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당 신임대표 유시민 끝장인터뷰[전문]

입력 : ㅣ 수정 : 2011-03-19 16:22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나는 혼자 노 대통령과 결합... 참여정부 지분없다”
  “영남 사람들이 대통령을 전세 낸 것도 아니고”

 ”김두관 경남지사 심정적으로 참여당 후보 지지할 것”

 ”초과이익공유제 찬성, 스쿠크법은 반대”

 ”나는 혼자 노 대통령과 결합... 참여정부 지분없다”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국민참여당의 차기 당 대표로 사실상 확정된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은 “지금 다시 민주당에 가거나 민주당과 통합한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간 길을 뒤따라 가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노 전 대통령이 가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지난 1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이 갔던 길은 대통령이 되는 데는 유리했는지 모르지만, 정당지형·선거구도·정치문화 혁신은 결과적으로 실패하지 않았느냐.”면서 “민주당 안에서 그런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전망, 확신, 그런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경기 파주시 출판단지의 유 원장 집필실에서 이도운 정치부장과의 대담으로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국민참여당 차기 당 대표

 19일이면 당 대표 취임이 유력하다. 당선 뒤 어떤 목표와 비전을 갖고 당을 이끌 생각인가.

 
-중요한 건 2012년 권력교체다. 모든 야당이 목표로 하고 있는 것처럼 국민참여당도 중요한 과제라 생각한다. 권력교체를 하려면 국민의 마음을 모아야 한다. 국민의 마음은 교체하자는 쪽인데 이를 현실화하려면 야권이 단결해야 한다. 어떤 형식으로 단결하든 참여당이 야권의 연대·통합을 해내는 데 몫이 있다고 생각하고 잘하기 위해서는 당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당 대표는 당을 발전시킬 임무를 갖고 있다. 참여당의 역량을 키우고, 좋은 정책을 선보이고, 당원을 확대하고, 활동가를 키워내고, 후보를 찾아내야 한다. 모든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당의 활동은 야권연대를 잘 이뤄내고 정권교체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야권연대에 비중을 두면, 사람들이 참여당은 임시 정당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물론 장기적 목표를 갖고 있다. 장기적 목표는 야권의 혁신이다. 즉 야권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현재 국민의 요구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은 모두 혁신이 필요하다. 국민이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야권의 혁신, 정치지형의 정상화, 지역주의·양당구도라는 낡은 질서를 혁파하는 것, 진보의 집권 이런 것들이 장기적 목표다. 당면한 국민의 자각된 요구를 외면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장기적 목표를 이룰 수 없다. 매 시기 국민이 강력히 요청하는 과제에 대해 전심전력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당의 장기적 목표에 접근할 수 있다. 그렇기에 참여당의 장기적 목표와 단기적 과제인 정권교체를 실현하는 사이에는 아무런 모순이나 갈등이 없다.

 국민참여당을 친노(親盧) 정당이라 해도 되나.

 -그렇다. 친노 정당인데 그것이 참여당의 지향 등 전부를 설명하는 건 아니다. 참여정부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매우 소중히 생각하고 계승·발전하려 한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과 똑같이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사람마다 평가가 다르지만 대통령이 이뤄놓은 것을 공고히 하고, 하려고 했지만 못했던 것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이 정치했던 시절에 그렇게 중요하게 여겼던 국가적 과제를 국민의 요구로 제출하지 않았던 문제가 많았다. 이를 우리의 과제로 설정해가는 것이다. 친노 정당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참여당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4·27 재·보선

 당 대표 취임과 동시에 중요한 선거를 치르게 됐다. 참여당은 김해을에 신경을 많이 쓰지만 강원도지사나 분당을 선거도 중요하지 않나. 이번 4·27 재·보선 전체를 아우르는 흐름이나 특징이 있다고 보나.

 -4·27 재보선은 내년 의회권력·정권교체가 어떻게 하면 이뤄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이룰 수 있는 건지 미리 알 수 있는 선거다. 이번 재·보선은 진보개혁 정당들이 내용 있고 실효성 있는 야권연대를 통해 압승을 거둘 수 있는 선거라고 본다. 그런데 지금 이게(야권연대가) 잘 형성되지 않아 선거 구도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큰 당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작은 당들은 그에 맞는 작은 역할을 하면서 그렇게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져 전체가 하나의 진영을 구축하고 선거를 치르면 이길 수 있을 거라 본다. 이같은 선거구도를 만들지 못해서 좋은 선거가 되지 못하면 내년 선거도 안 되는 것이고, 만들 수 있다면 잘 되는 선거가 되는 것이다. 일종의 시금석이다.

 당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거고, 유권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표를 찍어야 하는 이유가 있여야 하지 않겠나. 시도당 대회를 거치면서 지켜본 표심의 흐름은 어땠나.

 -표심의 흐름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 정권이 너무 너무 못하기 때문에 남은 기간동안 잘할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어려움이 있는 것은 물론 안다. 미국발 금융위기, 아랍권 유가상승 악재, 구제역 관리 미숙 등 정부 입장에서 보면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해도 해도 너무 못한다, 제멋대로 한다는 비판이 크다. 꼭 심판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제발 대통령과 집권당이 정신차리고 제대로 국민의 목소리를 듣도록 하기 위해서는 임기가 2년밖에 안 남았지만 지금이라도 잘하게 하라는 차원에서 경고를 주라는 요구가 많다.

 둘째, 그 단계를 넘어서서 이제는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주말에 제주도로 골프치러 가는 분이 내게 정권을 바꿔달라고 했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하면서. 다녀보면 정권을 바꿔달라는 요구가 굉장히 많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야권이 연대해서 내년에 정권을 꼭 바꾸라고 한다. 그 두 가지흐름이 중첩돼서 나타나고 있다. 첫째가 강도가 약한 정권심판론이라면 두번째는 완전한 정권교체론이다. 두개가 뒤섞여서 민심 흐름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흐름을 제대로 표출시키려면 야권의 연대연합이 효율적이고 튼튼하게 돼야 한다. 그렇게 안 하면 표출이 안 된다. 민심은 아주 사납다.

 일요일에 제주도로 골프치러 가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힘든 건 뭔가.

 -국가의 품격이라고 할까. 국가는 공공성의 표상이다. 국가는 누구를 편들거나 누구를 구박하면 안 되고, 시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나 갈등을 해결할 때 공정하게 대해야 하는데 지금 그게 아니지 않나. 국가를 사유화하다시피 해 오늘날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됐지 하는 어려움이 중산층에 있다. 경제정책 등 국가의 잘못되고 정부의 국가관리능력이 없는데서 오는 삶의 고달픔이 한 쪽에 있다. 또 직접 그런 것의 피해자는 아니고 그럭저럭 자기 능력으로 살아갈 만하지만 그래도 사회가 이게 아니다, 국가가 이렇게 돼선 안 된다는 생각이 최근에 진보 진영과 자유주의 진영 사이에 활발한 연합 공동사업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해에서 꼭 참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할 당위성과 이유가 있나.

 -당위성이라기보다 민심이다.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표출시켜 주는 것이 정부를 위해서나 대통령, 국가를 위해서도 좋다고 본다. 또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집권당의 어떤 성찰도 잘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다. 남은 임기 2년 동안 그래도 지금까지보다 잘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런 민심이 투표 행위를 통해 결집되고 표출되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야당이 승리해야 한다. 김해을에서는 여러 야당 후보 중에 이봉수 후보가 확실하고 압도적인 경쟁력의 우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이미 각 당이 다 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가 책임지고 반드시 그런 결과를 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출마한다. 김 전 지사와 이봉수 후보가 붙는다면 누가 이길까.

