양 쪽으로 갔던 방사능이 곧 아시아 쪽으로 올 것”이라면서 “한국, 중국과 러시아 극동 지역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각국 정부가 협력해 인공 강우 등의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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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세이 야블로코프 박사
알렉세이 야블로코프 박사


야블로코프 박사는 1986년 4월 소련 연방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 사고 관련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생태학자다. 체르노빌 사고가 일어났을 때 미하일 고르바초프 정부에서 환경 관련 고문으로 활동했던 그는 당시 경험을 토대로 체르노빌 사고의 피해 상황을 장기간에 걸쳐 조사, ‘체르노빌, 대재앙의 결과’라는 공동저서를 2009년 발간했다. 현재 러시아 과학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체르노빌 사고 25주년을 맞아 반(反)원자력 관련 세미나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그를 만났다.

→방사능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체르노빌 사고로 방사능에 오염된 사람들이 각종 암과 백혈병, 유전적 장애, 뇌 손상 등의 피해를 입은 사례가 나타났다. 특히 어린이들은 지능발달에 문제를 일으켰다. 방사능에 의한 피해는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 무려 7세대에 걸쳐 나타난다. 체르노빌 사고는 누출된 방사능의 강도가 5000만 퀴리(Ci)였고,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200만 퀴리로 차이가 크다. 하지만 후쿠시마는 인구가 밀집한 지역이고, 특히 방사능을 훨씬 많이 배출하는 플루토늄이 흘러나왔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 더 큰 피해가 확인될 수 있다.

→7세대까지 피해가 유전된다는 주장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한번 오염이 되면 유전된다는 게 유전학으로 입증됐다. 오염 지역 어른들이 낳은 아이들에게서 이미 유전적 질병이 나타났다. 이것이 증거다. 2세대 만에 나타난 것이다.

→그렇게 오래 영향을 미치나.

-방사능이 공중에서 떨어지면 땅 속으로 스며든다. 이로 인해 식물 뿌리와 물이 오염된다. 이런 땅에서 자란 풀을 먹은 동물도 오염된다. 지난해 스웨덴에서 엘크(초식동물)가 방사능에 오염된 게 확인됐다. 그래서 그 지역 토양을 측정해 보니 20여년 전 체르노빌 방사능이 날아온 직후의 오염도와 똑같이 나왔다. 오염 지역의 물, 우유, 채소 같은 것을 먹으면 안 된다.

→요오드화 칼륨을 복용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지 않나.

-요오드화 칼륨 복용이 쉽고 간단한 보호 대책임에는 틀림없지만 충분한 것은 아니다. 그 약이 피해를 완벽하게 예방한다는 공식 데이터가 없다. 방사능은 매우 위험하다. 극소량의 플루토늄에 노출돼도 매우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

→일본인들은 잘 대처했다고 보나.

-내가 보기에 그들은 늦었다. 요오드화 칼륨은 방사능에 노출되기 전에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조금이라도 방사능에 노출되면 엄청나게 해롭다. 방사능 피해는 오랫동안 잠복하다가 서서히 나타난다. 10년, 20년 후에도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일본 정부가 국민들을 소개(evacuate)시켰어야 했나.

-그렇다. 일본 정부가 실수했다.

→일본 정부가 방사능의 피해 가능성을 축소했다고 보나.

-그렇다.

→체르노빌 사고와 후쿠시마 사고의 결과가 비슷할 것이라고 보는가.

-지금은 똑같지 않지만 몇년 뒤에는 매우 비슷해질 것이다. 특히 후쿠시마는 인구가 밀집돼 있어 큰 피해가 우려된다. 체르노빌 사고 때 방사능이 날아간 거리를 생각해 보면, 일본 전역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한국도 피해를 입을 수 있나.

-그렇다. 한국, 중국 그리고 러시아 극동 지방이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 지금은 방사능이 바람을 타고 동쪽으로 날아가서 태평양 쪽에 있다. 그것이 다시 2주 후면 아시아 쪽으로 날아오기 시작할 것이다.

→방사능이 그렇게 멀리 가나.

-체르노빌 사고 때는 독일, 스웨덴은 물론 스코틀랜드까지 방사능이 날아갔다. 그에 비하면 한국은 후쿠시마와 아주 가까운 거리다.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방사능이 육지에 도착하기 전에 비행기를 이용해 방사능을 머금은 구름에 인공강우를 일으켜 바다 위로 떨어뜨리면 된다. 체르노빌 사고 때도 그런 방법으로 피해를 줄였다. 주변국들과 협력해서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비행기가 엄청나게 많이 필요할 텐데.

-아니다. 몇대로 충분하다.

→한국인들이 다 대피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 인공 강우를 빨리 실시하면 된다.

→한국이 원전을 계속 가동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당장 문을 닫아야 한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즉각 원전 가동을 중단시키지 않았나. 특히 오래된 원전은 매우 위험하다.

→사람들이 지나치게 우려하는 것은 오히려 정신건강에 안 좋은 것 아닌가.

-사람만 질병에 걸리는 게 아니라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식물을 먹은 동물까지 오염된 게 확인됐다. 더 이상 무슨 증거가 필요한가. 그런데도 우려를 하지 말라는 얘기인가.

→당신의 주장에 대한 반론은 들어본 적이 있나.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에 토론을 제의해도 그들은 거절한다. 그렇다고 내가 침묵을 지켜야 하나.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1-03-2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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