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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 가결 사전논의 의혹…공정택 퇴진 나설 것”

“국제중 가결 사전논의 의혹…공정택 퇴진 나설 것”

입력 2008-10-31 00:00
업데이트 2008-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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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서울시교육위원회에서 가결된 국제중학교 설립안과 관련, 위원회 의장단과 서울시교육청·공정택 교육감 사이의 사전 논의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시교육위원회 이부영 교육위원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국제중 설립에 대한 재심의는 당초 일정과는 무관하게 갑작스레 열린 것”이라며 “회의 자체도 충분한 논의가 없는 상태에서 찬반투표를 강행하려하는 등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국제중 재심의의 절차상의 문제에 항의하며 최홍이 교육위원과 함께 퇴장,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위원은 “이번 회기는 120회 정례회인데 모든 일정은 이미 확정이 돼 있었고, 국제중에 대한 논의는 지난번 회기에서 마무리 된 상태였다.”라고 설명한 뒤 “원래 일정에 없던 국제중 논의에 대해 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분이 갑작스럽게 속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규정 상 지난 회기에 보류된 논의를 다음 회기에서 다시 다룰 수는 있지만 그간 사소한 일들도 협의를 거쳐 재상정 했는데 이번 국제중 재심의는 느닷없이 이뤄졌다.”며 “기존의 관행을 깨고 의장단이 일방적으로 언론에 알리고, 위원들에게 통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같은 일방적인 회의 진행은 위원회 집행부와 교육청·공 교육감이 사전에 각본을 짜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당뇨병을 이유로 국정감사 마지막날 병원에 입원했던 공 교육감이 국제중 재심의날 아침에 교육위원들을 찾은 사실에 대해 이 위원은 “아침에 갑자기 공 교육감이 찾아와서 당황했다.”며 “얼굴을 보니 평소보다 더 건강해 보이더라. 정말 아픈 사람이었으면 문안 인사라도 하겠는데 얼굴을 보니 화가 나서 항의만 했다.”고 전했다. 그는 “공 교육감이 찾아온 것도 이미 국제중 설립에 대해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진 상태에서 교육위원들에게 ‘잘 부탁한다’는 식의 인사치레를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일각에서 국제중 설립에 대해 ‘대국민사기극’이라는 표현을 하던데 전혀 과한 표현이 아니다.”라며 “교육청에서 이야기하는 국제중 입학 보완책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게 무슨 보완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제중 자체가 사교육을 불러올 수 밖에 없는 정책인데 입시전형 몇 개 보완한 것으로 사교육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라며 “차라리 솔직하게 영어 잘하는 아이들을 모아다가 엘리트를 만들겠다고 하는 게 낫다. 비난여론이 거세지니까 입시정책 몇 개 바꿔가면서 임기응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이야 여론이 안 좋으니까 입학 조건을 변경한 것이지만 아마 1~2년 후 비난이 수그러들면 슬그머니 다시 기존의 방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결과적으로 국제중 건립은 사교육 시장을 키울 수 밖에 없게 돼 있다.”고 말했다.

 ’국제화 사회에서 다양한 인재를 기르기 위한 특성화 교육’이라는 국제중 설립 취지에 대해서도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한 이 의원은 “영어를 잘하는 것이 무슨 특성화인지 모르겠다. 차라리 요리·만화 전문학교를 만드는 게 더 특성화의 취지에 알 맞다.”라며 “다양화 역시 마찬가지다. 영어 몰입교육을 시키는 학교 2개 만드는 것이 다양화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차라리 솔직하게 입시 명문 중학교 2개 늘리는 것이라고 하는 편이 낫다.”고 비난했다.

 그는 핀란드·프랑스 등 유럽의 예를 들면서 “평준화된 학교에서 다 같이 공통과목을 공부하면서 보다 다양한 커리큘럼을 만들어 학생들 개개인의 특징을 살려주는 것이 국제중과 같은 입시 전문학교를 만드는 것보다 교육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지금처럼 유치원 부터 입시 경쟁을 시키면서 무슨 노벨상을 바라겠는가.”라고 꼬집은 뒤 “한국 학생들은 이미 살인적인 경쟁을 하고 있는데 더 경쟁을 시키겠다는 공 교육감의 방침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의 경쟁 교육을 유도하는 공 교육감을 인정할 수 없다.”며 “시민단체들과 함께 퇴진운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공 교육감이 강력하게 추진해온 국제중 건립에 대한 비난 여론이 사그라들지 않는 가운데, 일부 교육위원들 마저 국제중 건립에 등을 돌리면서 향후 이를 둘러싼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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