 -이봉수 후보가 압승할 거라 확신한다. 김 전 지사는 한마디로 김해 시민들이 원하는 후보가 아니다. 김해 시민들의 전반적인 반응을 보면 (김 전 지사를 두고) 모욕감을 느끼는 것 같다. 여러 의혹으로 인해서 총리 후보자에서 낙마했던 분이 김해시의 국회의원으로서는 괜찮다는 말이냐. 총리라는 공직에 적절치 않은 사람으로 평가돼서 스스로 사퇴했고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했던 사람인데, 그럼 김해 시민들이 뽑는 선출직 공직자는 해도 된다는 말이냐. 이것은 상당히 김해 시민들로서는 정서적으로, 논리적으로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게 한다. 김 전 지사는 총체적으로 봤을 때 김해 시민들이 원하는 후보가 아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김해을 선거를 이명박과 노무현, 김태호와 유시민의 대결이라고 한다. 동의하나.

 -만약 김 전 지사가 후보로 확정되면 김태호와 이봉수의 대결, 이명박 대통령 및 한나라당을 한편으로 하고 김해시민을 다른 한편으로 하는 즉, 집권세력과 김해시민의 대결이다. 김 전 지사의 출마는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고 민심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미 한나라당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김 전 지사는 경쟁력이 없는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도 출마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득표를 해보겠다는 것인가. 명백하게 드러나는 시민들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또한 집권당과 집권세력이 지켜야 할 도리를 벗어나는 것이다.

 김두관 경남지사도 심정적으로 참여당을 지지할 것이라 보나.

 -마음으로 아마 그러지 않겠나. 안 물어봐서 모르겠지만 짐작해볼 때 김두관 지사와 이봉수 후보는 오랜 세월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해온 정치적 동지다. 사석에서는 우리끼리 봉수 형이라 부른다.(웃음)

 분당을도 중요한 지역이다. 한나라당도 승리를 장담하는데 민주당 내에서 승리를 위해 손학규 대표가 나가야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의견내기가 조심스럽다. 민주당에서 누가 나오든 분당을 지역이 17대 총선 때 보면 탄핵 국면에서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이 70%대였다. 그런데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문수 지사가 나를 10%포인트 내외로밖에 못 이겼다. 한나라당 입장에서 보면 분당을의 민심이 옛날 같지 않다. 민주당은 우리나라 정치지형에서 중도쪽을 책임지고 중도개혁주의를 오랫동안 표방해 온 정당이다. 그런 중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이 그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후보를 내면 분당을도 이길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의 선택이다. 참여당도 열심히 좋은 예비후보가 활동중이다. 달리 다른 당에서 적정한 후보가 없으면 우리 후보가 나서서 치러야 하지 않겠나.(이이진 오찬에서 유 원장은 “손 대표가 출마하면 재·보선 전 지역에서 야권이 승리할 수 있다. 손 대표의 분당 출마는 중산층과 중도층 흡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야권연대

 야권의 중심은 민주당 아니겠나. 그렇다면 내년 대선에서 손 대표가 가장 가능성 있는 후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손 대표가 제1 야당의 대표로 능력과 리더십을 입증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고 잘해주길 기대한다. 국민들에게 더 많은 신임을 받는 게 모두에게 좋은 일일 거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야권연대 때문에 경쟁할 경우에는 망설임없이 경쟁에 임하겠나.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삼국지 스타일로 정치를 보면 안될 것 같다. 야권 전체로 결합하고 단결해서 다시 국가운영을 맡겨도 되겠다는 국민의 판단을 얻는 것이 제일 중요한 과제다. 나머지는 거의 종속된 과제라 생각한다. 누가 대표로 나서서 그 일을 맡느냐는 건 중요하긴 하지만 최우선적인 가치를 지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손 대표도 그렇고 다른 야권 지도자들도 마찬가지 입장일 것이다. 그렇게 상식적으로 생각한다.

 진보신당 노회찬 전 대표가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해 ‘페이퍼 정당’ 아이디어 냈다. 공감하나.

 
-여러 가지 고민 끝에 제안한 것 중 하나니까 생각해 봐야겠다. 페이퍼 정당 이외의 다른 제안들에 대해서도 각자가 다른 쪽 제안을 깊이 생각해보고 그 제안들이 나온 기본 아이디어의 배경과 고민이 무엇인지 서로 깊이 경청해보는 것이 맞다. 야권연대와 연합을 잘해내기 위해 이런저런 아이디어나 제안들 가운데 하나를 놓고 앞으로 검토를 해봐야겠다.

 대선에 출마해서 대통령이 되려면 현실적으로 민주당에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는데.

 -(웃음)여러 차례 이미 말했는데 익숙한 것들과 결별해야 할 시기라 생각한다. 지금 우리 야권에게 요구되고 있는 건 혁신이다. 변화가 필요하다. 늘 하던 방식으로는 변화를 이룰 수 없다. 정치란 것이 물론 권력을 둘러싼 경쟁이다. 이념이나 정책이 있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들어가보면 역시 국가 권력을 둘러싼,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란 것이 정치의 기본적인 속성이라는 걸 안다. 그렇게 때문에 공학적으로 분석해보고 판단하면 권력에 접근하는 데 유리한 길을 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이미 노 전 대통령이 갔다. 그 길을 다시 가서는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기 어렵지 않냐는 고민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그 코스를 가면서 끊임없이 정당지형, 선거구도, 정치문화 혁신을 도모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하지 않았나. 그 분야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한탄한 것처럼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아무 것도 남지 않고, 물을 헤치고 온 것 같은 결과가 되지 않았나. 지금 보면 (다시 그 길을 가는 것이)대통령 되는 데 유리할지 모르지만 진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치적 변화를 이루는 데는 미흡하다고 보는 거다. 우리는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 우리가 가는 길 속에서 정당의 혁신과 발전, 정치구도의 변화, 정당 지형의 혁신, 정치문화의 발전, 정책의 발전 이런 것들이 함께 올 수 있는 도전을 해야지 그냥 권력 도전하는 것만으로 의미를 찾기에는 그렇게 우리 상황이 좋은 게 아니다. 욕심이 지나치게 많은 건지도 모른다. 또는 내가 아직은 정치인이 덜 됐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아닌 것 같다. 진짜 국민이 원하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그런 방법은 아닌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내게 얘기한다. 지금 다시 민주당에 가면, 민주당과 통합하면 예전처럼 혼자하는 건 아닐 거다, 오면 도와주겠다는 분들도 있다. 그분들의 뜻을 잘 안다. 그러나 그 길은 노 전 대통령이 간 길을 뒤따라 가는 길이라 생각한다. 참여당이 친노 정당이라는 의미인데 그분이 갔던 길이 있고 가고자 했으나 가지 못한 길이 있는데 우리가 밟아야할 길은 그 분이 쓰러진 자리에서 원래 가려고 했으나 가지 못했던 길을 가는 게 맞지, 그분이 간 길을 따라 되밟아 가서 그분이 쓰러진 데서 끝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 점에 대해 우리도 고민이 많다. 민주당이 나쁜 당이니 좋지 못한 당이니 없어져야 한다는 게 아니다. 그 당은 국민들로부터 야권에서 압도적으로 지지를 많이 받는 당이고, 끊임없이 성원해주는 유권자와 지지자 당원이 있는 당이고 엄청난 역할이 있는 당임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이 목표를 민주당 속에서 할 수 있다는 전망이나 확신, 어떤 가능성에 대한 믿음, 이런 것들이 없는 거다. 그것이 있다면 거기서 도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확신이 나나 당원, 지지자들이 가질 수 있는 희망의 근거가 너무 약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참여당이나 나나 아직도 여전히 매우 이상적인 정치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 없이 어떻게 정치하겠나. 그런데, 민주당은 뭐가 부족한건가.

