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기자회견 적법기준은 경찰 맘대로?/박건형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기자회견 적법기준은 경찰 맘대로?/박건형 사회부 기자

입력 2009-05-15 00:00
수정 2009-05-15 01:4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지난 13일 오후 서울의 한 신문사 앞. 노무현 전 대통령 사법처리 여부 등 사회 현안에 보수적 입장을 가진 100여명이 넘는 노인들이 현수막을 들고 모였다. 한 사람이 마이크를 들고 해당 신문사를 ‘변절했다.’며 비판하기 시작했다. 나머지 참가자들은 이 말에 동조하며 함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행사는 인도를 점거한 채 30분 넘게 진행됐다.

이미지 확대
박건형 사회부 기자
박건형 사회부 기자
문득 위화감이 들었다. 멀찌감치 서 있는 경찰차 한 대와 잡담을 나누고 있는 경찰관 두 명의 모습은 익숙한 시위 현장에서 볼 수 없는 한가로운 풍경이었다.

기억을 되돌려봤다. 지난달 10일 경찰청 앞에서 진행된 대학생들의 기자회견이 떠올랐다. 이들은 등록금 인하를 주제로 한 기자회견 중 삭발식 퍼포먼스를 펼치고 몇 차례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기자회견을 빙자해 구호를 외친 것은 불법시위”라며 기다렸다는 듯이 학생들을 연행했다. 처음부터 이들을 둘러싸고 있던 경찰병력은 2개 중대 200여명이나 됐다. 연행된 학생은 49명이었다.

2개 중대와 2명의 차이는 어디에 있었을까. 경찰청은 ‘엄격한 법적용’ 때문이라고 답했다. “신문사 앞 시위는 기자회견으로 위험하지 않았으나 대학생들의 경우, 구호를 외치는 순간 시위로 변질돼 불법시위에 따른 조치를 했다.”고 구분했다. 기자회견을 어떻게 구분한 것일까. 경찰 관계자는 “상황을 종합해 봐야겠지만 현장지휘관이 그때그때 판단해야 한다.”면서 “딱 잘라서 말하기가 힘들다.”며 겸연쩍어했다.

촛불시위 참가단체와 폭력시위 단체에 대한 정부지원금 금지 논란과 관련해 진보와 보수에 들이대는 정부의 잣대가 다르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단체를 규정한 당사자인 경찰은 “엄격한 법 적용을 통해 얻은 결과”라고 일관되게 말한다. 모양은 비슷했으나 그 과정과 끝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개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것이 단지 ‘오해’였으면 좋겠다. 유독 한쪽에만 엄격한 법이 적용된다고 믿고 싶지는 않으니 말이다.

박건형 사회부 기자 kitsch@seoul.co.kr
2009-05-15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쿠팡 가입유지 혹은 탈퇴할 것인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의혹 이후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는 사태 축소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30~31일 국회 청문회에서 보여준 관계자들의 불성실한 태도 또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쿠팡 측은 이러한 논란에도 '탈퇴 회원은 많지 않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앞으로도 쿠팡 회원을 유지하실 생각입니까?
1. 유지할 계획인다.
2. 탈퇴를 고민 중이다.
3. 이미 탈퇴했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