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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입력 2009-04-23 00:00
업데이트 2009-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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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대통령 홈피 폐쇄 준비 “민주주의 말할 자격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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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노무현 전 대통령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노 전 대통령은 22일 오후 5시53분 자신의 홈페이지인 ‘사람사는 세상’에 올린 글을 통해 “이제 문을 닫는 것이 좋겠다.”며 “오늘 아침 홈페이지 관리자에게 이 사이트를 정리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이날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의 서면 질의서를 전달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자신은 “이미 민주주의,진보,정의,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다.”며 “여러분은 저를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또 “’아내가 한 일이다,나는 몰랐다.’ 이 말은 저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 뿐이라는 사실을 전들 어찌 모르겠느냐?”고 되묻고 “국민들의 실망을 조금이라도 줄여드리고 싶어서 (중략) 저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계신 분들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어서” 그런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다고 털어놓았다.

 피의자로서의 최소한 권리도 누리고 싶었다고 밝힌 노 전 대통령은 사람사는 세상을 통해 이런저런 변명도 하고 검찰이나 언론의 추정에 대해 항변도 했다고 밝힌 뒤 가장 가까웠던 친구 정상문 전 총무 비서관이 횡령 혐의로 구속되면서 “무슨 말을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분노와 비웃음을 살 것이기 때문에 이제 이 마당에 이상 더 사건에 관한 글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이제 제가 할 일은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는 일”이라며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이 올려진 지 정확히 8분 뒤인 6시1분 첫 댓글을 시작으로 7시 현재 조회수 1만건,댓글 300개가 달리는 등 접속이 폭주하고 있다.

 ‘노생금‘이라는 네티즌은 “안됩니다.절대.저희는 어떻게 하라구요? 존경하고 사랑하는 노무현 (전)대통령님.제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픕니다.”라고 글을 남기는 등 대부분 홈페이지를 폐쇄해선 안된다는 의견이 주조를 이뤘다.간혹 ‘노빠’ 등 자극적인 문구를 동원하며 노 전대통령을 공격하는 댓글도 눈에 띄었지만 다수는 아니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이 주축이 돼 만든 인터넷 토론사이트 ’민주주의 2.0‘의 폐쇄 여부에 대해 궁금해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글 전문

 

 ‘사람세상’ 홈페이지를 닫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처음 형님 이야기가 나올 때에는 ‘설마’했습니다.

 설마 하던 기대가 무너진 다음에는 ‘부끄러운 일입니다. 용서 바랍니다.’ 이렇게 사과드리려고 했습니다만, 적당한 계기를 잡지 못했습니다. 마음속 한편으로는 ‘형님이 하는 일을 일일이 감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저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변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500만불, 100만불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제가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이미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명예도 도덕적 신뢰도 바닥이 나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말을 했습니다.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 이 말은 저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 뿐이라는 사실을 전들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국민들의 실망을 조금이라도 줄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미 정치를 떠난 몸이지만, 제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될 사람들, 지금까지 저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계신 분들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고 싶었습니다.

 또 하나 제가 생각한 것은 피의자로서의 권리였습니다. 도덕적 파산은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피의자의 권리는 별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실’이라도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앞질러 가는 검찰과 언론의 추측과 단정에 반박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상문 비서관이 ‘공금 횡령’으로 구속이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이 마당에서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분노와 비웃음을 살 것입니다.

 제가 무슨 말을 더 할 면목도 없습니다. 그는 저의 오랜 친구입니다. 저는 그 인연보다 그의 자세와 역량을 더 신뢰했습니다. 그 친구가 저를 위해 한 일입니다. 제가 무슨 변명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저를 더욱 초라하게 하고 사람들을 더욱 노엽게만 할 것입니다.

 이제 제가 할 일은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는 일입니다.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나면 그렇게 할 것입니다.

 저는 이제 이 마당에 이상 더 사건에 관한 글을 올리지 않을 것입니다.

 회원 여러분에게도 동의를 구합니다. 이 마당에서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합시다. 제가 이미 인정한 사실 만으로도 저는 도덕적 명분을 잃었습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사람들은 공감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정치적 입장이나 도덕적 명예가 아니라 피의자의 권리를 말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이것도 공감을 얻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제 제가 말할 수 있는 공간은 오로지 사법절차 하나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이곳에서 저를 정치적 상징이나 구심점으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 사건 아니라도 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방향전환을 모색했으나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해 고심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 동안에 이런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이상 더 이대로 갈 수는 없는 사정이 되었습니다.

 이상 더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미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습니다.

 저는 이미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수렁에 함께 빠져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적어도 한 발 물러서서 새로운 관점으로 저를 평가해 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저는 오늘 아침 이 홈페이지 관리자에게 이 사이트를 정리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관리자는 이 사이트는 개인 홈페이지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회원 여러분과 협의를 하자는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올립니다.

 이제 ‘사람 세상’은 문을 닫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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