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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DNA이용법 문제점 없나

범죄자 DNA이용법 문제점 없나

입력 2009-10-23 12:00
업데이트 2009-10-23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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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정보 오염·오독 가능성 대상범죄 12개 지나치게 넓어

‘조두순 사건’이 몰고온 흉악범 엄벌 분위기에 힘입어 ‘DNA정보 이용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올 정기국회에서 법률안이 통과되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DNA 신원 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과잉 입법’이라고 무산됐던 2006년 ‘유전자 감식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별반 다르지 않다. 부작용은 손보지도 않고 ‘조두순 사건’을 빌미로 국가 형벌권만 팽창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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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정보의 문제점으로 남명진 가천의과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오류 가능성”을 꼽았다. 2004년 미국 뉴저지 검찰은 36년 전 소녀를 강간·살해한 혐의로 벨라미를 체포했다. 결정적인 증거는 유전자정보였다. 그러나 2년 뒤 벨라미의 유전자가 오염됐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후 진범이 붙잡혔다.

남 교수는 “유전자정보는 범죄용의자를 신속히 감별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엉뚱한 사람을 진범으로 몰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가 오염되거나 잘못 해독되고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유전자검사기관은 2003부터 5년간 3100건의 유전자를 보관했는데 26건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검·경 관리 이원화로 유출 우려

유전자정보 관리가 중요한데도 관리를 일원화한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검찰과 경찰이 이원화해 관리할 방침이다. 형이 확정되거나 검찰에서 구속된 피의자의 유전자정보는 검찰이, 경찰에서 구속된 피의자는 경찰이 각각 수집·보관한다. 유전자 정보유출·남용 가능성이 커지는데도 법무부와 행정자치부는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상 범죄가 살인·아동성폭력뿐 아니라 절도·협박·마약 등 12개로 지나치게 광범위한 것도 논란거리다. 범죄별 인원수를 살펴보면 문제점이 명백히 드러난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절도·강도죄(1만 8234명), 폭행죄(1만 7914명), 마약죄(4227명) 등으로 기소된 피고인은 4만 375명. 살인(783명), 아동성폭행(765명), 강간·추행(4994명) 등 강력범죄자(6542명)보다 6배나 많았다. DNA정보 채집 대상자의 15%만이 살인·성폭행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법원행정처는 분석보고서에서 “DNA 분석 없이도 범인특정이 가능한 절도 같은 범죄, 재범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체포·감금죄는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은 살인·강도·강간의 재범률(2007년)은 58.8%, 6 0.7%, 49.1%라고 밝혔지만, 다른 범죄에 대한 조사 결과는 없었다.

●“무죄추정 원칙에 어긋나”

유죄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구속피의자의 유전자정보를 채취·보관하는 것도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법률가는 지적했다. 이은우 변호사는 “재범을 막으려고 도입하는 법안이라면 유죄가 확정된 사람의 유전자만 채집·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이 범죄 혐의자의 유전자를 관리하는 것에 대해 유럽인권재판소는 인권선언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2009-10-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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