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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대기자 법조의 窓] 나쁜 변호사, 좋은 변호사

[오풍연 대기자 법조의 窓] 나쁜 변호사, 좋은 변호사

입력 2009-01-07 00:00
업데이트 2009-01-07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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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커서 무엇이 될래. ” 어릴 적 어른들로부터 자주 듣는 질문이다. 갖가지 답이 나온다. 요즘은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들이 많다. 그들의 화려함을 동경해서다. 그러나 예전에는 달랐다. 소박한 이상향을 그렸다. 교사, 간호사, 경찰관, 소방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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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대기자
오풍연 대기자
제법 똑똑한 아이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훌륭한 변호사가 돼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습니다. ” 이에 어른들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장하다고 칭찬했다. 변호사는 정의의 사도처럼 여겨졌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좋은 이들로 많이 나온다. 불의에 맞서 어려운 사람을 구제하는 역할들이 그렇다.

얼마 전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봤다. 흥미 가득했다. 문득 ‘좋은 변호사’와 ‘나쁜 변호사’가 떠올랐다. 나쁜 변호사에 대한 기사를 많이 본 탓이리라. 누군들 나쁜 짓을 하고 싶겠는가. 변호사들까지 이에 가세한다니 놀랄 일이다.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촉망받는 최고급 두뇌 집단이다. 법 지식을 이용해 국민을 우롱한다면 죄악이다. 물론 법률가이니까 법 테두리 안에서 셈법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묻지마 저작권 소송’이다. 일부 법무법인이 수익을 목적으로 콘텐츠를 불법 유통시킨 네티즌들을 고소하고 있다. 불법임을 내세워 화해 등의 조건으로 돈을 뜯어(?)내려는 행위와 다름 없다. 저작권 침해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만 7곳이나 된다고 한다. 소송건수도 늘어날 게 뻔하다. 올해 저작권 위반 발생건수는 7만건을 넘어 지난해의 2만 333건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이같은 소송의 경우 청소년 피해자들이 적지 않다. 법무법인들이 모니터링 회사를 따로 고용해 저작권에 위배되는 인터넷 화면을 모은다. 그런 다음 일일이 고소해 몇번씩 합의금을 요구한단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범법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청을 들어 준다. 이런 사례가 폭증하다 보니 법무법인을 사칭한 합의금 사기도 성행한다는 것.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하지만 좋은 변호사가 더 많을 게다. 최근 한 지인이 회사로 찾아 왔다. 정부고시에 관해 다툼이 있는 사건이었다. 경과를 들어본즉 소송이 불가피해 보였다. 그래서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할 것을 권유했다. 바로 이튿날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당장 소송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소송을 해도 불이익이 없을 듯합니다.” J변호사와의 상담내용을 전해 줬다. 불황이 심해지면서 사건수임부터 하는 게 최근 풍조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J씨는 좋은 변호사로 볼 수 있다.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독립된 법률전문직으로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며 법률제도의 개선에 노력해야 할 사명이 있다. ” 변호사 윤리강령에 나와 있는 대목이다.

올해 경제는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법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그만큼 많이 나올 것이다. 적어도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나쁜 변호사’ 대열에는 합류하지 말기 바란다.

오풍연 대기자 poongynn@seoul.co.kr
2009-01-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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