 -그래서 갈 길이 멀다. 그 얘기를 자꾸하면 연대 협력해야하는 당에 대한 험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나쁘다는 게 아니라 뭔가 다르다는 것이다. 지향과 목표를 가지고 다가갈 때 택해야 하는 방법에 대한 생각이 너무 많이 다르다. 그것이 협력하지 못할 정도로 다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나의 조직안에서 하기에는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지금처럼 서로 진짜 하고 싶은 게, 좀 다른 것이 있다는 걸 인정하자는 것이다. 방향은 같으니까 같이 협력하는 방식으로 가보는 것이 과도하게 욕심을 부리거나 성급하게 조직을 합치는 것보다 낫지 않나 생각한다.

 

 2012년 대선

 4·27 재·보선과 내년 총선, 대선까지 정치권이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보나.

 -야권은 연대·연합에 경험이 쌓이면서 점점 더 지난해 6·2 지방선거보다 효율적이고 명분 있고 튼튼한 야권연대를 하는 쪽으로 가게 될 것이다. 지난 선거를 보면 1987년 이후 5번의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3번은 보수 진영이 이겼고, 2번은 진보개혁 진영이 이겼다. 보수 진영은 3번의 승리 과정에서 단결했을 때가 없다. 13대에는 ‘노태우·김종필’씨가 분열했었고, 자유주의 진영도 ‘김대중·김영삼’씨가 분열했다. 1997년 대선은 ‘이인제·이회창’씨가 분열했고, 2002년 대선에서는 ‘정몽준·이회창’씨가 분열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따로 나왔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압승했다. 진보개혁 진영은 2번을 근소하게 이겼지만 두번 모두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모두 단일화 방식으로 보수정파와 개혁정파가 결합해서 겨우 이겼다. 권영길 후보가 있긴 하지만 진보는 하나되는 가운데 분열된 정파와 합쳐 겨우 이긴 것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보수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하다.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그런 조건 속에 선거를 하고 있고 다음 번에도 보수는 또 분열될 것이다. 친이와 친박이 갈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보수는 지난 25년 동안 한번도 대통령 선거에서 제대로 연합되지 못하고 총선도 매번 분열된 상태에서 치렀다. 이럴 때 정권교체 가능성은 진보개혁 진영이 전체적으로 하나로 결속할 때 생긴다. 이번에는 아마 보수와의 연합 대신 한번도 해보지 못한 진보와 자유주의의 연합을 통해서다. 이미 지난 지방선거에서 완전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했다. 그보다 더 완전한 형태로 더 좋은 형식과 내용을 갖고 다음 총선, 대선에서 이뤄질거라 생각한다. 이것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이 이미 공개적으로 표출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이 요구를 거절하거나 외면하면 단순히 정권을 교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야권 전체가 국민들로부터 버림 받는 무서운 결과가 올 수 있다. 이런 인식이 있기에 야권은 자꾸 단결하는 쪽으로 갈 것이다. 4·27 재·보선에서 시작해 내년 총선과 대선에 이르기까지 야권이 점점 더 높은 수준의 연대 연합을 만들어 나가는 흐름 속에서 선거가 치뤄질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복지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복지가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보나.

 -중요한 이슈가 될 거라 본다. 그러나 여권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인 박근혜 씨가 복지국가 얘기를 하기 때문에 이 자체만으로 승패를 가를 만한 이슈가 되겠냐는 의견도 있다. 이 분석에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복지 말고는 어떤 이슈들이 부각될 것 같나.

 -민주주의다. 국가는 안보 국가에서 발전 국가, 민주 국가를 거쳐 복지 국가로 간다고 했는데, 민주 국가까지 왔는데 복지 국가를 못 가서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한나라당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거꾸로 발전 시대로 돌아가는 듯한 현상이 있다. 인권, 민주주의가 다음에도 이슈가 된다. 대북 정책, 한반도 정책, 평화 등 큰 이슈들이 대선 때마다 표출이 된다. 새로운 게 나올 수 있지만 기존에 봐도 인권, 민주주의, 복지, 평화란 이슈가 이미 큰 정책 이슈로 제출돼 있다.

 포털에서 ‘유시민’을 입력하면 박근혜 전 대표가 연관검색어로 뜬다. ‘박근혜 대세론’을 인정하나.

 -대세론이라기보다 (박 전 대표가) 여권 내에서 확고한 우위를 갖고 있는 후보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게 대세라 말하긴 어렵지 않을까. 박근혜 씨 자신도 그렇게 보지는 않을 것이다. 많이 앞서가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기에 충분할 만큼의 국민의 신임을 받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지 않나.

 야권은 박근혜 전 대표에 맞서 어떤 전략으로 승리할 것인가.

 -대선은 전략으로 승리할 수 있는 선거는 아니다. 국회의원 선거는 선거구마다 전략이 다를 수 있지만 대통령 선거와 같이 단일한 전국 선거는 하나 밖에 없다. 대선은 국민이 자신이 원하는걸 가지는 선거다. 물론 사람들은 전략을 쓴다 얘기하지만 지난 5번의 대선을 돌아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전략을 갖고 된 게 아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어떤 것이 있었고 말로라도 주겠다는 사람이 유일하게 이 대통령 후보였다. 거짓말이라도 잘하니까 확실히 믿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말로라도 뭔가를 주겠다니 기대라도 가져본 것이다. 전략이 필요하다기 보다 진짜 국민들이 국가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파악하고 국민들의 소망과 요구에 대해서 내가 잘 경청하고 있다는 것, 이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이 소망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게 무엇이고 내가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걸 정치인이 말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신임이 형성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런 것은 전략으로 움직이는게 아니다. 민심 흐름이 있고 노력해서 그 흐름에 부합하는 정치인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대통령 임무에 가까이 갈 수 있다. 대선은 상대방과 싸우는 선거가 아닌 것 같다.

 유 원장이 박근혜 전 대표와 1대 1로 붙게된다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뭐라 말하기 어렵다.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없고, ‘난 안 될 것이다.’라고 말할 것도 아니다. 이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해볼 수 있지만 지금 이길 수 있다, 없다를 따지는 자체가 별로 근거가 없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내가 꼭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보다 야권 내에서 자기 나름의 정치적 자원을 국민 속에서 획득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각자 열심히 노력해서 국민의 신임을 독자적으로 얻고 잘 상의해 하나의 비전으로 통합하고 이런 걸 잘해주는 게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 아니겠나. 지나치게 자기 중심으로 내가 꼭 해야겠다는 목표와 전략을 세우면 야권은 잘 안 되는 것 아닌가.

 내년 대선에서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어떤 역할을 할 거라 보나.

 -모르겠다. 그 분은 한때 보수의 지도자였는데 지금은 지역의 지도자가 돼 있다.계속해서 그런 역할 하실 건지 아니면 다시 보수의 지도자를 하실 건지는 그 분이 선택할 문제라 본다.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김문수 지사와 붙었다가 아깝게 졌다. 왜 승리하지 못했다고 보나.

 -국민들이 보기에 도지사로는 김문수 후보가 더 낫다고 봤겠지. 그게 후보 경쟁력이다. 후보 경쟁력을 구성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정치적인 호불호를 넘어서서, 더불어 도지사 역할을 누가 잘할까 하는 부분에서 유권자들의 판단이 있었다. 대도시에서 민주당 소속 시장 후보들이 많이 이긴데 반해 난 조금밖에 못 이겼다. 시골 지역에서는 엄청나게 많이 졌다. 이를 대도시 지역에서 충분히 회복을 못한 건 민주당 소속 시장 후보들보다 대도시에서 적게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도지사 후보로서 잘 준비됐느냐는 평가를 받을 때 부족한 게 많이 있지 않았나 싶다. 워낙 급하게 선거에 뛰어들었다. 출마 선언하고 선거일까지가 90일이었다. 내가 좀더 오래 준비했더라면 이길 수 있었을 텐데. 이겨 보자고 나간 선거인데 지게 돼서 민망하고 죄송하다.

