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살인’ 위험수위

‘묻지마 살인’ 위험수위

입력 2009-07-01 00:00
수정 2009-07-01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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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불쾌지수↑ 경제상황↓ 이상심리자↑

최근 뚜렷한 이유도 없이 흉기로 불특정 다수를 죽이는 ‘묻지마’살인(무동기살인)이 급증하면서 사회적 불안요소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찰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묻지마 살인이 ‘위험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위험 경보를 발령해야 할 상황’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정도로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예방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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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가 대부분 현장에서 검거되고 범행수법이 단순하다는 이유 때문에 범죄행동분석이나 관련 통계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동기가 뚜렷하지 않은 살인을 살인유형에서 별도 항목으로 관리해 분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범죄 통계조차 없어 예방 막막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묻지마 살인이 급증하고 있는 데 대해 ‘사회·환경적, 계절적 요인이 위험 수준에 달했다.’는 분석결과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관계자는 “범죄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는데 여름철 불쾌지수 상승이라는 계절적 요인과 경제상황 악화, 실업증가 등 외부환경적 요인들이 모두 적신호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경우 사소한 시비에도 극단적인 행동이 나올 수 있으며 최근 벌어진 묻지마 살인들이 대부분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지난 24일 경북 군위에서 자신을 “돼지야.”라고 부른 실내 포장마차 주인을 살해한 A씨나 같은 날 서울 서대문구에서 시비가 붙은 대학생을 칼로 찌른 B씨 등의 사례가 최근 벌어진 대표적인 묻지마 살인의 형태로 보고 있다. 특히 자신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지난 28일 삼촌을 살해한 C씨나,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살해한 장애인 D씨 등의 사례까지 범주를 넓힐 경우 비슷한 살인사건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선진국형 극단적 행동 매년 증가

일부에서는 묻지마 살인이 선진국형 범죄형태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뒤떨어졌다는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불특정 상대를 살해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생활안전국 관계자는 “이같은 불만이 내부에서 쌓이면 자살이 되고 외부로 표출되면 묻지마 살인으로 나타나는데,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이 두 가지 모두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묻지마 살인에 대한 예방책은 물론 관련 통계조차 갖고 있지 않다. 묻지마 살인의 경우 사전계획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 우발적인 범죄인 만큼 현장에서 대부분 검거되고 살인수법 역시 단순해 범죄수법을 연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형사과 관계자는 “사람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도 없고, 사전모의도 없는데 어떻게 예방이 가능하겠느냐.”면서 “통계 역시 수법과 면식 여부 정도만 집계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고 연구할 수 있는 자료 확보를 위해 통계방식 변경을 검토 중이다. 수사국 관계자는 “동기가 없는 비면식 살인사건을 별도의 항목으로 집계해 예방방법을 연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면서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겠지만 통계가 쌓이면 실마리가 풀리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회구조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묻지마라는 이름이 붙은 것 자체가 예방이 어렵다는 방증”이라면서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정신보건서비스를 강화하고 출소자 관리나 빈곤가정 지원에 힘쓰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연세대 심리학과 이훈구 교수도 “평소 욕구불만을 드러내거나 반사회적 경향을 보인 사람들에 대해 관찰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09-07-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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