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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한중일 FTA 시대의 인터넷과 한자/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한중일 FTA 시대의 인터넷과 한자/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입력 2009-10-20 12:00
업데이트 2009-10-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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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10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3국간 FTA가 다시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역외로는 EU와 NAFTA의 존재가, 역내에서는 3국간 교역규모의 폭발적 증가가 한·중·일 FTA의 시대적 추세에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일, 한·중 FTA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한·중·일 FTA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한·중·일 FTA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선행 작업과 함께 상호간 소통을 증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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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형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문형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인터넷과 한자, 잘 활용하면 한·중·일 3국간 단일 시장을 형성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한·중·일 3국의 GDP 합계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그친 반면, 인터넷 인구의 세계 점유 비중은 31%나 된다. 이들 지역이 경제발전 단계에 비해 정보화가 크게 진척되었음을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수치라 하겠다.

이와 같은 3국의 인터넷을 각국의 언어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하나로 연결시켜 주는 고리가 있다. 바로 한자(漢字)이다. 주지하다시피 한·중·일 3국은 경제나 산업에서 동일한 한자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산업정책도 그중 하나이다. 산업정책을 한·중·일 3국의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각국의 최근 산업정책에 대한 동향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간단한 한자 용어를 통해 3국의 인터넷이 곧바로 연결되는 것이다.

중국 산업정책을 연구하는 필자도 중국 인터넷에 의존한 지 오래다. 과거 문헌정보에 의지했던 시절에는 연구 시차가 빨라야 1년이었으나 인터넷 시대에서는 실시간이다. 분석대상도 과거에는 자동차산업 동향 등 포괄적 주제만이 연구 가능했지만 이제는 1600cc급 승용차 월별 판매량과 가격동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야말로 생산성과 신속성에서 비교가 안 된다. 그런데 왜 기업이나 일반인들의 인터넷 활용도는 낮은 것일까?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한자 자체에 있다. 한·중·일 3국은 동일한 한자를 약자(略字), 간자(簡字) 등으로 서로 달리 표기한다. 예를 들면 경제를 한국은 經濟, 일본은 経済, 중국은 经济로 표기한다. 따라서 각국의 인터넷 검색 프로그램에서 입력하기가 어렵고 인식을 못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만약 3국이 합의해 한자 코드와 입력 방식을 조정해 주면 상호간 인터넷 활용이 당장 가능해진다. 설령 일본어, 중국어를 못 해도 한·일, 한·중 자동번역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시장과 산업에 대해 많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조금 더 욕심을 내면 3국간 새로운 산업이나 분야에서 신조어를 만들 때 한자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한·중·일 3국간 업종이나 주제별로 관련된 사이트를 연계시키는 것도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한국, 중국, 일본 자동차협회나 자동차산업 관련 전문 사이트를 연결시키면 보다 많은 시장정보를 정확히 쉽게 얻을 수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현재 3국에서 활발하게 작동을 하고 있는 B2B(기업 대 기업) 전자상거래를 서로 연계시키면 곧바로 무역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현재 한·중·일 3국 거래의 특징은 소비재의 비중이 아주 낮은 반면, 부품소재와 기계설비는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다수가 참여하는 B2C(기업과 소비자간)보다는 비교적 소수가 참여하는 전문화된 B2B가 한·중·일 3국간 교역에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러한 부품소재 중심의 전문화된 전자교역(e-trade) 시스템은 3국이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구축할 수 있다.

인터넷상의 시장정보 검색에서 출발하여 궁극적으로는 B2B, B2C의 전자상거래까지 발전시키기 위한 한·중·일 3국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중·일 3국이 산·관·학 공동위원회를 결성해 한자코드 조정, 신조어 제정, 기업 DB 제작, 인증, 색상, 표준, 계량단위, 전자상거래 관련 법률제정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09-10-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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