 젊은층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다. 소셜네트워크나 모바일이 선거에 영향을 줄 거라고 보나.

 -그렇다. 미디어 정보화 사회니까. 선거 정보를 취득하고 자기 의사를 형성하는 매커니즘이 과거에는 정당조직, 선거운동 조직, 각종 직능단체 조직, 친목회 같은 조직들을 통해 정보를 유통하고 사람들의 정치적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줬었다. 지금은 시민들 개인이 단독자로서 다양한 정치적 경로를 통해 정보를 취득하게 되고 독자적 방식으로 여러 정보를 비교하면서 자기 견해를 형성하는 시기가 됐다. 때문에 조직 없이도 선거를 치를 수 있고, 정당을 만들 수 있다. 참여당만 해도 돈 한푼 없이 정당을 만든다는게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하고 있지 않나, 약하긴 해도. 소셜네트워크나 인터넷은 그런 거라 보면 된다. 여전히 오프라인 조직의 정치정보 유통 기능이나 의사 형성 기능은 있다. 그러나 그것이 극복할 수 없는 정도의 압도적인 건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오프라인 방식으로 기존 조직을 가진 상대 진영과 경쟁할 수 없다. 그들이 활용하지 않는 소셜네트워크는 옳고 좋을 뿐만 아니라 비용도 적게 들어 우리가 유권자를 만나는 데 활용할 수밖에 없다. 그것만 해야 한다, 그래서 하는 건 아니다. 오프라인으로는 접근할 수도 대항할 수도 없다. 돈이 없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곳에서 하다 보니 비용이 안 들고 직접 소통하는 매체를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 원장도 경주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닌 ‘TK(대구·경남)’다. 이 대통령도 그렇고 왜 ‘TK’에서 정치 지도자가 많이 나온다고 보나.

 -‘TK’뿐만 아니라 ‘PK(부산·경남)’도 많지 않았나. 영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역대 대통령 중 김대중 전 대통령 한분 빼고는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올 영남이다. 이건 굉장히 부당한 거다. 이런 게 어디 있나. 일부러 만든 건 아니지만 역시 지역구도 문제다.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은 총칼로 잡은 거니까 빼더라도 87년 이후 5번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빼고 4명이 모두 영남이다. 이는 부당한 것이다. 영남이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으니까 이 곳을 본거지로 가진 한나라당은 거기 출신이라야 수월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표도 영남 사람이다. 진보개혁 진영도 호남은 인구가 적어서 결국 영남에서 득표할 후보를 찾는 것이다. 보수는 영남이라서 해서 하고 호남은 영남에서 할 수 있는 사람이 편애를 받는 거다. 바둑으로 치면 몇점 깔고 들어가는 거다. 이 구도가 지속되는 한 이같은 현상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다른 지역의 정치인들과 유권자들에게 좌절을 안겨주나. 나도 ‘TK’ 출신이고 ‘PK’ 출신 대통령을 모셨지만 이건 용납하기 어렵다. 정말 부당하다. 이 구조를 해체해야 한다.

 어떻게 이 구조를 해체할 수 있나.

 -선거제도를 바꾸는 식의 제도 개혁으로 할 수 있고 정당 혁신과 정당 지형의 혁신 운영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양갈래 길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처음에 통추와 꼬마 민주당 활동을 통해 정당 지형의 변화로 개혁을 해보려 했지만 처참히 실패했다. 새정치국민회의, 민주당을 통해 대통령이 되고난 뒤 제도 개혁을 해보려 했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 둘다 기득권에 의해서다. 참여당도 똑같은 시도를 하는 거다. 다만 우린 권력도 없고 당도 약하고 국회의원도 없기 때문에 그런 지향을 갖고 있어도 지향일 따름이지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다. 이건 매우 부당한 구조다. 이건 꼭 극복해야한다. 그런데 이게 현실이라 슬프다. 만날 득표율 계산할 때 어느 지역에서 몇 % 계산하지 않나. 영남에서 30% 정도 되면 당선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정치가 너무 처참한 것이다. 이건 민주 정치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 구도를 타파하고 혁신하기보다 이 구도를 인정하고 유리한 입지를 차지해 권력에 접근하려는 경향이 너무 노골적이다. 그러면 안 된다. 다만 아직 힘이 없어서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

 내년 대선도 그렇지 않겠나.

 -모른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참 불합리하다. 영남 사람들이 대통령을 전세낸 것도 아니고. 이건 정말 부당하다.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정치 현안

 블로그에 헌법 1조 걸어놨던데 개헌은 찬성인가 반대인가.

 -개헌은 필요한데 어떤 개헌, 헌법 중에 무엇을 고칠 건가 그 얘긴 안하고 연기만 피우고 있다. 개헌 논의를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발의를 해야 한다. 개헌안을 내놔야 토론을 한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하는 걸 보면 국가를 완전 장난감 취급한다. 국민들을 무슨 건설회사 직원 취급하는 거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국민의 주권을 존중하는 기본적인 자세를 가지고 헌법과 법률이 부여해 준 권한과 정해 놓은 절차에 따라서 개헌 논의를 해야지 이렇게 2년 가까이 개헌안의 내용도 확정 안한 채 당이나 사람을 시켜서 정치권을 흔들고 개헌 연기를 피우는 건 못된 장난이다. 이건 정당한 절차도 아니고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국민을 대하는 기본적인 도리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정부 내에 개헌안 작성팀을 만들어서 대통령의 뜻이 있으면 신속하게 개헌안을 만들고 국회에 보내서 정상적으로 해야지 군사작전, 매복, 기습, 성동격서, 양동작전하듯 벌이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본 예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교·안보 관련 입장을 많이 듣지 못했다. 햇볕정책은 찬성하나.

 -찬성하는 정도가 아니다. 그것 말고는 대북정책이 있을 수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독일에서도 공부했는데 통일 문제에 대해 책을 쓰거나 발표한 적 있나.

 -예전 칼럼니스트 시절에 관련 글도 많이 썼다. 내가 참여정부 때만 정치를 했기 때문에 참여정부에서는 대북 정책을 국민의 정부 것을 그대로 계승했고 나도 그 틀에서 같이 했으니까 특별히 다른 얘기를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지금도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 노 전 대통령이 택했던 대북 정책 말고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북정책은 오직 박정희 식과 김대중 식 두 개밖에 없다. 노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김 전 대통령식 대북 정책이었고 이를 계승한 것이다. 박정희 식 대결 정책이냐, 김대중 식의 평화공존 정책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거다. 지금 이 정권은 박정희 식으로 돌아갔다. 우리가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건 김대중 식밖에 없다. 그 점에 대해서는 토론의 여지가 없다. 큰 틀에서 보면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옵션은 둘 밖에 없고 그 둘 중에 어느 걸 택하느냐가 다음 대선에서는 굉장히 큰 이슈가 될 것이다.

 통일 정책이란 게 남북도 있지만 4강, 미·일·중·러와 국제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주변국의 전략적 우선 순위를 매길 수 있겠나.

