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성곽이 117년 교회 눌렀다

600년 성곽이 117년 교회 눌렀다

입력 2009-08-12 00:00
수정 2009-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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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6가에 위치한 동대문교회를 철거하겠다는 서울시의 공원화사업 계획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는 서울성곽 복원을 목표로 하는 서울시 행정계획의 공익성이 117년의 역사를 지닌 동대문교회의 보전가치보다 높다는 취지라 향후 재개발지역에 위치한 유서깊은 교회와 성당·사찰 등을 둘러싼 분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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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김종필)는 재단법인 기독교대한감리회 유지재단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도시계획시설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대학로~동대문~남산으로 이어지는 축을 공연문화, 패션문화, 녹지문화의 복합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의 도시관리계획을 고시했다. 서울시는 특히 동대문교회 부지에 서울성곽을 복원해 ‘성곽역사공원’을 조성, 동대문 일원의 옛모습을 되찾는 공원화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지난해 2월부터 동대문교회쪽에 업무협의 요청을 하고 설명회도 열었다.

동대문교회쪽 역시 교회 이전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있으면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서울시가 계획을 고시했다. 이에 동대문교회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서울시가 동대문교회의 역사문화적 가치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아 침해되는 사익이 크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동대문교회가 일제시대 때 국권회복운동을 이끌고, 1970년대에는 평화시장 근로자들의 쉼터 역할을 하는 등 한국감리교회의 정통성을 이어오고 있다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했다. 동대문교회는 1892년 정동교회와 상동교회에 이어 세 번째로 설립된 감리교단 교회로 3·1독립운동을 이끌었던 손정도 목사가 담임목사를 지내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적 제10호로 지정되어 있는 서울성곽의 복원 필요성을 더 우위에 놨다. 재판부는 “서울성곽은 축조된 지 600년 이상 된 것으로 범국가적이고 큰 역사적 가치가 있는데, 노후한 교회 건물이 성곽 일부를 점유한 데다 교회 건물 및 주차장이 성곽을 가리고 있어 성곽의 경관을 회복하고 복원되지 않은 성곽 부분을 되살릴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판시했다.

또 “사회구성원 전체가 이용하는 공원은 공익성이 큰 반면 동대문교회의 역사적 가치와 상징성은 공원을 조성할 때 교회터 위치에 흔적 표시 등을 남기는 방법으로 보존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그동안 법원이 종교시설 역시 일반 건물과 마찬가지로 사유재산 혹은 물건의 하나로 취급, 철거 및 이전에 있어 보상액과 소유권 등만 중점적인 판단 기준으로 삼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행정법원 관계자는 “공원 자체의 공익성, 교회 이전 뒤의 동일성 유지 여부 등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지만, 동대문교회와 서울성곽의 가치가 사회적으로 지니는 비중 등이 크기 때문에 그 가치에 대한 평가가 필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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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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