 -대북 정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동북아 정세의 주도권을 남·북한이 쥔다는 거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4개국이 한반도에서 일본, 미국을 한편으로 하고 중국, 러시아를 다른 한편으로 해서 부딪히는 형국 아닌가. 여기서 주도권을 놓치면 우리 민족의 운명이 외세에 맡겨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반드시 한반도 평화, 혹은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남북 당사자가 가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 우리 민족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게 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 박정희 식 대결 정책의 가장 큰 문제가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놔 버렸다는 것이다. 지금 이 정부는 완벽하게 박정희 식 대북정책으로 돌아갔다. 미국, 일본과 군사동맹을 맺고 경제 동맹을 맺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등으로 북한을 고립시키고, 적대시하는 정책을 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박정희 시대, 이승만 시대에 쭉 해오던 것이다. 그 결과 아무 것도 낳지 못했다는 건 수십년의 역사에서 입증이 됐다. 그런 가운데 미국 중심으로 외교가 완전히 이동하면서 한·중 관계가 89년 수교 이후에 최악이 됐다. 한·러 관계도 별로다. 그러면 4강이 부딪히는 위치에서, 첫째는 주도권을 우리가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간 신뢰성 있는 대화가 필수 요소다. 둘째는 4강의 이해관계가 한반도를 중심으로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균형을 잡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미·일·중·러와 등거리 외교를 해야 한다. 옛날 조선시대에도 명·청나라 간 등거리 외교를 하려 했던 왕을 패륜으로 몰아 역사에서 쫓아내고, 단죄하지 않았나. 노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근본적인 건 남북 대화를 통해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남·북한이 쥐고 4강의 이익이 충돌하는 이 지역에서 우리가 균형을 잡고 이를 통해 동북아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정권 들어 가장 잘못한 게 대북 정책이다. 주도권도 놓아 버렸고, 국익을 중심으로 하는 등거리 외교도 다 망쳐버렸다. 중국만 해도 “먹고 사는 건 우리와 하면서 안보는 미국에 기댈래”라고 우리에게 항의할 수 있다. 중국이 기분 나쁘겠나 안 나쁘겠나. 조만간 중국에서 활동하는 우리 기업에 여파가 올 거라 본다. 국익을 완전히 파괴하는 어처구니 없는 외교이자, 냉전시대 외교다.

 현 정부 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40% 정도 나온다. 유 원장은 100점 만점에 몇 점 정도 줄 수 있나.

 -점수를 매기기가 어렵다. 정답을 쓴 게 몇 개라도 있어야 점수를 매길 것 아닌가.

 그래도 잘한 건 없나.

 -그게 참 찾아봐, 뭘 잘한 게 있나. 그래도 복지 정책은 후퇴시키지 않았다. 유지는 했다. 전재희 장관이 잘한 거라고 본다. 복지를 많이 했다는 건 거짓말이고 참여정부에서 해온 수준을 겨우 겨우 유지해왔다. 새로운 수요에 대응은 못했지만 기존의 사업들을 유지하는 건 해냈다. 그 점에는 점수를 주고 싶다. 다른 분야에서도 전 정부의 정책을 유지하면서 잘할 수 있는 걸 하면 좋았을 텐데 왜 모든 걸 엎었는지 모르겠다. 말하자면 한이 없다.

 최근 초과이익공유제 놓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부딪혔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거들고 나섰다. 어떻게 보나.

 -정운찬 전 총리가 대학 은사이다. 총리할 때는 제대로 된 걸 거의 못하더니 총리 마치고 나서 오랜만에 좋은 걸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방법상 연초 설정한 목표와 합당하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는 토론해 볼 만하다. 중소기업을 옥죄는 가장 중요한 억압 중 하나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한 수요 독점자인 수출 대기업의 협력업체에 대한 착취다. 중소기업을 혁신시키기 위해 지난 정부 때 노력을 많이 했다. 혁신의 성과가 결국 이윤으로 나타나야 중소기업도 재투자를 하고 고용을 확대할 텐데 중소기업의 다양한 혁신 노력으로 생긴 일종의 특별 이윤을 대기업이 다 빼앗아갔다. 빼앗아가는 이유는 수요자는 대기업 혼자이고 1차, 2차, 3차 밴드로 내려가는 이 라인들은 모두 무한 경쟁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익을 내버려두면 필연적으로 공정한 경쟁과 시장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파괴한다. 이는 신자유주주의 경제학자들도 다 인정한다. 심지어 가장 극단적인 신자유주의자인 하이에크조차도 시장에서 이뤄지는 경쟁의 효과를 죽이는 데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게 공정거래위원회다. 풀기가 어렵다. 근본 원인을 고치자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서 거래 상대를 착취하는 행태에 대해 법 규정을 엄격히 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일종의 소청심사위원회나 고충처리위원회처럼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착취나 억울함을 들어줄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대기업 프렌들리한 이명박 대통령이 그런 것까지 할 리는 없다. 그래서 궁여지책 끝에 초과이익공유제를 내놓은 것이다. 이는 단기 순이익이 너무 많으면 기금을 만들어서 중소기업의 기술혁신, 고용을 지원하자는 건데 좋은 얘기 아니냐. 기업이 아무 관계 없는 사람들을 위해 기부도 하지 않나. 협력업체들의 도움 덕분에 우리 기업들이 성장한 건데. 방법이 적절하냐에 대한 논란은 토론할 만하다. 그러나 공산주의냐 사회주의냐는 식으로 깔아뭉개는 건 문제다. 수십년간 삼성, 현대가 폭리를 취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독과점 이익을 누리면서 그걸 기반으로 새로운 기술 투자를 하며 세계 시장 넓혀나가지 않았나. 그러니까 국민 소비자는 삼성, 현대로 치면 조강지처에 해당된다. 죽 끓여먹을 때 같이 굶으면서 죽 끓여먹은 조강지처다. 협력업체와 소비자들이 다 조강지처인데 자기가 잘 나간다고 해서 다 팽개치는 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지는 게 아니다. 그 점을 동반성장위원장하면서 많이 고민했던 것 같고 정말 오랜만에 좋은 얘기를 했는데 저렇게 집권세력에 의해 깔아뭉개지는 걸 보면서 안타깝다.

 대구 심인고 나왔는데 종교가 불교인가.

 -‘뺑뺑이’ 돌려서 가보니 불교였다. 선택해서 간 게 아니다.

 종교는 뭔가.

 -우리 국민이 믿는 모든 종교를 존중한다.

 이슬람채권법(스쿠크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스쿠크법은 아랍의 자금을 우리 금융 분야에서 한국에 유입시키는 게 좋은 점이 있느냐부터 논의해야 한다. 금융시장이 개방돼 엄청나게 돈이 들어왔다 나간다. 외국인 자금이 나가면서 증시도 출렁이고, 부동산도 출렁이고, 환율이 출렁이는데 이게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그 상황에서 이슬람 자본까지 끌어들이는 것이 우리 외환시장의 안정이나 금융시장의 안정, 실물경제를 북돋우는데 도움이 되나 안 되나를 봐야 한다. 금융 분야에서 자유화의 정도를 이슬람 자본까지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의 논쟁이 핵심이다. 그러나 그런 논의는 전혀 안 한다. 이슬람 자본이 율법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해서 우회로를 만들어주기 위해 조세특례를 해준 게 아니냐. 종교싸움이 먼저 붙어버렸다. 어이가 없다.

 스쿠크법에 반대하는 듯한데.

 -그렇다. 우리가 외자 유입이 부족해서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게 아니다. 외자 유입은 좋은 프로젝트가 있고, 투자 기획만 주어지면 그 돈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들어온다. 꼭 그 방식으로만 투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슬람 투자도 제3 국을 통한 우회투자 가능하다. 지금은 미국 증시나 유럽 증시도 상장돼 있는 유가 증권이나 주식에 신 금융기법이 많이 도입되면서 몇 %를 어느 나라 자본이 가지고 있는지 통계조차 낼 수 없는 상황에 와 있다. 그런 판국에 스쿠법은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다. 왜 전개됐는지 모르겠다. 이슬람 자본이 들어오려고 했는데 막힌 사례가 있었는지, 그것도 없다. 그러면 왜 이 법을 처음에 만들려고 했는지 불확실하다. 누군가 대통령에게 아이디어를 준 뒤,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해서 추진된 것 같은데 누가 입력한 건지, 왜 입력한 건지, 배후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한 마디로 어이가 없다. 엉뚱한데 불똥 튀었다. 종교와는 아무 상관없다.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정치인 유시민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 ‘후계자’라는 말이 있는데 동의하나.

 -내게 차지철(박정희 전 대통령 경호실장), 이후락(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중앙정보부장) 같다고 말한다. ‘꼭 그렇다면 정치적인 면에서 그런 거지’라고 말해서 그러는 것 같다. 후계자도 맞다, 아니다 하는 건 영 적절치 않다. 노 전 대통령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고 그분이 하려고 했던 여러 가지 정치적인 목표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노 전 대통령 이른바, 친노는 분명하다. 후계자란 얘기는 적절치 않다.

 강금원 씨가 유 원장은 친노가 아니라고 했는데 의외로 별로 괘념치 않는다고 말했다. 속으로는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은데.

 -실제로 그랬다. 그분은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다.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기 전에 남긴 마지막 글에 ‘너무 많은 사람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인해 고통 받은 사람’이란 문장이 있었는데 그 대표적 인물이 강금원 씨였기 때문이다. 나는 강 씨를 노 대통령 서거 전까지 잘 몰랐다. 한번도 면식이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서로 전혀 아는 관계가 아니었다. 그냥 있다는 것만 알았다. 행사에서, 재단회의 등에서 봤다. 난 원래 그 분과 정치적인 문제 등을 의논하는 사이가 아니다. 그 분은 내가 의논하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런 기대의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그분이 참여당 창당에 대해 부정적으로 봤으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전혀 그것에 대해 마음에 동요가 있지 않다. 내가 참여당을 창당한 건 아니지만 입당을 늦게하는 과정에서 무수히 겪은 일 중 하나다.

 김두관 경남지사가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참여정부 지분은 노 전 대통령이 60%, 나머지 40%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반반씩 나눠가졌다고 했다. 유 원장의 지분은 없나.

 -없다.

 왜 없나.

 -난 사실상 혼자 대통령과 결합했다. 오랫동안 대통령과 정치적 행보를 했던 측근이나 참모도 아니었다. 열린우리당과 합쳐지긴 했지만 당시 개혁당을 만들어서 대선운동을 했다. 정부와 결합할 정도의 인적 기반을 가진 세력이 아니었다. 나와 대통령의 관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개인적인 관계로 끝났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정부의 인사나 하다 못해 공공기관에 사람 넣는 것까지 해본 적이 없다. 그러니 지분이 하나도 없었다. 지분을 주장한 적도 없었고, 지분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난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동지 관계지, 정부에 지분 갖고 있었던 건 전혀 아니다. 난 그렇게 말한다. 좀 유명한 자원봉사자라고.(웃음)

 한나라당이 다음 대선에서 김두관 지사가 다크호스, 강적이라고 한다. 김 지사는 유 원장보다 모자란 게 많다고 하던데, 김 지사의 강점은 뭐라고 보나.

 -김 지사가 겸손하게 말하는 것이다. 우선 경남이란 지역에서 압도적으로 도지사에 당선됐다는 건 그 분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정치 기반이 적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다만 국회의원에 한번도 당선되지 못 되고 떨어졌기 때문에 여의도 정치에서 인정을 안할 따름이다. 대중적으로는 이미 상당한 정도의 역량을 검증받은 정치인이라 생각한다. ‘시골 피라미’라고 스스로 말했던데 그건 굉장히 겸양의 말씀이다. 난 경남보다 한나라당이 훨씬 약한 경기도에서도 도지사가 안 됐는데 그 분은 전통적인 한나라당 텃밭에서 도지사가 되지 않았나. 야권의 지지층을 모아내는 통합의 리더십이 나보다 더 좋은 분이다. 그건 데이터로도 나와 있다. 그 분이 자신에게 없고 나한테 있는 게 눈에 많이 보이는 모양인데 난 김 지사가 나에게 없는 걸 많이 갖고 있는 게 보인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 같다고 야당 사람들이 말한다.

 -우리는 2002년 이후부터 늘 힘을 합쳐왔다.

 이광재 전 지사가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이 가장 좋아했던 인물은 문재인 전 비서실장이고, 이 전 지사의 개인 소망은 대선에서 문 실장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붙었으면 좋겠다고 하던데, 문 실장이 정치를 하면 훌륭한 정치적 지도자가 될 만하다고 보나.

 -그렇다. 말할 나위가 없다.

 정치는 할 것으로 보나.

 -그건 그분의 결단이다. 나도 다시 정치로 나오긴 했지만 처음 정치로 들어갈 때 마음이 사실 쉽지 않았다. 2008년도에 국회의원 낙선하고 이제는 그만 해도 되겠다 싶었다. 다시 정치를 하는 입장에서 정치에 자기의 삶을 진지하게 거는 결단이 수월한 게 아니다. 문 전 실장의 경우에도 여러 고민이 있었던 걸로 안다. 굳이 주변에서 이렇다 저렇다 말 안 해도 5년 간 대통령 모시면서 온갖 일을 겪은 분인데 모든 걸 다 알고 있지만 자기 삶에 대한 실존적 선택, 그 문제가 남아 있는 거다. 그 부분은 스스로 깊은 생각하는 분이니 정치하지 않아도 아름답고, 정치해도 아름다운 분이라 생각한다.

 정치적 지도자로서의 소양은 보나.

 -그렇다. 훌륭하다. 여러 면에서.

 노무현 정부는 언론과 관계가 좋지 않았는데, 유 원장의 언론관은 어떤가.

 -있는 그대로 현실로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나. 원래 불편한 거라고 생각한다. 걱정은 언론 자유란 것이 만인을 위한 것인데 언론은 국가가 개입할 수 없는 분야다. 헌법상 국가가 직접 개입해서도 안 되고, 속성상 국가의 개입을 완강히 거부하는 영역이다. 그것이 일종의 시장 권력인데 모든 시장 권력은 국가 규제를 받는다. 헌법에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유일하게 언론 권력만큼은 어떤 국가 규제도 받지 않는다. 여기서 만인의 언론 자유가 특정인이나 언론 자본을 가지고 있는 소수를 위한 것으로 남용될 때 이것을 어떻게 견제할 수 있느냐, 또는 바로 잡을 수 있느냐 하는 철학적 문제, 혹은 정치이론적 문제가 남아 있다. 때론 종교는 없지만 인간이 해결하지 못하는 걸 하나님이 해결해주기도 하니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한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고 서거한 뒤 친노 세력의 분열은 당연한 귀결인가, 안타까운 일인가.

 -분열로 보기보다는 원래 한 정치 지도자를 어느 한 사람이나 어느 한 세력이 온전하게 계승할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의 생애를 보면 인권 변호사, 노동 변호사, 민주화 운동, 노동 운동 시절이 있다. 1988년도 총선에 출마 당시 자신의 생애와 사상 지향에 대해 자필로 기록한 글들을 보면 지금 민주노동당 사람들과 내용이 똑같다. 그 모습이 있다. 지금도 부산 노동 전문 변호사 시절의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게 원래 그 사람 모습이라는 것이다. 소신 있는 정치인으로 3당 합당을 거부했고, 청문회 스타가 되면서 잘 나가던 초선의원 시절이 있었다. 3당 야합을 거부하면서 불우했던 정치인 시절이 10여년이었다. 지역구도 혁파, 세대교체, 정치혁신을 위해 노력하던 정치인 노무현이 있었다. 새정치국민회의에 들어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내면서 대권에 도전하는 과정, 거기서 대통령 노무현이 있다.
이 세 가지 캐릭터는 조금씩 다 다르다. 영속성이 있지만 다른 점이 있다. 굉장히 마키아밸리적 권력정치를 한 대목도 있다. 아주 순수한 정치적 이상을 향해 달려나가는 모습도 있다. 사회운동가의 모습을 갖고 있는 노무현의 모습도 있다. 그 모든 게 다 합쳐져서 노무현이란 한 정치인의 초상이 완성되는 건데 그 모든 걸 담을 수 있는 정치 세력이 있으면 하나로 가겠지만 현 정치 세력과 어떤 정치인도 누구도 그걸 다 담지 못한다. 그것을 한 그릇에 담기에는 20~30년 현대사가 축약된 삶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한 사람이나 한 정치 세력이 계승하기에는 노 전 대통령은 매우 다양한 목표를 추구했던 분이었고, 다양한 모습을 가진 정치인이었다. 그런 것들은 노무현의 어떤 측면을 주로 보느냐에 따라 흐름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분열이라기보다는 한 사람의 시대가 끝났을 때 그걸 계승하려는 움직임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서나 여러 갈래로 나타나게 된다. 어느 것이 맞다고 말할 수도, 어느 것만 옳다고도 할 수 없다. 전부다 일리가 있다. 참여당은 3당 합당 합류를 거부하고 새정치국민회의에 들어가기 전까지 불우했던 시절의 정치인 노무현의 모습으로 계승하고 있다. 그 때 그 분이 추구했던 어떤 정치적 목표들이 이후에 이뤄지지 않았고 여전히 한국 정치를 발전시키기 위한 긴요한 과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기에 중심을 두고 있는 거다. 그러면서 진보 진영과 연대하려는 것은 노변 시절의 노무현 정신과 친화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진보정당들과 연대 통합 논의를 하는 것이다. 새정치국민회의 들어온 이후에 노 전 대통령은 권력 정치가의 모습이었다. 그건 연대 연합을 통해 민주당과의 관계를 통해 잘해 가자는 것이다. 밖으로 보기에는 그렇게 안 보이지만 우리 생각은 그렇다.

 때론 노 전 대통령하고만 연관되는 게 정치인으로서 부담스럽지 않나.

 -한때 부담이 많이 됐다. 대구에 국회의원 출마했을 때 상대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이라고 TV토론회에서 말했다. 나한테 부담되라고 한 소리다. 그때 ‘지금도 난 영광이라 생각한다’고 대응했다. 난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 속에서 정치에 들어왔고, 국회의원으로 있던 5년 내내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 속에서 일을 했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정부에 있었던 1년 반을 빼고는 적어도 주관적으로 스스로 역할이나 과제 설정을 했다.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한 것도 맞다. 정치인으로서 내가 살아나가야 할 인생이 있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려고 하는 게 있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난 이거다 할 수는 없고 계속 정치해 나가면서 고민하는 게 맞다. 말로 하는 건 좋은 게 아닌 것 같다. 차별화도 말로 하는 건 좋은 게 아니고, 극복하고 지양하는 것도 말로 그렇게 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한 정치인으로서, 당면한 시대적 과제를 가지고 고민하고, 노력하고, 도전하고,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작은 성공도 거두고 하면서 되는 거다. 나도 때론 내가 뭔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알겠나.

 얼마 전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역대 복지부 장관 중에 유 장관이 훌륭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스스로 뭘 잘했다고 보나.

 -잘 모르겠는데 그 때 열심히 했다. 국회의원이 지역구 활동하듯이 장관 활동을 했다. 의원도 동네에서 산악회 등 다 하지 않나. 산악회면 산악회, 축구팀이면 축구팀, 낚시 동호회면 낚시 동호회, 당구 동호회면 당구 동호회. 한 달에 한번씩 ‘호프데이’라 해서 실국별로 돌아가면서 매달 호프데이도 하는 식으로 직원들과 스킨십을 열심히 했다. 글쎄, 공무원들이 그런 거 잘한다고 (점수를 줬을까).

 정책적 측면에서 중점 두고 추구했던 정책은.

 -입법은 많이 했다. 장기요양보호법을 내가 있을 때 통과시켰다. 국민연금법은 내가 만들어놓고 부결되는 바람에 사표를 냈다. 그러고 나서 두 달 뒤에 처리됐다.기초노령연금법을 했다. 약사제도 개편은 그뒤 집행이 잘 안 되고 있지만 제도적 틀은 만들어놨다. 바우처 사업을 새롭게 많이 도입했다. 방문간호, 중점장애인 활동보조인 제도, 아동발달 지원계좌라고 해서 시설학원 아동 2만명에게 사회 나갈 때 몇 천만원이라도 가져나갈 수 있게 해주는 통장을 만들어주는 등 신규 사업을 했다. 욕먹은 것도 많다. 의료급여제도 손 본 것 때문에 지금도 엄청 욕을 먹고 있다. 그렇지만 난 꼭 그렇게 했었어야 한다고 본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소액 진료비 정액제를 없애고 정률제로 다시 바꿔 7000억~8000억원 만들어 임산부들과 노인들의 위해 썼다. 암 환자 본인 부담을 깎아주고 병원 밥값에 보험급여를 적용하는 일 등이 있다. 다 돈 가지고 한 일이다. 예산 구조조정하면서 신규 사업을 많이 한 것이다. 아마 공무원들이 그런 것 때문에 평가를 좋게 해주는 것 같다. 미결 과제로 있던 것들을 손 봤다. 장애인 LPG 문제 같은 것들도 욕도 먹었지만 정리했어야 하는 문제였다. 요즘 문제되는 약가 최저가 인센티브 제도도 내가 그때 약사법을 바꿔놓고 나왔다. 집행은 못했지만 그 때 밀린 입법과제나 개혁과제들을 많이 처리했다. 삼성SDS와 소송 걸린 것도 항소심에서 계속 돈을 많이 깎아 조정받고 국회 나와서 사과하고 정리했다.

 정부에서 일해보니 공무원은 어떤가. 개혁 대상인가, 국가의 중추인가.

 -둘다다. 모든 조직은 태어나면서부터 개혁과 혁신의 대상이다. 혁신하지 않는 조직은 다 퇴락한다. 공무원 조직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 조직도 그렇다. 나는 복지부 공무원들을 많이 봤지만 공무원 중에는 훌륭한 애국심 가진 분들도 있고 단순 직업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다양하다. 어느 인간 집단이나 다 똑같다. 차이는 있지만 분명한 건 장관은 기본적으로 공무원과 일하는 거다. 공무원들은 내가 느끼기에 장관이 성의를 갖고 진심을 갖고 하면 도와준다. 장관이 진심을 안 보이면 공무원들도 보신주의로 간다. 기능적인 면에서 매우 훌륭하다.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 마음을 움직여야 하니까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서로 소통한다. 권위주의가 있으면 소통에 방해가 되니 신속히 대화하고 결정해야 할 건 빨리 결정한다. 부작용이나 반발이 예측될 때는 장관이 책임져 준다. 그렇게 하면 나름의 자부심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일을 잘한다. 물론 다 잘하는 건 아니다. 문제가 있으면 한쪽으로 고쳐나가면서 기본적으로 스스로 사명감이나 의지를 가지고 보람을 느끼며 일하게끔 해주면 그 사람들도 열심히 한다.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복지부는 모든 직원이 다 우수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 조직을 효율적이고 건강하게 끌어나갈 수 있는 정도의 좋은 인력들이 있는 조직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게 ‘유시민 펀드’였다. 어떻게 됐나.

 -다 환급했다. 이자 주고, 끝냈다.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도 적용될 수 있는 방식인가.

 -그렇다. 정당도 할 수 있다. 후원금을 받지만 제도를 묶어 놔서 정당이 어렵지 않나. 선거를 치르면 환급을 받는다. 비례대표도 환급 받는다. 어차피 국가 돈으로 치르는 건데 후원을 받으면 나중에 당으로 들어간다. 우리 당은 신뢰성이 충분치 않은 당이니 ‘돈을 좀 꿔주세요’ ‘몇달 쓰고 또는 일년 쓰고 갚아드릴게요’하면 빌려준다. 우리처럼 당원이 적고, 지지자들은 넓은 정당, 네트워크형 정당은 (유시민 펀드) 형태가 괜찮다. 당원과 비당원 제한도 없고, 대선자금도 굳이 전처럼 재벌들에 손 벌릴 이유가 없다. 나중에 국고보조금에서 환급 받아서 갚고, 후원금이 좀 모이면 보전 안되는 비용으로 쓴다. 이렇게 하면 모든 게 깔끔하다. 유권자도 부담없고, 선거공영제의 취지를 살린다. 동시에 금권정치의 패단을 죽일 수 있다. 이 아이디어가 나온 건 이명박 대통령 덕분이다. 우리 같은 군소정당, 핍박받는 야당의 경우에 금융기관에 가서 돈 빌리려고 하면 돈 빌려주겠나. 금융기관에 빌리는 게 좋다면 소액으로 빌리는 것도 좋지 않나. 그럼 금융기관에 가지 말고 시민들한테 빌리자. 시민들이 100만원~200만원 빌려주는 거야 어떤가. 다 갚는 건데. 이자도 주고. 그래서 시작한 건데 괜찮았던 것 같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법적인 문제는 없었나.

 -그렇다. 처음부터 논의했다. 아무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내 친구에게 돈을 꾸면 합법인데 공개적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꾸면 불법이 될 리 없지 않나. 법을 잘 몰라도 대한민국은 자유국가인데 사인 간 거래에 국가가 개입할 이유가 없다.

 글 잘 쓰고 책 잘 만든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별한 비결이 있나.

 -책을 만드는 건 아니고 난 글만 쓴다. 오랫동안 생업이어서 교양서도 썼고, 정치도 글로 소통할 게 많은 직업이니까 또 쓰곤 했다.

 집필중인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란 책에 대해 정치인 유시민의 비전이나 국가전략, 집권구상이라고 하는데.

 -그런 건 아니다.

 핵심내용만 소개한다면.

 -핵심내용은 진부하다. 우리들이 훌륭한 삶을 살고 싶다면 국가를 훌륭하게 만들어야 한다. 훌륭한 국가란 어떤 국가냐, 그거다.

 어떤 국가인가.

 -훌륭한 국가는 정의를 실현하는 국가다. 내가 공부하면서 내린 결론은 뭐가 정의냐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총체적으로 보면 국가의 도덕적 이상은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국가 정의를 실현하려면 확실하게 정통성 있는 강한 권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정의를 실현하고 싶어도 국가가 필요한 강한 권위와 정통성과 힘을 갖고 있지 않으면 못한다. 둘째는 사람들이 자기가 마땅히 받아야 될 거라고 하는 걸 받게 해줘야 한다. 근데 똑같이 자동차 바퀴 조립하는데 현대 정규직은 6000만원 받고 난 사내 하청이라 3000만원 받는다면 이건 아니지 않나. 이건 어떤 논리로 따지더라도 정의를 위배하는거다. 계약자유란 이유로 내팽개쳐 지면 안 된다. 국가는 강한 권위와 정통성을 기반으로 법과 절차에 입각해서 민주적인 개입을 통해 사람들 사이에 정의가 수립될 수 있게 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다 가져야 마땅한 것, 자유이지 않나. 다시 말해 훌륭한 삶은 우리 모두 원하는데 시민이 훌륭한 삶을 살려면 국가가 훌륭해야 한다. 훌륭한 국가는 결국 정의를 세우는 것이다. 정의는 뭐냐. 정의는 사람이 마땅히 받아야 하는 걸 받는 것이다. 모든 걸 똑같이 줘야 하는 게 있고 사람에 따라 다르게 줘야 하는 게 있다. 그런 것들에 대해 얘기한 것이다. 훌륭한 국가에 접근하기 위해서 이런 훌륭한 국가를 만들고자 하는 이상을 가진 사람들이 현 단계에서 새로 생각해야 할 게 어떤 것이 있고, 뭘 해야 하느냐는 부분도 있다. 정치가 국가 권력과 관계를 맺는 건데 정치하는 사람인 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그에 대한 뚜렷한 생각이 없이 정치해왔던 것 같다. 그래서 공부를 해보자 했고 다른 사람과 같이 얘기해보자고 해서 책을 만든 거다. 교양서다. 정치인이 정치인의 시각으로 쓴 교양서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인이 책 쓰면 잘 안 사더라. 공짜로 나눠주는 걸로 돼 있어서.(웃음)

 현존 국가 중에 ‘훌륭한’ 나라에 근접한 국가는 있나.

 -많다. 써놓고 보니 서유럽 국가들이 훌륭하더라. 복지국가론도 다루고 있다. 대한민국은 괜찮은 국가인데 훌륭하다고까지 말하기는 어렵다. 더 훌륭한 국가로 만들어보자. 이를 위해 국가에 대한 평소 관념에 대해 돌아보고 국가에 대해 나와는 다른 기대를 하거나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 여러 가지 국가론을 들여다보면 다 일리가 있었다. 이 책을 공부하고 쓰면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분들에 대해 많이 이해하게 됐다. 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지. 그런 것도 잘 이해가 되고 서로 잘 알면 정치적인 경쟁, 권력투쟁이 덜 살벌해 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다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책을 안 산다지만 정치자금 받을 필요 없이 인세로 충분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나도 생활인이다. 4인 가족이 어느 정도 생활할 수 있는 (인세)수입은 된다.

 당시 학생운동을 했는데 군대를 현역으로 다녀왔다.

 -난 5·18 때 구속됐다.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군법회의에 넘어갔다. 안양에서 재판을 받는데 오전 심리를 짤막하게 했다. 70~80명 모아놓고 하루에 끝나니 재판도 아니었다. 검찰이 공소장 읽고, 변호사도 없었다. 그냥 앉아있는 거다. 오전 내내 공소장 읽더니 점심 먹고 그렇게 하더니 오전 재판이 다 끝났다고 하더라. 징역 몇 년 등 죽 불렀다. 오전 재판 끝날 때쯤 몇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일어서란다. 나중에 보니 병역미필자만 부른 거였다. 똑같은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더라. 똑같은 상황이 되면 데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화내면서 대령인가가 앉으라고 하더라. 아버님은 보다가 내가 나오기 힘들겠다고 가버렸다. 오후 3시에 묶여 다시 갔더니 공소기각이라고 하더라. 재판부에서 공소를 기각한 것이다. 집에 가니 가족이 놀라더라. 왜 나왔냐고. 집에 와서 보니 이틀 전에 신체검사 통지서가 와 있었다. 병역미필자들은 감옥이 붐벼 수감을 못했다. 안양교도소에 8명이 작은 방에서 더운 여름에 팬티만 입고, 밤이면 요가니 물구나무한다고 서 있고 개판이었다. 조폭들은 삼청교육대에 보내고 거물들은 다 감옥에 집어넣었다. 몇 방을 보면 전부 조폭, 데모 학생 꽉 차 있어서 도저히 통제가 안 됐다. 그래서 병역미필자는 군대 보내라고 해서 군대에 간 거다.

 군 생활 어디서 했나.

 -화천. 보병이었다.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

서울Eye - 포토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